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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특집 ② 물류대란/ 한진해운의 법정 관리 사태, 그 원인에 따른 파장과 대책은?“하역 지체로 하루 23억 원 손실 ·손해배상채권 조 단위 넘을 듯”
양태진 기자 | 승인 2016.10.07 16:13|(199호)
부채비율 1,000%가 넘는, 기업 회생 절차로 막판 구조 조정까지 치달았던 한진해운 사태가 하역비 지원으로 인한 수습 국면으로 겨우 일단락됐다. 한진해운의 상당수 선박들이 발이 꽁꽁 묶여버린, 그야말로 바다 위에 동동 떠버린 신세로 전락한 ‘글로벌 물류 대란’은 소위 무역 뇌사 사태라는, 이제껏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없었을 엄청난 후유증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제2차, 3차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그칠 생각을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그리스호의 미국 롱비치 항구 접안 전 대기 모습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을 신 청한 지 152일 만에 대한항공을 이은 주채 권 은행인 산업은행까지 하역비 지원에 나서면서 한진 발 물류 대란은 일단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당장 급한 불을 껐다고는 하지만, 구조 조정 과정에서 남은 상처가 우리 경제 전반에 두고두고 큰 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 다. 이는 다시 말해, 하역 비용의 누적 등 총체적 문 제 해결을 위한 대응책이 뚜렷하지 않은 현 상황에 선 채권단의 추가 6,000억 원 지원 또한 국민의 혈 세인 것이기에 해운업 관련 추가 사태를 그냥 수박 겉핥기식으로 지나쳐선 안 된다는 얘기다.
‘글로벌 물류 대란’의 난제적 상황 지난 8월 31일 한진해운이 법정 관리를 신청하자 마자, 같은 날 싱가포르에서 한진해운 소속 한진로 마호가 가압류되었다. 여기서 법정 관리란 기업 회 생 절차 중 하나로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진 기업이 다른 기업의 관리를 받는 등 제 정상궤도를 되찾는 작업을 말한다. 다시 운영될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결정나면 결국 파산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진해운으로부터 돈을 받아야 하는 이들은 그 돈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한진해운의 선박이 처분 되면 곤란하다. 이를 위해 강제집행되는 것이 압류 나 가압류인 것인데, 당시 법원은 약 1,700억 원의 필요 자금을 추산, 한진해운은 보유하고 있던 자금 200억 원을 투입했고, 여론의 압력에 떠밀린 조양 호 회장은 사재 400억 원,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 장은 100억 원을 출연했다. 대한항공을 통한 600억 원 지원 방안은 배임 논란으로 진통을 겪다 지난 9 월 21일 확정됐다. 여기에 산은의 500억 원 지원까지 합치면 총 1,800억 원이 물류 대란 해결에 투입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원 결정이 늦어지면서 물류 대란은 더
욱 악화됐고, 현재까지도 첩첩산중이다. 최초지 원 자금은 지난 9월 19일 기준 약 2억 5,000만 달 러(2,750억 원)로 추정됐었다. 이는 법정 관리 돌 입 당시 추산한 1,700억 원에서 1,000억 원 이상 불 어난 것이다. 매일 24억 원 가량이 붙는 용선료(배 를 빌려 쓰는 비용)가 포함된 비용으로, 이를 제외 한 순수 하역비만 따지면 2,300억 원 정도다. 여기 에 내린 화물을 최종 목적지로 배송하는 데만 추가 로 1,0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러한 효력은 국내에서만 영향이 있는 것이 고, 해외에선 그 효력이 제한된다. 만약 해외의 채 권자들이 한진해운의 재산을 압류해서 경매에 붙이 게 되면, 그 국가에서의 회생 절차는 무산되는 결과 가 나타나기 쉽다. 이것을 제재하는 방식을 ‘스테이 오더(Stay Order)’라 부르는데, 바꿔 말하면 ‘압류 금지명령 신청’이다. 현재 미국이나 영국, 일본과 같은 국가에서는 이 내용을 법으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한진해운의 압류금지 명령 신청은 결국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 인다. 하지만 문제는 그 효력 발생일까지 최소 3~6 개월가량 걸린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 큰 문제는 또 있다. 중국이나 파나마에선 아예 이런 제도를 인정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협상력과 관련한 클레임 문제도 한 몫
한진해운의 협상력도 물류 대란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자금력이 충분치 않은 현 상황 에서 앞으로 하역할 화물에 대한 비용만 싸게 협상 해야 현재 배에 싣고 있는 화물을 모두 내릴 수 있 어서다. 하지만 한진해운의 밀린 하역료를 빌미로 앞으로 내릴 화물에 대한 하역료를 높게 부르는 항 만도 있다. 실제 싱가포르 법원은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압 류금지명령을 잠정 발효했지만, 항만 하역 업체들 은 평소의 2배에 달하는 하역료를 요구해 하역이 지연됐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싱가포르항 하역 업 체들과 협상을 통해 물류 대란이 발생하기 전 하역 료의 50% 정도를 올려주고 계약을 했었다”라고 말 한다. 반면 스페인에는 압류금지명령을 신청하지도 않았지만 발렌시아항 하역 업체·선주사가 한진해 운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원활하게 협상한 뒤 하역을 했다고 전한다. 이 같은 과정이 원활 히 이뤄져 화물을 모두 하역해도 이를 최종 목적지 까지 보내는 문제가 남아 있다. 이는 포워딩 업체의 몫이라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화주들은 이 포워딩 업체를 통해 한진해운 선박에 화물을 싣고, 클레임이나 손해배상 청구도 그들이 하게 되는 것이다. 포 워딩 업체들은 일단 화물을 목적지까지 보낸 뒤 한 진해운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하역료를 마련하는 데도 허덕이고 있는 한진해운이 배상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9월 11일 서울무역보험공사 주최 한진해운 법정관리 수출 점검 회의에서 고심하고 있는 참석자들의 모습

