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시리즈 첫 번째에서는 음주운전 공화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짚었다. 문화 강국이라 자처하는 대한민국의 문제점과 어두운 그늘 뒤에 숨겨진 모습은 여전히 우리가 문화 후진국임을 보여준다.
 
과신이 불러온 이기적 운전문화
#1. 토요일 밤 11시, 이재영 씨(가명)는 차를 몰고 가다 왕복 2차선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멈췄다. 1분여 뒤, 여전히 빨간불임에도 차량은 조금씩 움직이더니 이내 맞은편 차량을 중앙선 넘어 충돌했다. 교통량이 많은 곳이었다면 연쇄추돌은 물론, 상당한 인명 피해가 생겼을 사고였다.

#2. 중요한 프로젝트를 마친 장우식 씨(가명)와 김진훈 씨(가명) 두 명의 회사 동료는 술을 한잔 하러 직장 주변 술집에 들렀다. 소주와 맥주를 섞어 먹은 이들은 자신들의 회사 차량을 몰고 술집에서 직장으로 운전하기 시작했다. 주차를 하는 사이 SUV 차량의 후면 뒷문은 벽에 부딪혔고, 다음날 교체할 정도로 훼손됐음을 알았다.

두 사건 모두 인명 피해가 없었지만, 사람이 생명을 잃을 정도로 크게 다칠 수 있었던 음주운전 사례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오늘날 대한민국 현실에서 이들 운전자가 다시금 운전대를 잡는다는 데 있다. 사망 사고가 없었다는 안도감과 음주 상태에서도 운전을 잘한다는 자기 과신이 합쳐져 움직이는 살인무기에 오른다는 얘기다. 

이처럼 낙후된 의식수준은 통계 자료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1998년부터 2015년까지 조사된 경찰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매년 25만 건을 상회한다. 교통사고 발생도 매년 2~3만 건을 유지하고 있으며,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매년 600명 전후로 파악된다. 그야말로 음주운전 공화국이라 불릴만하다. 

다른 OECD 회원국과 비교했을 때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도로교통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33개국 가운데 가장 많은 사망자를 냈다. 2012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비교통계에서 우리나라는 10.8명을 기록했다. 영국, 노르웨이, 스웨덴 등과 비교할 때 세 배가 넘는 수치다. 문화 강국, 경제 선진국으로 불리길 원하는 우리 입장에서 부끄러운 현실이다.


거짓 인격, 두 얼굴의 운전자
우리나라는 최근 음주운전 문화가 정치인과 연예인 등 상대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하는 사회 지도층 인사 사이에서 불거져 문제가 심각하다. 실상 시·군청 소속 공무원과 영화감독, 유명 개그맨 등은 여론의 도마 위에 자주 오르고 이를 근절해야 하는 경찰 역시 단속에 걸려 사회 문제시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간 사례를 보면 집권 여당의 당직자, 민선 시장과 시·도의원, 국회의원 후보자는 물론 유명 아이돌 가수와 현직 경찰관까지 다양한 직업군을 망라한다. 이는 음주운전과 특권의식이 결부돼 자신만 예외라는 심리가 뿌리박혀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음주운전을 줄이는 정책적 노력이 현재 나타나고 있을까. 국회와 검찰 등 입법부와 수사기관은 최근 잣대를 강화키로 했다. 새누리당 주광덕 의원은 지난 6월 22일 음주운전 사망 사고 시 살인죄에 준하는 처벌을 내린다는 법안을 마련키로 했다. 올해 초 김수남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확대간부회의에서 음주운전 사망 사고 처리 기준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의 연장선이다. 당시 김 총장은 음주 운전자는 물론, 동승자까지도 방조 혐의로 형사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경찰 역시 같은 입장이다. 지난 6월 21일 강신명 경찰청장은 오는 8월 열리는 정기국회에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강화한다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대 하반기 국회에 의원입법 형태로 법안을 제출해서 음주운전 문화에 제동을 걸겠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주 의원은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불특정 국민을 상대로 한 동기 없는 살인과 다름없다. 음주운전에 대한 운전자들의 안일한 인식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는 만큼 더 이상 무고한 피해자 생기지 않아야 한다. 운전자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음주운전 근절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