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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가 부끄럽다
박상병 시사평론가/정치학 박사 | 승인 2016.09.08 16:29|(198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지난달 26일 조경규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 했다. 당시 조 후보자는 “지금도 환경분야에 관심이 있고 애정이 있다”며 “앞으로 장관이 되면 더 많은 관심을 갖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얘기는 교과서적인 답변일 뿐이며 또한 하나마나 한 얘기이다. 명색이 환경분야의 최고 책임자로 가면서 환경에 관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설사 환경이 별 관심이 없다 한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환경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인사청문회 수준이 이런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리더로서의 자질과 정책 역량 그리고 도덕적 흠결을 짚어내고 그 시비를 따져야 하는 인사청문회가 하나의 ‘요식행위’에 불과 하다는 뜻이다. 오죽했으면 환경부 장관직에 오를 사람이 환경에 관심이 있고 그 직에 오르면 더 관심을 갖겠다는 등의 하나마나한 얘기를 아무 거리낌 없이 할 수 있겠는가. 지금 우리 정부의 환경정책이 기껏 장관의 ‘관심’ 정도로 버틸 수 있는 그런 한가한 자리란 말인가.
 
인사청문회를 욕되게 하지 말라
환경 분야는 정부의 총체적 역량을 견인하는 핵심 아젠다가 된지 오래다. 민생과 직결돼 있을뿐더러 환경 분야에 대한 이해 없이는 글로벌 경쟁력을 말할 수 없는 단계까지 왔다. 그만큼 정부와 경제 영역에서도 환경 문제는 이제 변방이 아니라 핵심 이슈가 된지 오래며 정부의 영역 가운데서도 가장 전문적인 분야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시 조경규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야권은 한 목소리로 ‘전문성 부족’을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경규 후보자는 경제관료 출신이다. 그의 이력 가운데 환경과 연관된 업무는 그리 많지 않다. 한마디로 환경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인사청문회에서“환경생태에 대한 공감이 필요한데, 조 후보자의 이력에선 그런 것을 볼 수 없다”면서 부하 직원들이 써 주는 대로 읽는 ‘대독 장관’이 되지 않을 지 우려된다는 말까지 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문제까지 지적될 정도라면 사실상 자격 미달이다. 국정운영에서 환경부를 우습게보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애초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추천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설사 추천이 됐다 하더라도 청와대 인사 검증 단계에서도 한 번은 걸러 냈어야 했다. 도덕성이나 자질 문제가 아니다. 바로 ‘전문성 부족’이라는 치명적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는 이런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필요한 사람 쓰겠다는 데 무슨 말이냐”는 식의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라 하겠다.
더 중요한 문제는 국회 인사청문회의 한계가 컸다는 점이다. 당시 조 후보자는 몇 가지 도덕성 문제와 자질 문제 등이 거론되었으며 전문성 부족이라는 객관적인 사실까지 드러났음에도 국회는 이렇다 할 견제를 하지 못했다. 아니 견제할 수 있는 법률적 권한도 없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그 뿐이었다. 대통령이 임명하겠다는 데 무엇으로 막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 보니 국회 인사청문회는 말이 청문회이지 하나의 요식행위 밖에 안 된다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이런 인사청문회를 왜 해야 하는지 좀 더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심지어 국회의원과 그 보좌진들의 노력까지 헛수고로 만들 필요가 없지 않은가.
 
오기 인사와 무기력한 국회
신임 이철성 경찰청장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여기서는 전문성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신뢰’ 문제가 핵심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 아무리 훌륭한 리더라고 하더라도 국민의 신뢰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모든 정책의 승패는 국민 속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과거 음주운전 문제가 쟁점이었다. 고위공직자로서 음주 운전에 걸렸다는 것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지만 이 청장의 경우는 경찰조직의 총수가 아닌가. 음주운전을 단속해야 할 경찰 조직의 총수가 과거 음주 운전 경력이 있다면 국민이 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
그러나 이 청장은 단순한 음주 운전 경력이 아니다. 음주 상태에서 대형 사고를 일으켰으며 사고 당시 경찰 신분까지 감췄다. 이로 인해 경찰의 내부 징계를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원칙대로 갔다면 경찰의 승진 과정에서 벌써 탈락됐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이 청장은 그 후 승승장구해서 경찰청장까지 올랐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일선의 경찰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스스로 경찰 조직이 부끄럽지 않을까. 그리고 음주운전에, 대형 사고에, 경찰 신분까지 속여서 끝내 경찰청장이 된 이 청장의 경찰조직을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경찰의 권위와 도덕성 그리고 경찰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될까.
여기서도 꼭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이철성 청장에 대한 인사 검증은 최종적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몫이다. 청와대는 이 청장에 대한 음주운전 등의 사실을 파악했다. 그러나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음주 관련 ‘3관왕’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청와대는 무난히 추천했고 무난히 검증을 통과 시켰다. 막무가내 식의 밀어붙이기가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도대체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알 수가 없다. 국민적 신뢰 따위는 관심조차 없는 것일까.
국회 인사청문회도 마찬가지였다. 청문회 과정에서 이 청장의 음주 관련 비위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심지어 피해 차량이 폐차가 됐다며 차량 가격에 버금가는 보상이 이뤄졌는데도 그 피해 차량은 10년 이상 도로를 달렸다는 주장도 나왔다.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지 그 뒷얘기는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중대한 거짓말이거나 또는 ‘아니면 말고’ 식의 근거 없는 주장일 것이다. 그러나 인사청문회가 끝나자 이런 의혹도 묻히고 말았다.
이제 좀 더 냉철하게 보자. 청와대와 정부는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그다지 비중 있게 보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회가 어떻게 나오든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라면 막을 방법이 없다. 전문성이나 도덕성 같은 것을 굳이 검증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게다가 여러 의혹들이 쏟아져도 일단 임명을 해 버리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 사이 소모적인 정쟁만 반복될 뿐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간단하다. 국회가 통제할 수 있는 인사청문회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소야대, 지금이 딱 좋은 시점이다. 만약 이것이 어렵다면 앞으로 이런 인사청문회는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 정부의 오만함에 국민의 화병만 키우고, 여야의 정쟁만 가열시키는 그런 인사청문회를 국민도 더는 보고 싶지 않다.
 

박상병 시사평론가/정치학 박사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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