정부의 대응책은 실효성이 있었나
한진해운이 파산 위기에 몰리게 된 배경에는 정 부의 ‘원칙론’이 잠재되어 있다. 대우조선해양에 대 한 7조 원대 혈세 투입이 논란이 되자, 정부는 해운 업 구조 조정에서 “자구 없이 혈세 지원은 없다”라 는 새로운 원칙을 정립했고 이를 지켜냈다고 스스 로 자평하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을 구조 조정하면서 ‘대마불사’에 흔들려 결국 국민 세금을 집어넣고 이후 국책은행이 막대한 손실을 뒤집어쓰는 구태를 깼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상선의 경우 이런 원칙이 그런대로 작용해 회생의 길로 접어든 바 있다. 그러나 해운 업계의 평가는 전혀 다르다. 팔아치 울 자산(현대증권)이 있었던 현대상선과, 모그룹에 서 이미 수조 원을 쏟아 부었던 한진해운을 수평 비 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특히 금 융위원회가 ‘집도의’로 나서면서 재무적 관점에서만 구조 조정을 진행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수십 척의 선박에 수백만 톤의 짐을 실어 나르는 해운업은 그 자체가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 할 정도로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다”며 “산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숫자만 따지다가 결국 국내 1위의 선사를 법정 관리로 보내 파산 위기까지 떠밀었다”라고 지적했다.
지금은 글로벌 해운 시장이 공급 주도 시장이어서 운임이 매우 낮지 만, 한진해운 청산 이후 운임이 폭등하기 시작하면 결과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 이라는 우려도 같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발이 묶인 수십 척의 한진해운 선박에 대해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무역협회에 피해 신고를 한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이런 사 태를 예방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주거나 한진해 운 사용 기업에 미리 경고했어야 했다”고 불만을 토 로했다.
해운업 불황에 따른 구조 조정 방안이 검토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막판까지 한진해운 문제는 “살릴 것이냐, 말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주무 부처인 해수부도 한진해운을 살리는 쪽에 무게중심을 뒀던 만큼, 법정 관리 뒤 여파에 대한 정부 차 원의 세밀한 대책이 부족했다. 예를 들면, 9~10월 이 해운업 최대 성수기라는 점에서, 국내 화주들이 다른 국내외 선박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정부 대책은 현실을 모르는 대책이라는 것이다.
현대상선 선박을 투입하기로 한 것도 미주 노선 의 경우 9월 8일부터, 유럽 항로에는 9월 셋째 주 부터 투입됐다. 납기가 생명인 수출 업체들에겐 답 답한 상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진해운이 속한 해운 동맹 선사들에 수송 지원을 요청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무용지물이 됐다. 이미 해운 동맹인 ‘CKYHE’가 한진해운의 화물을 싣지 않겠다고 선언 하면서 사실상 퇴출 조처를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부는 그동안 한진해운의 자구 노력이 충분치 않으면 추가 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 혀왔다. 대주주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기업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지원을 하지 않겠 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국내 1위 해운사를 법정 관 리로 보내는 결정을 할 때엔 예상되는 문제들을 면 밀히 살펴 대책을 꼼꼼히 마련했어야 했다. 해운 업 계도 법정 관리로 예상되는 피해 상황과 규모를 구 체적으로 제시하며 후폭풍을 경고해왔다. 지난 9월
4일부터 ‘법정관리설’이 나돌았으니 그동안 준비할 시간도 충분했다.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을 지적하 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한진해운 대체선박 현대 포워드 호의 부산 신항 입항 모습

대책 마련이 시급한 한진해운 사태
만약 한진해운이 파산하면 국내 원양 선사는 사 실상 현대상선만 남아 그 위상이 크게 작아질 것이 라 예측된다. 이 때문에 수출 주도 경제인 우리나라 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현대상선에 대한 적극 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운 업계 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우량 자산을 현대 상선이 인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 다”며 “해운업을 일종의 위기 업종으로 분류해 선박 펀드는 물론이고 세제 혜택까지 주는 방안도 검토 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바다 위를 떠돌던 화물이 항만에 하역되면서 물류 대란이 일단락된다고 해도 한진해운 처지는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 대규모 소 송전과 맞닥뜨리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진해운과 해운 동맹 선사, 화주, 하역 업체 등이 얽 힌 복잡한 국제 소송전이 바로 그것인데, 물류 대란 이 길어지면서 빚더미가 부풀어 오른 것도 주된 문 제다. 여기에 한진해운 선박에 적재된 화물이 지체되면 서 화주들의 손해배상 청구도 이어지고 있다. 채권 단 안팎에서는 화물을 제때 받지 못한 화주들이 줄 소송을 낼 경우 배상액이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솔직히 얼마가 더 들어가야 하는지 예상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법원도 사실상 회생이 어려운 상황으로 보 고 있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자산이 6조 6,000 억 원(올 6월 말 기준)이지만, 채무를 청산하고 나 면 남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 운 법정 관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파산 6부는 오 는 11월 말, 회생 가능성을 전제해 놓고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계속할지, 청산해 침몰시킬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시민단체들의 ‘한진해운 살리기’ 시위 현장 모습

