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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탄력받는 힐러리미국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될 수 있을까?
최진호 美보스턴 특파원 | 승인 2016.07.11 20:38|(196호)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 사진= AP통신/ 존 로처, 맷 로크)

올 11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 나설 민주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지지세가 본격적인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 공화당 후보 트럼프가 히스패닉계 판사 비난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동안 클린턴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지를 선언하면서 두 후보의 지지율 추세가 역전되었기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파란색)와 도널드 트럼프 후보(빨간색)의 지지율이 현격하게 차이가 나고 있다. (사진=리얼 클리어 폴리틱스)


 한달 새 클린턴과 트럼프 지지율 역전

CBS 방송이 지난 1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클린턴 후보 지지율이 43%로 37%를 기록한 트럼프 후보를 6% 포인트 차로 앞질렀다, 5월 여론조사에서 45%를 기록했던 트럼프의 지지율이 30%대로 주저앉은 것은 그가 “히스패닉과 무슬림 판사들이 공정한 재판을 하지 않을 수 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방송에서 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트럼프 반대 정서가 확산된 히스패닉 유권자를 의식한 공화당이 황급하게 진화에 나섰고 마지못해 트럼프를 지지했던 공화당 의원들까지 돌아섰다.

반면 힐러리는 가장 든든한 지원군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의 지지 선언을 받았고, 진보 성향의 엘리자베스 워렌 메사추세츠 주 상원의원과 버니 샌더스의 협력 약속, 흑인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 역시 지지 선언을 확고히 했다. 6일부터 10일까지 4일간 실시된 로이터와 입소스의 공동 조사에서는 힐러리가 46%, 트럼프가 35%의 지지율을 보이며 11% 포인트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잭슨 목사는 11일 시카고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도시를 재건하고 실업률을 낮추고 총기 폭력을 줄일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고 강조하며 “힐러리가 의료제도를 다시 손질하거나 가난한 이들의 인권을 위해 기꺼이 싸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샌더스를 지지했던 30대 미만의 젊은 유권자들이 샌더스 지지를 포기하고 힐러리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 힐러리에게 유리한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9일 웹 비디오를 통해 힐러리 클린턴을 차기 대통령 후보로 지지하기 위한 스피치를 하고 있다. (T.J. 커크 패트릭-풀 ,게티 이미지)

텅 빈 트럼프 진영과 단단한 힐러리 진영  

『뉴욕 타임스』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하는 저명한 경제학자 폴 크르구먼은 20일 칼럼에서 공화당의 현 상황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와 비교하며 조직의 중심이 텅 비어있다고 평가했다. 1990년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당시 동독엔 온갖 무기와 군사력, 핵무기까지 있었지만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닫자 더 이상 그들의 공산주의 이념을 믿는 사람은 없었고 고위 장성들은 바로 ‘패를 접었다’는 것이다.  

그는 상명 하달식의 위계 구조를 가지고 엄격한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당 노선을 가진 공화당에 비해 민주당은 다양한 사회집단의 연합체에 가까워 추진력이 떨어지지만 트럼프 같은 이단아에 의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힐러리의 경우 샌더스에게도 질 뻔했지만 힐러리를 지지한 대의원의 숫자는 2008년 오바마의 4배에 가까웠고 일반 투표에서는 2배를 얻었다고 했다. 혹자는 돈으로 힐러리가 이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 전체 경선에서 돈을 더 많이 쓴 사람은 샌더스였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대결이었던 뉴욕에서는 힐러리의 2배를 사용하고도 샌더스는 16퍼센트 차이로 졌다고 밝혔다. 게다가 힐러리는 이메일 스캔들 등의 부정적인 보도에 끊임없이 시달렸으나 이 모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이겼다는 것이다. 힐러리를 지지하는 다양한 사회집단(특히 백인이 아닌 타인종 그룹)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른바 ‘성난 백인들(angry white men)’이 지배하는 나라가 아니며 여러 인종과 다양한 계층이 공존하며 민주주의의 틀을 지켜나가고 있는 나라라고 그는 강조했다.

