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정치 한반도 북한·한반도
북중 관계 변화와 한국 대중 외교의 과제부처마다 엇박자 내고 있는 정부 대책 시급하다
홍인표 고려대 언어정보연구소 연구교수 | 승인 2016.07.11 17:46|(196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수용(왼쪽)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6월 1일(현지시간)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하고 있다.

리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이끄는 대규모 노동당 대표단이 5월 31일 중국 베이징을 찾았다. 그리고 이튿날인 6월 1일, 리수용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났다. 시진핑 주석이 북한 고위 인사를 만난 것은 2013년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만난 지 3년 만의 일이었다. 이들의 만남은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유엔이 대북 제재를 강도높게 시행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만큼 국제사회의 큰 관심을 모았다.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던 북중 관계가 다시 회복 기미를 보였기 때문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관계 개선을 전격적으로 도모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대중 외교를 전개해야 하는가 살펴보기로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6월 1일 리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만나 중국은 북중 우호협력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 당사국은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소통 대화를 강화해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것은 북한에 대해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동시에 한국과 미국에 대해 북한 도발에 대응한다는 구실로 연합 군사 훈련을 하는 것이 동북아 긴장 고조를 부채질하고 있는 만큼 자제해달라는 중국의 불만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리수용은 경제·핵무장 건설을 병행하는 것이 북한의 항구적인 정책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한반도에 핵무기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중국의 기본적인 한반도 정책에 반기를 든 셈이다. 그리고 리수용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정은은 구두 메시지에서 북중 전통 우호 관계를 강화, 발전시키겠다고 다짐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 안정을 수호하겠다고 밝혔다. 리수용이 베이징을 찾았을 때만 해도 북한이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처럼 자신의 최종 목표는 한반도의 비핵화라고 천명하면서 중국 체면을 세워주고 중국은 김정은 방중 초청이라는 선물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뜻이 전혀 없음을 다시 강조했다. 그렇지만 중국 관영 언론은 핵 경제 병진 정책 부분은 보도하지 않았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이견보다는 두 나라 전통적인 우호 관계 복원에 방점을 찍고 있는 셈이다. 대북관계를 개선해보겠다는 중국 당국의 속내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중국은 사회주의 이웃 나라인 북한과 손을 잡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국제사회에 대해 우리가 여전히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주요 당사자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다. 한국과 미국에 대해서도 북한이 잘못한 것이 있으면 마땅히 제재를 해야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제재가 아닌 대화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북중 무역을 위해 만든 신압록강 대교
 

회복돼가는 북중 관계


북중 관계는 일단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신의주와 마주하고 있는 중국 랴오닝성 단둥(丹東)시는 6월 9일 개막 예정이던 제1회 중한 국제박람회를 돌연 취소했다. 2012년부터 해마다 10월 북한과 공동으로 중조 경제무역문화관광박람회를 열었던 단둥시가 한중 박람회를 열기로 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중국 측은 안전상 이유로 중단했다고 하지만 북한의 반발을 받아들인 조치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면 북한은 핵 포기를 할 것도 아니면서 왜 베이징에 왔나. 북한도 이번 방문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 대표단은 중국 방문에서 100만 톤 식량 원조를 해달라고 중국 측에 요청했고 중국은 50만 톤 이상은 곤란하다고 밝혀 현재 두 나라가 구체적인 규모를 둘러싸고 실무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정확한 내용은 확인할 수 없지만 북한에 대한 식량 원조는 관계 복원을 대가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안이다. 중국은 북한 주민을 위한 인도주의적인 배려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을 해주는 것은 유엔 제재와는 무관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도 나름 성의를 보였다. 노동당 대표단이 베이징을 찾기 전날, 김정은은 평양에서 열린 북중 농구 친선 경기를 관람했다. 하지만 리수용이 베이징으로 떠나던 당일, 북한은 중거리 미사일 무수단을 발사했다. 물론 실패하기는 했지만 이런 복잡한 태도는 현재 김정은의 속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교착상태에 빠진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하면서도 핵무장과 외교 문제에서는 기존 원칙과 입장을 양보할 생각은 전혀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5월 31일 중국 베이징에서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등 관계자들과 회담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회귀 정책을 시도하는 미국을 고려한 중국의 전략

