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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없는 청춘, 이제 국가가 나서라돈 없어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황인환 본지 편집위원장 | 승인 2016.07.11 19:24|(196호)
사랑의 고백, 그리고 결혼

‛결혼 없는 청춘’, 영화 제목 같지만 우리나라 청년들의 슬픈 현실을 대변하는 말이다. 결혼은 지금까지 인류를 지탱해 온 불변의 통과의례였다. 태어나고 성장하여 학교에 다니고, 졸업하면 군대에 가고, 제대하여 취직하면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아 양육하는 순환을 반복하는 인생 역정을 걸어왔다. 그 역정의 정중앙에 결혼이라는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가 들어있었다. 그러나 오늘의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결혼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들에게 결혼은 더 이상 통과의례가 아니다. 잘 풀려야 겨우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선택지로 바뀌고 있다. 사랑의 결정이라는 결혼을 이렇게 어렵게 만든 상황이 무엇일까? 바로 ‛돈’ 때문이다. 

사랑만 있으면 결혼? 아, 옛날이여
예전에는 두 남녀가 사랑만 있으면 냉수라도 떠놓고 혼인 맹서를 했지만 이런 식의 낭만은 이미 고전이 된 지 오래다.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을 외면하고 있는데 사회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결혼기피현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말보다  ‘결혼포기현상’이란 말이 더 현실적인 말인 것 같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지금 돈(경제력)이 없어 결혼을 포기하는 상태에 빠져있다.
한국은 극심한 청년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다. 취업을 해도 8할이 임시직이거나 비정규직이다. 정규직의 절반 수준도 안 되는 형편없는 급여에 중노동, 그런 입장에서 결혼은 한가한 타령이다. 그래서 3포 세대(연애·결혼·출산 포기), 5포 세대(3포 세대+내 집 마련, 인간관계 포기), 7포 세대(5포 세대+꿈과 희망도 포기),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포기해야 할지 몰라 ‘n포 세대’라는 말까지 생겼다.
이것을 본인의 못남 때문이라고 탓하기는 모순이 있다. 너무 많은 젊은이들이 똑같은 고충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학적으로 하나의 신드롬(병리현상)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고, 국가가 해결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결혼 포기 현상은 곧 결혼 없는 사회를 만들고, 결혼이 없으면 당연히 출산도 없어 인구  문제로 비화될 뿐만 아니라 커플 중심의 산업구조 역시 빠르게 싱글족 중심으로 이동하여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할 것이다. 그리고 싱글족에 따른 성적 욕구로 인한 범죄도 증가하여 사회불안 요소로도 작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가 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다” 40% 넘어
먼저 우리의 경우를 보자. 2014년 젊은이를 상대로 한 사회조사 결과 ‘결혼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질문에 대한 응답이 38.9%, ‘결혼은 안 해야 한다’는 응답이 2%로 나와 약 41%가 ‘결혼은 필수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2016년도 조사에서도 결혼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층이 40%를 넘고 있다. 10명 중 4명이 결혼에 무관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인구의 거의 반이 독신자인 셈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바로 경제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현재 40세까지의 미혼 남녀가 20년 후에도 혼자 살아갈 확률은 무려 33%에 달한다고 하니 이것은 인구학적으로도 크나큰 재앙 수준이다. 인구 감소로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소멸될 나라 중 1위라는 인구 학자들의  예측이 허튼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결혼은 생존이고 가정은 사회의 기본 단위인 것이다. 그런데도 청년의 40%가 결혼하지 않는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일까?

아름다운 결혼식. 배우 원빈과 이나영의 강원도 정선 덕우리의 밀밭 오 솔길에서의 결혼식(2015.6.1.)(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상관없음)
 