트럼프는 당 후보로 확정된 이후부터 꾸준히 지지율이 떨어지며 당 내부에서조차 지지 세력을 확장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멕시코계 판사 비난 이후 공화당 1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미치 맥코널 상원의원도 트럼프의 인종 차별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조지 H. W. 부시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이번 경선에서 탈락한 젭 부시 일가도 트럼프 지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2012년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밋 롬니 후보도  “트럼프가 인종주의와 편견, 여성 혐오를 사회 전반에 확산시킬 것”이라며 자유당 게리 존슨 후보 지지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공화당 전략가로 불리는 존 피헤리는 미 의회 전문지 『더 힐』과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서 트럼프 대리인은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재프 세션스 상원의원, 장녀 이방카 트럼프 정도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석유 재벌 코흐 형제 중 형인 찰스 코흐가 지난 4월 ABC 방송 인터뷰에서 클린턴이 더 나은 대통령이 될 수 있을거라고 언급하고 있다. (사진=Fox 뉴스)

『더 힐』은 또한 10일 블룸버그를 인용해 공화당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석유 재벌 찰스(80)와 데이빗(76) 코흐 형제까지도 트럼프를 공식 후보로 선출하는 7월 오하이오주 전당대회에 자금을 후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2012년 공화당 후보 선출 전당대회에 100만 달러(11억 6천만 원)를 후원한 바 있는 공화당 골수 지지자로 알려진 이들 형제가 트럼프에 대한 반대 의사를 직접 밝혀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형 찰스 코흐는 최근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멕시코계 연방 판사 발언을 겨냥해 “트럼프의 발언은 인종차별적이거나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절대 용납될 수 없으며 나라를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그는 지난 4월 ABC 방송과의 인 터뷰에서 “클린턴 장관이 공화당의 지금 경선 주자들보다 더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에 대한 질문에 주저없이 두 차례나 “가능하다”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골수 공화당원으로 알려진 HP 엔터프라이즈의 멕 휘트먼 최고 경영자(59) 역시 지난 2월부터 “최악의 두려움을 이용하는 정직하지 못한 선동가”라며 트럼프를 비난했다. 지난 12일 『워싱턴 포스트』와 CNN, ABC방송에서도 10일 유타 주 파크 시티에서 열린 밋 롬니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 주최로 열린 비공개 공화당 행사에서 트럼프를 파시스트 무솔리니나 독재자 히틀러와 같은 선동가라고 맹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행사에 참석한 폴 라이언 하원 의장에게 “인신 공격과 분열의 캠페인을 펼쳐 온 함량 미달의 트럼프를 왜 지지하느냐?”라고 힐난을 퍼붓기도 했다. 휘트먼은 ‘지지 정당과 후보를 바꾸겠느냐?’는 ABC 방송의 질문에 “누가 부통령이 되는지를 보고 결정하겠다”라고 밝혀 클린턴을 지지할 수도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트럼프 지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 되었는데 롬니 전 주지사도 “트럼프가 당선되면 인종주의, 여성 혐오, 편협성 등이 미국의 정상적인 이념이 될 것”이라며 반대 태도를 고수했다.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12일 발생한 마이애미 주 올란도 나이트 클럽 총격사건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작년 12월에 발생한 캘리포니아의 샌버나디오 총격 사건에 대해 무슬림의 입국을 금지하자는 황당한 발언을 했던 트럼프의 반응이 이번에도 공세적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트럼프는 “오바마가 ‘이슬람 급진주의자의 소행이다’라는 표현을 안썼다. 왜 사용하지 않느냐, 본질을 호도하고 회피하는 것 아니냐”라며 공격했다. 하지만 클린턴이 동성애자들에 대한 증오 범죄라며 총기법안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에 비해 트럼프는 대통령 후보답지 못한 무슬림 차별로 인식되었다.

추락하는 지지율과 갈수록 갑론을박 분열되어가는 공화당의 모습을 의식했기 때문인지 트럼프 캠프에서는 경선 기간 중 사용했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모두를 위해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로 변경했다. 처음부터 다양성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인 클린턴에 비해 트럼프는 여성, 히스패닉, 무슬림에 대한 막말 행보로 지지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판단해 뒤늦게 통합 제스처의 필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011년 몰타에서 리비아 트리폴리로 향하는 C-17 군용기가 떠날 때 자신의 PDA 단말기로 이메일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통신, 케빈 라마크)

클린턴의 이메일 게이트는 아직도 계속

한편 클린턴의 이메일 게이트 파장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작년 5월 메이저 언론 중 『뉴욕 타임스』가 처음 보도한 이메일 스캔들은 클린턴 장관이 국무부 이메일 계정을 보안 정부 서버에 설정하지 않았고 이것은 연방법을 위반한 것일 수 있다고 밝힌 것이었다. 클린턴은 국무장관으로 근무하던 4년 동안 정부 이메일 계정을 가지지 않고 모든 업무를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처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 국무부의 공식 이메일 주소는 '@state.gov'로 끝나는 이메일로 백악관에서 일하는 모든 공무원들은 모두 이 계정으로 된 이메일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클린턴 국무장관은 자신의 개인 이메일(HDR22@clintonmail.com)을 통해 개인  용무와 공무를 봐 온것으로 확인되었다.

