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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가 아니라 소통이 보고 싶다
최재영 본지 발행인 | 승인 2016.09.05 12:37|(198호)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8월, 그러나 인사 문제로 정국은 더 뜨거웠다. 더욱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를 놓고서는 마치 청와대와 특정 언론이, 그리고 청와대와 국민이 싸우는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국민이 느끼는 피로감은 더 컸을 것이다.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박근혜정부의 임기말 현상을 보면서 오히려 청와대를 걱정하는 국민도 많았을 것이다. 상식과 원칙으로 이해하기엔 뭔가 석연치 않은 대목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 할 것인가. 자연의 순리대로 폭염은 걷히고 초추(初秋)의 새바람이 불고 있지만 정국의 온도는 여전히 뜨겁다. 마치 출구를 찾지 못해 무작정 앞으로만 질주하는 자동차처럼 국정도 그만큼 불안하고 답답해 보인다.
 
우병우, 먼저 사퇴했어야
검찰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지난달 23일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검찰의 단호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수사팀장에는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통하는 윤갑근 대구고검장이 임명됐다. 그리고 평검사들도 우병우 수석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인사들이다. 객관적으로는 원칙대로 수사하겠다는 의지로 이해되는 대목이다. 과연 검찰이 그들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청와대 민정수석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화답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우병우 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동시에 수사하는 모양새부터 국민의 불신을 받기에 딱 좋다. 전혀 다른 성격의 사안이기 때문이다. 우병수 수석은 특별감찰관과 시민사회단체 등에 의해 수사 의뢰 되거나 고발된 사건이다. 그 내용도 언론에서 충분히 다뤄진 것들이다. 따라서 특별감찰관이 수사를 의뢰했다면 그 자체부터 범죄 혐의가 있다는 뜻이다. 반면에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진노와 보수단체 일각의 고발로 ‘억지 고발’이 된 느낌이 강하다. 게다가 감찰 내용이 일부 언론에 유출된 것을 박 대통령이 ‘국기를 흔드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사실상 검찰 수사의 가이드라인까지 정해졌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이 두 사안이 어떻게 ‘동시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얘기다. 이미 수사 결론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이라 하겠다.
우병우 민정수석이 현직으로서 검찰 수사를 받는 모습도 썩 보기가 좋지 않다. 지금까지 그런 사례가 없다. 자칫 검찰 수사의 공정성 훼손은 물론이요, 검찰 수사 자체를 희화화 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수사결과는 대부분 법무부를 통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되고 그 내용이 다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된다. 그렇다면 우병우 수석에 대한 검찰의 수사 내용도 결국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수사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보는 것일까.
게다가 비교적 공정하다고는 하지만 특별수사팀의 인적 구성과 위상은 여전히 한계가 커 보인다. 아무리 특별수사팀이라 하더라도 자신들의 거취를 손에 쥐고 있는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예리한 수사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박 대통령의 뜻대로 우병우 수석에게는 면죄부를, 이석수 특별감찰관에게는 유죄를 내리는 ‘예정된’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다. 이런 불신을 걷어내고 상식과 법치의 원칙을 위해서는 우병우 수석이 먼저 사퇴하고 현직이 아닌 신분으로 당당하게 검찰청 포토 라인에 서는 것이 옳다는 얘기다. 우병우 수석의 유무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박근혜정부를 위해서도, 검찰을 위해서도 그리고 우병우 수석 본인을 위해서도 그것이 옳은 길이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갖출 수 있다. 그럼에도 우 수석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도 감싸기만 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일까. 이 무서운 오기가 그저 걱정될 따름이다.
 
정치와 언론, 좀 더 냉정해져야
우병우 수석에 대한 언론의 무차별적 보도는 사실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 우 수석을 감싸려는 것이 아니다. 우 수석 주변의 모든 것을 뒤져서 흠 하나라도 잡아내겠다는 식의 보도라면 이미 그 순수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좀 더 차분하게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법을 찾을 것인지를 먼저 고민했어야 했다. 우 수석 처가 식구들의 미확인 사실까지 보도되고 심지어 ‘문고리 3인방’과의 관계 등을 거론하며 ‘대리 통치’ 운운한 것은 너무 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국민까지 모독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반응도 언론 보도와 맥을 같이 했다. 언론이 보도하면 정치권이 더 큰 목소리로 여론을 띄우고 이에 언론이 다시 정치권의 논의를 재생산하는 방식이었다. 과연 이런 구조가 누구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일까. 소모적 정쟁과 정치 불신만 커질 뿐이다. 여야 정치권도 최소한의 책임이 있다. 따라서 국회 차원에서 먼저 사실 확인부터 하는 것이 옳았다. 그래야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운영위를 개최한다든지, 청문회를 하는 등의 조치가 먼저 필요했다.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으니 이번에도 그 결과를 지켜 보자고만 할 것인가. 물론 국회 차원의 논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국회 차원의 대책을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이 반대해서 성사가 되지 않은 것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끝난 것일까.
9월부터 정기국회가 시작됐다. 이달 26일부터는 국정감사 일정도 잠정 합의가 됐다. 이제 국회 차원의 논의가 불가피해졌다. 어차피 국회에서 진상 규명을 하지 않고서는 넘어 갈 수 없는 문제로 커져버렸다. 우 수석과 이 특별감찰관의 위법 행위는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 그러나 법률 행위 이전의 권력관계와 사실관계는 국회에서 풀어야 한다. 그것이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청와대가 막는다고 해서, 당사자들이 국회 출석을 거부한다고 해서 손을 놓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새누리당도 무조건 청와대를 감싸는 방식으로는 곤란하다. 이정현 대표체제 만큼은 많이 달라지길 바랄 뿐이다.
우병우 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문제는 단순한 비위문제나 권력게임으로 볼 사안이 아니다. 국정에 대한 청와대의 인식, 권력과 언론의 관계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를 재확인 할 수 있는 하나의 총체적 상징인 셈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상징에는 오만과 독선, 오기와 불통으로 가득 차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박근혜정부의 임기 말도 결국 이렇게 끝까지 가는 것인지 국민은 화합과 소통의 정치국면을 보고싶어 한다.
 

최재영 본지 발행인  mjknews21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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