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속에 추가경정예산안, 서울시 청년수당,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등으로 정치권 갈등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대 국회가 5월 말 문을 열었지만 여전히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수에서 밀리지 않는 야당의 힘이 거세지며 갈 길 바쁜 여당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사진=대한민국 국회의사당

선결조건 연계 vs. 충분한 심의 
불황형 흑자 속에 경제성장률 회복이 요원한 가운데 추경안 국회 통과는 더딘 행보를 보인다. 당초 국내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까지 추락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정부 연구소는 물론, 민간 경제연구소에서 제기되며 추경 편성의 공감대는 형성됐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 추경 편성과 통과에는 이견이 줄었지만 여야 간 기싸움과 주도권 다툼이 여전하다. 8일 새누리당은 야당이 민생경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추경안 통과를 촉구했다. 김현아 대변인은 “야당의 비협조로 심의가 지연되고 있다. 야 3당이 선결 조건으로 내세운 조건들은 당장의 민생현안과 상관없는 사안들이다. 추경안 처리를 가로막는 야당의 행태는 민생현황을 나 몰라라 하는 횡포”라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야당은 추경 심의를 두고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원내 수석부대표는 “정부와 여당이 추경 심사 중임에도 본회의 처리 일정만 재촉하는데 실효성 있게 집행될 수 있는 기간을 지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며칟날 추경을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꼼꼼하게 추경이 짜여 졌는지 심사를 충실히 받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 수석부대표는 이어 “여당에서도 야 3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현안 8가지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 협치의 길로 나설 것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야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8개항이란 ▲사드대책 특별위원회 구성 ▲5·18 특별법 개정 ▲누리과정 예산 대책 마련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간 연장 ▲어버이연합 청문회 ▲조선해운구조조정 청문회 ▲국회 검찰개혁 특위 구성 ▲백남기 농민사건 청문회 등이다. 야당은 공식적으로 추경과 합의 8개항을 연계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달 12일 추경 통과가 무리라는 입장이다.

취업성공패키지 대책 vs. 청년활동지원 사업
서울시에서 시작한 청년수당 지급 논란은 또 다른 갈등을 야기 중이다. 서울시는 ‘청년의 삶까지 직권취소할 수 없다.’는 문구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청년층의 지지를 이끌고 있다. 서울시의 이러한 행보는 보건복지부 방침에 정면 대응한 것으로 기싸움이 지속 중이다. 보건복지부와 여당은 서울시가 인기에 영합한 정치 쇼를 펼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서울시의 청년수당이 실제로는 정부의 일자리대책 뿌리를 흔들고 있다. 정부의 취업성공패키지 정책야말로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진짜 일자리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중복, 유사한 정책이 이미 실시 중이니 정부 일자리 대책에 협조하라는 비판이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서울시는 강경 방침을 굽히지 않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청년활동지원사업은 심각한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범사업일 뿐이다. 서울시 1년 예산의 0.03%에 불과한 90억 원이 투입됐다. 정부가 지난 4일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 추진을 직권취소했다. 이제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일은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일뿐”이라고 밝혔다.

전기요금 서민 전가 vs. 블랙아웃 대비
한반도를 뜨겁게 달군 여름 더위는 여야갈등 역시 활활 타오르게 했다. 국민의당은 폭염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정용 전기요금 다단계 누진제 조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국민의당 장병완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은 “한전이 지난 2012년 9월 7일 주택용 전기요금에 적용된 누진제를 6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하고 최고최저구간의 단가배율도 11.7배에서 3배로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정부의 미온적 태도로 지금까지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2013년도에 전기요금을 두 차례 인상했고 그 결과로 최근에 유가 하락과 겹쳐서 한전은 최근 3년 연속 영업이익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이어 “가정용에 부과하는 현재의 6단계 누진제를 4단계 이하로 줄이거나 미국, 일본, 중국처럼 원가연동제를 전기요금에 도입하는 방법 등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요금부과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의 발표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2013년 1조 5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11조원대로 급증했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정부는 전체 사용량 가운데 13%에 불과한 가정용에만 무리한 누진제를 적용해 전기부담료를 서민에게 떠넘겼다는 지적을 듣고 있다. 

이에 대해 산자부는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과 대책 등의 이유로 전기요금 제도 개편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대규모 정전사태를 일컫는 블랙아웃이 전기요금 인하 시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산자부는 지난 8일 ‘금주중 최대전력 기록 경신 예상, 예비력 급락’과 ‘최대전력 8,370만kW로 사상최고 기록’이라는 발표를 하며 우회적으로 전기요금 제도 개편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