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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 시대, 한국 여성의 군복무에 대해
윤지원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남북한문제 연구소 | 승인 2016.09.08 16:30|(198호)
지난해 미군 특수부대 레인저 스쿨 교육과정에서 남성 지원자 381명 중 287명이 탈락했고, 이 가운데 여성 지원자 2명이 기준을 통과했다. 현대 전쟁양상이 점차로 정보전으로 바뀌면서 여군의 중요성이 커지는 현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선진국의 여성 군 병역 사례
 
미국은 베트남 전쟁 막바지인 1973년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만 18세가 되는 남성은 징병관리청에 자신의 신원을 등록해야하는데, 이는 전시가 되면 징병제가 재가동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최초 여군은 1943년 7월 1일 창설된 육군 여군단이다. 이후 1948년 여군통합법 제정으로 여성에게 군인 신분을 정식으로 부여했다. 이를 통해 점차 모든 분야를 여군에게 개방했다. 미국은 1976년 육군・해군・공군사관학교에 여성의 입교 허용을 시작으로 1978년 부속선・경비선・구조선 등의 보조함에 여군의 승선을 허용했다. 또 1992년과 1993년 국방수권법 제정으로 공군, 해군, 해병대 전투기에 여군 보직도 허용했다.
2016년 4월 미 상원이 비상시 징집에 대비해서 18~26세 여성들도 징병관리청에 ‘의무적’으로 등록하게 하는 국방수권법 개정안을 찬성 85 반대 13으로 통과시켰다. 한겨레(2016. 6. 16) 보도에 의하면, 이에 대해 민주당의 리처드 블루멘털 코네티컷주 상원의원은 “엄청난 논쟁이 벌어지는 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최초의 여성 대선후보인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그동안 유보적이었으나 6월 15일 찬성 입장을 굳혔다. 클린턴은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법안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유니폼을 입은 남성과 여성과 그들의 가족들을 높이 산다”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미국 국방수권법 개정안이 상하 양원 협의를 거쳐 최종 통과해서 최종적으로 발효된다고 해서 미국이 여성 징집을 실시하는 것은 아니다. 즉 의무 징집은 전시 등 비상 상황 시에만 해당된다. ‘국토 방위는 남녀 모두의 신성한 의무’라는 인식을 확대하고, 세계적 추세인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군 인력 부족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한편 프랑스는 세계적으로 여군 비율이 가장 높은 모병제 국가다. 현재 전체 병력 대비 여군의 비율은 15%를 차지하며, 이중 전투 보병에 배치된 여군의 비율은 1.7%(2009년 기준) 정도다. 3.5%인 여성 장성비율은 2019년까지 두 배로 높일 계획이라고 한다. 2014년 3월, 프랑스 국방장관은 여군 비중을 높여갈 것이며, 핵잠수함에도 여성 장교를 기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해군의 경우 14%와 공군의 경우 17%가 각각 여군이다.
현재 여성 징집제를 채택한 나라는 북한과 이스라엘, 쿠바 등 10여 개국이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부터 여성을 징집했다. 최근 전시도 아닌 국가 중에서 노르웨이의 여성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1년간 의무 복무를 하게 된다. 유럽 국가들이 대부분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하고 있지만 노르웨이는 징병제를 강화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여성 징집은 전쟁에 대비하기 보다는 ‘양성평등’ 원칙을 고수하기 위한 것이다.
노르웨이 사회주의 정당들의 여성 당원들이 여성 징집 논의를 주도했다. 노르웨이 의회에서 전체 의원 95명 가운데 90명이 찬성해 여성 징집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노르웨이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 비율은 70% 이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0%를 초과한다. 성별 간 임금격차도 거의 없다. 여성임원 할당제를 도입으로 공기업과 상장기업 임원들의 최소 40%가 여성들로 채워졌다. 여성 차별이 거의 없는 이런 사회적 기반을 중심으로 여성들이 ‘이제 우리도 남성들처럼 군대에 가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노르웨이에서 여성 징병제가 시행돼도 모든 여성이 의무 복무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노르웨이의 군 병력은 2만 명 정도이며 1만 1000명 정도가 남성이다. 법적으로 병역 의무 대상은 18세부터 44세다. 하지만 학업이나 건강, 종교적 신념 등 다양한 이유로 면제를 받을 수 있다.

저출산 시대, 한국 여성의 병역 문제
 
헌법을 비롯한 각 나라의 법제도는 그 나라의 역사적 경험, 사회․문화적 환경 등에 따라 다르다. 우리 헌법은 제39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병역법 제3조 제1항에서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하여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의 국지적 대남 도발로 국가의 안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모병제로의 전환 논의는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러나 고위 공직자와 일부 국민의 병역비리 등으로 징병의 불평등성 문제와 군가산점 위헌 판결로 재점화된 ‘여성의 병역문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문제 등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병역과 관련한 문제들을 볼 때, 우리와 안보 상황이 다르고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과 프랑스의 사례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이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하게 된 것은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전분위기도 있었지만 징병의 불평등성과 저임금이라는 문제가 있었다. 프랑스가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선거에 의해 임명되는 직책은 물론 여타의 공직에도 취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여 병역자원의 이탈을 강력하게 방어한 것을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에서 여성 징병제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1999년 헌법재판소가 군 복무자에게 공무원 취업 등에 가점을 주는 제도인 ‘군 가산점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였다. 당시 군필 남성을 중심으로 “인생의 황금기를 국가에 희생한 남성에게 아무것도 보상해 주지 않을 거라면 차라리 여성도 의무 복무하게 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신문(2016. 6. 16) 보도에 의하면, 일부 여성 단체에서 ‘헌법 제39조 제1항’(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을 근거로 여성도 군에서 의무 복무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으며, “꼭 전투병이 아니더라도 군 행정, 간호, 대체복무 등을 통해 국토방위를 위해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의무 복무에서 배제하는 것은 남녀평등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군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로 심각한 병역 자원 부족에 직면해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와 병영문화 혁신을 전제로 우리 군도 어떤 방식으로든 여군 확대 움직임을 적절하게 반영해야 할 것이다. 

윤지원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남북한문제 연구소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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