영업망 붕괴로 더욱 불투명해진 한진해운의 회생
법원은 한진해운 채권자 집회를 12월 9일로 연기 하고,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12월 23일로 결정했 다. 이로써 한진해운의 파산 여부는 12월에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과 채권단은 한진해운과 업계의 지원 호소에도 여전히 한진해운 대주주의 뼈를 깎는 자 구노력 없이는 추가 지원은 더 이상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한진 해운의 경우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 노력이 매우 미흡했다”면서 “한 기업의 무책임함과 도덕적 해이 가 경제 전반에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오는지 모두 가 직시해야 한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결국 해운 업계의 자구 노력에 대한 요구가 끊이 지 않고 있는 가운데, 현재 상황으로서는 한진해운 의 회생 가능이 어려운 만큼 청산 후 현대상선과의 합병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이대 로 물류 대란이 장기화될 경우 신인도 추락과 유동성 부족으로 한진해운의 침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한진해운 선박이 하 역하지 못해 해상에서 표류 중인 화물은 140억 달 러(약 1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전미소매업연맹은 페니 프리츠커 미국 상무부 장 관에 보내는 서한에서 “성수기에 돌입한 탓에 미국 소매업자들은 한진해운 운송 정상화를 기대하고 있 다”며 “한진해운의 법정 관리가 전 세계 화물 운송 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물류 대란이 장기화되면 회사의 청산 가능성은 커 질 수밖에 없다. 해운사가 가장 중시하는 화주들과 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진해운이 운영해온 정기선의 특성을 감안 하면, 단시간 내 신뢰를 회복하기는 무척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정기선 운항은 정시성이 가장 중요 한데 한진과 한국 정부가 그 원칙을 깨뜨린 것”이라 며 “이번 사태로 몇 십 년 동안 쌓은 화주와의 신뢰 가 한순간 무너졌다”고 말했다. 화주뿐 아니라 해외 채권자들의 선박 압류, 용선주들의 선박 회수, 해운 동맹 퇴출 등이 이어지면서 정상 영업도 불가능해 진 상태다.
 
지난 9월 13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주식회사의 유한책임 원칙 vs.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안
정부 고위 당국자에 이은 박근혜 대통령까지도 법정 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대주주 책임을 지 적한 바, 이에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촉구되면서 구 조 조정 대상 기업의 대주주 책임 범위에 대한 논란 이 커져가고 있다. 이미 법정 관리에 들어간 기업의 대주주에게 과 도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주식회사의 유한책임 원 칙을 흔들 수 있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 침해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는 분석이 제기되는 바, 법정 관리 이후에도 대주주 에 대한 사재 출연 강요는 주식회사 유한책임 법리를 넘어선 초법적인 요구라는 지적인 것이다. 하지만, 재벌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수십 개 계열 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현실에선 주식회사 주주의 유한책임 원칙론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힘들 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이런 논란과는 별개로 상법 상 업무 집행 지시자의 책임을 규정한 조항도 있기 에, 이 조항을 활용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마디로 항만 산업 관련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 면 “대주주인 동시에 업무 집행에 관여했다면 등기 임원이 아니더라도 상법상 업무 집행 지시자의 책 임을 묻거나, 판례로 일부 인용되고 있는 지배주주 충실의무 위반 규정으로 책임 지울 여지는 남아 있 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의견에 발맞추어 정부 책임론에 대한 견 지 또한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해운업 관련한 전 문 지식인들을 총동원하여서라도 정부는 조속한 문 제 해결을 위한 순차적 대안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 이번 물류 대란 사태에 대한 책임은 사태 수 습 후에도 엄중하게 끝까지 물어 다시는 이러한 혼 란이 발생되지 않도록 해운 업계는 끊임없는 자구 책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양태진 기자  ronel@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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