결혼 포기 이유- 男 고용 불안, 女 결혼 비용
2013년도 보건복지부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미혼남녀가 결혼을 포기하는 이유 중 남성의 87.3%가 고용 불안정을 1위로 꼽았고, 여성은 86.3%가 결혼 비용 부족 때문이라고 답했다. 남녀 모두 경제적인 문제(돈)를 1위로 든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30만 2,828건으로 1년 전보다 0.9% 감소했다. 이는 30만 2,500건이던 2003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뜻하는 ‘조(組)혼인율’은 5.9건으로 전년(6.0건) 대비 0.1건 감소해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모든 것이 청년들의 주머니가 빈 까닭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사토리족 닮아가는 한국 청년들
일본도 이런 결혼 포기 현상을 우리나라보다 먼저 겪고 있었다. 그들은 한발 더 나가 고용 불안과 소득부족을 탓하기보다 한국의 n포 세대처럼 다 포기하고 사토리(覚り·달관)하며 살아간다는 세대이다. 이들은 저성장·장기 불황·복지부재 시대에 접어든 일본에 살면서 일찍이 모든 희망과 기대를 접고서 안분지족(安分知足·즉 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게)으로 ‘88만 원 세대에 맞게’ 분수를 지키며 살면 된다고 터득한 세대이다. 20, 30대의 한창 젊은 나이에 노인처럼 세상을 달관(達觀)하고 갈대처럼 바람 부는 대로 살아가는 청춘에게 미래가 있을까? 청년이 그 모양 그 꼴인데 일본에 무슨 희망이 있을까? 남의 말 할 일이 아니다. 한국의 젊은이와 너무 닮았다. 아니 한국의 젊은이가 그들을 판박이로 닮아가고 있다.
한 조사를 보니 일본은 젊은 여자 중 46%가 결혼을 희망한다고 나타났다. 한국의 43%보다는 높은 편이다. 그들은 평균 26세에 결혼하는데 상대방 남자는 보통 38세 정도의 중견 회사원이라고 한다. 평균 11~13세 정도의 나이 차가 나는데 그 이유는 또래의 남성은 경제력이 없어 조금 여유를 갖춘 남자를 찾다보니 나이 차가 많다고 한다.      
 

부산시 농업기술센터가 마련한 낙동강 대저지구 유채경관단지. 야외 결혼식장이나 웨딩 촬영 장소로 무료로 제공한다.


미국 캥거루족 청년들 급증하고 있어   
미국도 캥거루족이라고 부모에게 기대어 사는 젊은이들이 많아 요즘 골칫거리라고 한다. 현재 밀레니엄 세대(1980년대 이후 세대)로 통칭되는 18~34세 청년의 32.1%가 부모의 집에서 사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같은 또래로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서 사는 젊은이들(31.6%)을 통계적으로 앞지르고 있다.  
독립심 강하기로 유명했던 미국 젊은이들이 독립을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치솟는 아파트 전세금과 학자금 융자 상환 등의 부담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 젊은이의 결혼 연령도 남성 29.2세, 여성 27.1세로 각각 늦춰졌다고 한다. 한국은 남성 32.6세, 여성은 30.0세가 결혼 적령기이다. 일본은 결혼 적령기를 묻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는다. 대신 여건이 갖추어질 때라는 대답이 되돌아온다. 결혼에 적령기 따위는 이제 거론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본 여성은 대체적으로 26세경에 결혼한다.
요즘 미국 젊은이들은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는 것보다 독신으로 살면서 학업이나 직장에서의 성취에 더 집중하려는 성향을 보인다고 미국의 퓨리서치센터 수석경제전문가 리처드 프라이가 지적했다. 프라이는 미국 젊은 남성들의 결혼 거부 성향을 ‘미국 사회에서 남성은 더 이상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 ‘미국이 점점 여성 지배적 사회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법과 제도가 남성에게 불리하게 적용되어, 남성들은 결혼생활에서 거의 이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방치하면 남성의 결혼 이탈 현상이 가속화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캐나다 사진작가 콜린 니스카가가 한 신혼부부를 위해 찍은 결혼 식 사진. 뒤에 토네이도가 선명하게 찍혀 ‘행복의 토네이도’로 화제가 되 고 있다.


결혼 포기, 경제적 문제 해결할 수 있다     
청년들의 결혼 포기 현상 즉 3포(연애·결혼·출산 포기)현상을 오로지 경제적 요인 때문이라고만  해석할 수 있을까? 만일 그들에게 충분한 경제력이 주어진다면 당장 결혼해서 자녀를 출산하려고 할까?  그렇다고 장담하기 힘들다. 비록 싱글족이 된 동기가 경제력 때문이라고 해도 반드시 결혼이 필요하다면 특단의 대책을 세워서라도 결혼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청년들은 결혼을 위해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수년 동안 길들여진 독신생활에 안분지족하려는 성향이 높아진 것은 아닐까?
3포, 5포, 7포 세대가 오로지 경제력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를 만들고 취업을 도우며 기초적 생활보장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정부는 맞춤형 복지라는 말을 침이 마르도록 한다. 복지란 노인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복지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결혼은 개인을 넘어 국가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 해 30만 쌍 정도가 결혼한다. 이들이 결혼하여 자립할 수 있는 ‘결혼 특별 융자금’을 지원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이 융자금은 미래에 회수될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투자금이다. 결혼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실비의 저가 주택 무한정 공급 방안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출산을 하면 그때부터의 육아는 국가가 책임져 주어야 한다. 현재 인구 정책에 지원되는 실효성 없는 막대한 예산과 기존의 육아 지원금 등을 통합하여 효과적으로 운용하면 충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의 새로운 출발을 결혼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안을 하면 인구·출산 문제, 청년희망까지 1석 3조의 해법이 가능할 수 있다.

황인환 본지 편집위원장  weis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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