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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 정국과 전략의 부재
박상병 시사병론가/방송인 | 승인 2016.10.04 17:41|(199호)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가결되자 정치권이 정쟁으로 날밤을 지새고 있다. 게다가 곁가지로 불거진 정세균 국회의장의 중립성 훼손 녹취록 발언은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되고 말았다. 급기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정 의장이 사태 할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며 국회에서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은 정 의장을 공문서위조 등의 위법행위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정치는 사라지고 극한 대치와 정쟁, 고소까지 난무하는 ‘막장’이 돼버렸다.
 
정략이 판치는 막장국회
정세균 국회의장의 녹취록 발언을 보면 누가 봐도 적절한 발언은 아니다. 공개된 해당 녹취록을 들어보면 정세균 국회의장은 “세월호 아니면 어버이연합 둘 중에 하나를 내놓으라고 하는데, (새누리당이) 안 내놔. 그러니까 그냥 맨입으로는 안 되는 거지, 뭐”라고 하는 발언이 나온다. 이 녹취록은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마이크로 녹음이 됐고 이것이 국회 홈페이지 영상회의록에 공개된 것이다. 정 의장 측은 여야간 중재를 하면서 야당 측의 입장을 거론 한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그다지 설득력은 떨어진다.
이에 새누리당은 즉각 정 의장이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며 강한 반발에 나섰고 이날부터 시작된 국정감사 일정까지 보이콧 해버렸다. 그리고 새누리당은 단식 투쟁에 나선 이정현 대표를 대신해 조원진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비대위 체제로 바꾸고 소속 의원들이 1인 시위에 나서는 등 사실상의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마치 정세균 의장에 대한 비토에 사생결단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좀 냉정하게 따져보자. 김재수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통과는 법 절차대로 진행했을 뿐이다. 그 적절성 여부는 정치적 해석의 문제가 될 수 있을지언정 그 과정과 결과는 국회에 주어진 권한대로 법률에 따른 것이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건의를 수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또한 정치적 해석의 여지는 있지만 법률적 강제조항이 아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김재수 장관 문제는 민주적 절차와 국회의 권한을 침해할 정도의 중대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차수 변경의 문제나 국회법 상의 ‘합의’와 ‘협의’를 놓고 벌이는 신경전은 본질이 아니다. 단순히 트집을 잡는 것이 아니라면 기싸움 정도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막말성 발언’을 쏟아내며 격하게 저항했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국회 표결 과정에서 불거진 정세균 의장의 녹취록 발언이 더 강한 반발을 견인하는 빌미가 돼버렸다. 물론 정 의장의 발언이 적절치 못할뿐더러 오해를 사기에도 딱 좋은 말이다. 따라서 새누리당이 반발하는 것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국정감사가 마비되고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며 나아가 집권당 대표가 무기한 단식투쟁에 들어갈 사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또한 과잉 반응이요, 오버 액션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이 왜 이렇게 침소봉대해서 격렬하게 반발하는 것일까. 불행히도 당리당략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옳고 그름의 문제, 입법부와 행정부의 문제 같은 것은 이미 원론적인 얘기일 뿐이다. 당장 여권 전체에 유리한 국면이 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우선 청와대가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우병우, 최순실 얘기가 국정감사 현장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다. 프레임을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와 이정현 대표의 무기한 단식 투쟁으로 대치시킴으로써 자칫 국정감사에서 불거질 여권의 치부를 조기에 차단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리고 강력한 대야 투쟁을 통해 새누리당 내부의 단합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는 효과도 크다. 당장 비박계를 대표하는 김무성 전 대표가 1인시위 첫 주자로 나서지 않았는가. 당내 화합을 위해서 이 보다 더 효과적인 전략이 또 무엇이 있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를 계기로 치명타를 입은 새누리당 지도부에 대한 면죄부의 역할까지 기대할 수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거친 몸짓으로 험한 말을 쏟아내는가 하면 이정현 대표가 단식 투쟁까지 나서는 것도 그런 배경이다. 이렇게 열심히 싸우고 있는데 나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겠느냐는 메시지다. 청와대도 그런 새누리당 지도부에 뭐라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결국 여권 지지층까지 결속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 전략 없는 힘자랑
그러나 야권의 사정은 많이 다르다. 김재수 해임건의안 정국을 주도한 더민주는 국민의당까지 견인하면서 표결에서는 완승을 거뒀지만 실익은 별로 없어 보인다. 오히려 야당이 주도하는 국정감사 정국이 먹구름으로 꽉 차 있다. 이대로 가면 국정감사에서 뭘 했느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우병우, 최순실 관련 의혹까지 흐지부지 된다면 ‘무능 야당’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김재수 장관도 사퇴시키지 못하면서 해임건의안은 왜 제출했으며 국정감사에서 뭘 했느냐고 따진다면 별로 할 말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칫 새누리당이 내 건 프레임에 빠져서 끌려 다녔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당도 예외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햇볕정책 비난 발언, 김재수 장관의 해임건의안 표결을 막기 위한 일부 장관들의 ‘꼼수’ 이른바 ‘장관 필리버스트’가 국민의당 의원들을 분노케 했다지만 그 분노에 비해 얻은 소득은 별로 많지 않다. 당초 입장이 번복되면서 당내 혼선을 드러냈으며 본회의 표결마저 더민주에 끌려 다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게다가 제3당의 힘을 보여줬다지만 더민주와 차별성 있는 뚜렷한 명분도 얻질 못했다. 결국 ‘새누리당 2중대’라는 비판이 두려워 ‘더민주의 들러리’ 역할을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게 된 셈이다. ‘제3당의 힘’이 아니라 ‘제3당의 굴욕’으로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을 놓고 야권은 치밀한 전략적 사고가 부족했다. 명분이 좋다고 해서 그 과정과 결과까지 좋은 것은 아니다. 더욱이 국민의당은 제3당이라는 점에서 원내전략에서 더 신중했어야 했다. 판을 주도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어떤 선택을 하든 확실한 명분과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했어야 했다. 결국 전략적 사고의 부족으로 인해 여소야대의 ‘힘자랑’만 했을 뿐 ‘표결’이라는 작은 전투에서는 이겼으나 ‘국정감사’라고 하는 더 큰 싸움에서는 지고 있는 형국을 자초한 것이다. 냉정하게 전략적 관점에서만 본다면 여권은 야권을 앞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내년 대선 정국에서도 야권은 이런 낮은 수준의 전략으로 임할 것인지 더민주와 국민의당 미래가 참으로 궁금하다.

박상병 시사병론가/방송인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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