그러면 중국은 왜 이렇게 북한에 우호적인 관계로 돌아섰는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것도 아닌데 말이다. 더욱이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을 계속해서 발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이 북한 고위 대표단을 만난 것은 심상찮다. 더욱이 국제사회가 유엔 차원에서 강도높은 대북 제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행보는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중국은 이번 리수용 방중을 북한 노동당과 중국 공산당 관계로 해석해야지 중국 정부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유엔 제재는 중국 외교부 소관일 뿐 리수용 방중은 중국 공산당 중앙연락부 담당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중국이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외교적 현실이다. 중국의 처지가 심상찮은 만큼 북한과의 관계를 서둘러 회복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먼저 국제정치 상황을 살펴보자. 미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오랜 적국이던 쿠바와 지난해 7월 54년 만에 외교 관계를 복원했다.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3월 미국 대통령으로는 1928년 캘빈 쿨리지 대통령 이후 88년 만에, 그리고 역대 미국 대통령으로는 두 번째로 쿠바를 방문했다. 미국은 베트남과의 관계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베트남은 1965년부터 1975년까지 10년 동안 미국과 전쟁을 치른 적국이었다. 1995년 미국과 베트남은 외교 관계를 다시 맺었지만 여전히 서먹서먹한 사이였다. 그러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베트남을 찾았을 때 베트남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 조치를 전면 해제했다. 베트남은 미국산 항공기 100대를 구매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전례 없이 미국과 베트남 관계 회복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대표적인 친중국 국가인 라오스에 대한 미국의 구애도 심상찮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9월 미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라오스를 방문할 예정이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이기도 한 라오스를 상대로 얼마나 외교적 성과를 거둘지 두고 볼 일이다. 미국이 보이고 있는 일련의 외교적 행보는 한마디로 중국 포위 전략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북한과 우호 관계를 복원하려는 것은 중국이 외교적 고립을 벗어나기 위해 충분히 가능한 선택이다. 지정학적 측면에서 보면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회귀 정책에 따른 외교 전략 변화는 중국 주변 환경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이 동참하면서 중국에 대해 촘촘한 연합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군사적으로는 미국, 일본. 베트남. 필리핀이 손잡고 중국에 대항하는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필리핀은 중국과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국제중재재판소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수많은 변수가 중국에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아시아, 특히 동남아 국가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국력이 급신장하고 있는 만큼 엄청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중국에 대한 거대한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그나마 중국과 탄탄한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이다. 리수용 방중 기간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펴내는 일간지 『환구시보』는 북핵 문제에 대한 갈등이 양국 관계를 곤란하게 만들었지만, 두 나라는 핵 갈등이 확대되지 않는 방법을 모색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 주요국들은 북중 대립을 부추겨 동북아의 주요 갈등이 되도록 시도하지만, 리수용의 방중은 북중 두 나라가 모두 이성적으로 이런 함정을 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것은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북한과 중국이 힘든 고비를 맞았지만 파국만은 피해야 한다는 데 두 나라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는 점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북한 소백수 남자 농구팀과 중국 올림픽 남자 농구팀간의 친선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을 5월 30일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은 사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북중 관계 복원이 우리 외교에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우리는 그동안 중국에 대해 대북 제재 동참을 주문했고, 중국도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제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이 요구하는 평화 협정 체결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안보 위협 때문인 만큼 핵을 포기하려면 미국과 북한이 평화 협정을 맺는 것이 해법이라고 중국은 판단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풀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국의 기본적인 시각이다. 여기에 한중 간에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라는 가장 큰 변수가 남아 있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6월 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아시아 안보 회의)에 참석해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의 안보와 국익 관점에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민구 장관의 발언을 계기로 한미 두 나라는 오는 10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에서 사드 배치 계획을 발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부인하고는 있지만 2017년 대구에 사드를 배치할 계획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 당초 사드를 수도권에 배치할 계획이었지만 미국은 주요한 군사 거점인 부산을 방어 범위에 포함할 것을 고려해 대구를 배치 지점으로 잠정 선정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사드 한국 배치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사드 레이더 탐지 거리가 1,000킬로미터 이상인 만큼 이것은 북한 미사일에 대응하려는 수단이 아니라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연히 북한 미사일을 구실로 삼아 배치를 하는 것일 뿐 실제로는 중국이 주요 목표라는 것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4월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에 대해 크게 우려한다고 말했다. 중국인민해방군 연합참모부 부총참모장 쑨젠궈(孫建國) 상장도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에서 사드는 동북아 안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사드 배치에 반대했다. 우리는 이제 사드를 배치하라는 미국과 사드를 배치하지 말라는 중국 사이에 끼어 있다. 우리가 어느 쪽을 선택하든 다른 한쪽의 불만을 감내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이 한미동맹의 기조를 무시한 채 중국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게 내심 불만이다. 중국은 한미 동맹이라는 현실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사드 배치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중국을 다 만족시킬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는 없을까. 사드 탐지 거리가 중국에 미치지 못한다는 논리로 중국을 설득할 순 없을까. 우리나라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정경뉴스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16년 7월 8일 오전, 한
·미 양국의 발표로 사드의 주한미군 내 설치가 최종 결정되었습니다.

홍인표 고려대 언어정보연구소 연구교수  0162661240@hanmail.net

<저작권자 © 정경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여백
발행인 인사말회사소개정경시론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50-010)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1-11 한서리버파크 1405호  |  대표전화 : 02)782-2121  |  팩스 : 02)782-9898
사업자등록번호: 107-06-75667  |  제호 : 데일리정경뉴스  |  등록일자 2005년 5월  |  등록번호 : 서울아00449
발행일 : 2000년 4월  |  대표이사: 최재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최재영
Copyright © 2023 정경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