클린턴의 이메일 게이트는 2012년에 있었던 리비아 벵가지 소재 공관에 가해진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공습에 충분히 방어하지 못해 크리스 스티븐스 대사 등 4명의 미국인이 살해당한 벵가지 사태에서 출발했다. 이에 대한 책임 추궁을 위해 구성된 연방 하원의 특별 위원회가 국무부의 책임을 조사하던 중  클리턴 전 국무장관이 지시 사항을 개인 이메일 계정을 통해 확인한 것이 밝혀지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뉴욕 타임스』는 벵가지 사태와 관련해 국무부에 끊임없이 이메일을 공개하라고 요구해 이메일 게이트를 터뜨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많은 미국인들이 벵가지 사태를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백악관이 엉망으로 처리했다고 믿고 있고 오바마 1기 정부의 가장 대표적인 외교 실책으로 평가하고 있다. 클린턴도 이와 관련해 대선 기간 중 계속해서 트럼프와 샌더스의 공격을 받아왔다.

클린턴은 초기에는 개인 서버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관련 이메일들이 증거로 발견되자 서버를 FBI에 넘겼다. 연방 판사는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개인 서버와 이메일 사용은 정부 정책을 직접적으로 위반한 것이라면서 FBI와 국무부에 서버의 내용을 최대한 복구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클린턴은 3만여 개의 이메일을 지웠지만 데이터 회사인 플랫 리버 네트워크가 모두 백업해 FBI에 제공했다. 그러자 클린턴은 자신이 이메일들을 받았을 때는 기밀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클린턴은 개인적인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이메일들을 삭제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히며 “내가 잘못한 것은 없지만 좀 더 지혜로웠어야 했다.”라고 덧붙였다.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두 대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것이 불편했다고 해명했지만 앞선 인터뷰에서는 자신이 이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패드 미니, 블랙베리 등 4개의 단말기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계속 이메일 게이트가 문제가 되자 이를 종식시키기 위해 작년 9월에는 “지금에서야 과거를 뒤돌아보니 허용되기는 하지만 두 개의 메일 계정을 사용했어야 했다.”라며 자신의 실수를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FBI의 조사 과정 중 러시아 측에서 해당 서버를 5번이나 해킹하려 시도했고 이메일 조사 중 리비아에서의 개인의 사업적인 이익을 위해 전쟁을 밀어붙이려던 것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최근에는 클린턴이 국무장관 재직하던 당시 보안 등급이 낮은 이메일 시스템을 통해 1급 기밀로 분류되는 파키스탄 드론(무인 항공기) 공습 계획도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힐러리는 2011년과 2012년 참모들로부터 ‘로우 사이드(low side)’를 통해 미 중앙정보국(CIA)의 파키스탄 공습 정보를 받았다. ‘로우 사이드’는 미 국무부 직원들이 기밀이 아닌 경우 주고받는 이메일 시스템의 별명이다. 로우 사이드가 최근 몇 년간 해킹당한 바 있는 가운데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심지어 로우 사이드보다도 안전하지 못한 뉴욕 주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소재의 개인 자택 서버를 통해 이메일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나 파장은 더욱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직을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 문화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말 바꾸기는 남편 빌 클린턴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5년 당시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 추문 조사에서 처음에 절대 그런 일이 없었다는 위증으로 일관했을 뿐 아니라 르윈스키에게도 위증 교사를 하며 버텼다. 하지만 이에 배신감을 느낀 르윈스키가 정액이 묻은 드레스를 법정에 제출해 클린턴 전 대통령 혈액 샘플과 DNA가 일치하자 그는 공화당으로부터 탄핵 위기에 몰리며 대국민 사과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7월 5일 미 연방수사국이 클리턴의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법무부에 권고할 방침이라고 밝혀 대선 가도에 청신호가 켜졌으나 러시아 해킹 팀이 클린턴 재단의 서버를 해킹한 것이 블룸버그 통신에 의해 6월 21일 보도된 만큼 아직 이메일 게이트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털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이 JP 모건, 골드만 삭스,  씨티그룹, 모건 스탠리, 리먼 브라더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 린치 등으로부터 2008년과 2016년 대선 캠페인에 지원받은 액수. 또한 힐러리는 지난 2012년 골드만 삭스에서 강연료가 회당 200,000 달러가 넘는 강연을 3번에 걸쳐 했으나 연설 원고를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change.org)

여기에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2012년 회당 20만달러가 넘는 고액의 강연료를 받고 골드만 삭스에서 한 3차례의 강연 원고나 녹취록을 절대 공개하지 않고 있어 닳고 닳은 워싱턴 정치인의 기득권 세력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클린턴 역시 앞으로 반년이 채 남지 않은 대선 여정 동안, 트럼프 못지않은 험난한 난관을 헤쳐나가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진호 美보스턴 특파원  jchoi8@berklee.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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