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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개헌을 이뤄낼 수 있을까
박상병 정치평론가 | 승인 2016.07.05 10:25|(196호)
20대 국회의 시작은 개헌론과 함께 시작됐다. 이전에도 개헌론이 줄곧 제기돼 왔었지만 당리당략에 따라 논란만 반복하다가 흐지부지 돼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다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우선 3당체제가 구축되면서 그만큼 협상의 공간이 넓어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야권 출신의 국회의장이 선출되었다. 청와대와의 관계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뜻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국회 개원사도 개헌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는 목소리였다. 게다가 국회사무총장에는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우윤근 전 의원이 임명됐다. 우윤근 신임 사무총장은 한 술 더 떠서 내년 4월 재보선 때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방안을 제기했다. 이처럼 정세균 의장의 개헌 의지는 상당히 강한 것으로 보인다.
 
현역의원 다수는 개헌에 찬성
이런 가운데 20대 국회의원들은 개헌에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는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중앙일보와 한국정치학회가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지난 달 말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20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217명이 설문에 응했으며 그 가운데 203명이(93%) 개헌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개헌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3분의 2 이상)를 넘어 섰다. 국회는 개헌에 충분한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는 뜻이다. 이 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도 의원들 못지않게 개헌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개헌론은 좀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헌에 찬성한다고 해서 20대 국회에서, 그것도 전반기에 이뤄질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조사에 따르면 현역 의원들 가운데 157명(72%) 만이 20대 국회에서 개헌이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이 중에는 20대 국회 후반기에, 그러니까 차기 정권 초기에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할 것이다. 이런 내용을 종합하면 20대 국회 전반기에 개헌을 하자는 주장은 아직 큰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여야 3당과 차기 대선 주자들이 대선 공약으로 개헌을 약속하고, 이 공약에 따라 차기 정권 초기에 개헌에 나서자는 의견도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헌의 시기 못지않게 내용은 더 중요하다. 권력구조 등 정치부문만 바꿀 것인지, 아니면 국민의 기본권을 비롯해 영토 조항과 경제, 복지 부문 등도 함께 손을 볼 것인지는 난제 중의 난제다. 개헌을 둘러싸고 극심한 사회갈등과 혼란이 불가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권력구조만 해도 그렇다. 미국처럼 4년 중임의 대통령 중심제가 좋은지, 아니면 프랑스처럼 분권형 대통령제로 갈 것인지도 의견이 다르다. 물론 의원내각제를 선호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이 또한 각 정당의 정략과 직결돼 있기에 조정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위의 설문조사에서는 현역 의원들의 경우 대통령 중임제(135명, 62.2%)에 대한 선호도가 제일 높았다. 이어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 35명, 16.1%), 영국식의 의원내각제(24명, 11.1%)의 순으로 나타났다.
개헌의 불가피성을 언급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문제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에 대한 것이다. 5년 단임의 현행 대통령제에서는 모든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됨으로써 효율적이고 민주적인 국정운영이 어렵다. 시쳇말로 대통령 한번 제대로 뽑지 못하면 5년 내내 국민적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닐뿐더러 국회마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된다. 입법부를 국정운영의 도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커녕 3권분립마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국정이 제대로 운영될 리가 없다. 개헌으로 권력구조부터 바꾸자는 것은 더 이상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반복하지 말자는 것이다. 동시에 의회권력을 더 강화시키는 방안까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 그래야 권력 분산의 취지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대안으로 미국식이 좋은지 아니면 프랑스나 영국식이 좋은지는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일단 국민의 의견부터 모아야 할 문제이다.
 
관건은 청와대의 결단이다
국민과 국회의원 다수가 개헌론에 찬성하고 있다는 점은 일단 긍정적이다. 특히 새누리당을 비롯해 야권도 개헌에 동의하고 있다. 당장 국회에서 ‘개헌 특위’를 구성하자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개헌론이 실질적으로 힘을 받기 위해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청와대의 동의가 전제 돼야 한다는 점이다. 청와대가 반대한다면 집권당인 새누리당이 움직이기 어렵다. 동시에 국민 여론도 상당 부분 부정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식으로는 개헌 논의가 속도를 낼 수 없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뜻이다.
최근의 개헌론에 대해 청와대 입장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경제상황이 어려운데 무슨 개헌이냐는 식이다. 그렇다보니 야권에서는 청와대가 개헌에 반대만 하지 말라며 개헌 논의의 주체는 국회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 완강하다면 결국 새누리당 내부에서 비박계의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야권과 새누리당 내의 비박계 의원들까지 힘을 모은다면 200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비박계가 개헌 문제로 단일한 대오를 이룰 수 있을지도 아직은 불투명해 보인다. 이 문제는 8월 전당대회 이후에나 어느 정도 표면화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 반대만 하지 않는다면 정치권 논의를 결집해서 권력구조를 비롯한 정치 부문만의 ‘원포인트 개헌’은 가능한 방안이다. 내년 초까지 집중적으로 논의를 해서 권력구조와 정부형태, 의회 및 선거제도 등의 방안만 결정된다면 내년 4월 재보선 때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확실한 대선주자가 부각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지금이 그나마 괜찮은 타이밍이다. 국회가 먼저 결론을 내고 박근혜 대통령을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여론도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새누리당 차기 지도부가 구성된 이후 비박계 만이라도 개헌론 전면에 나서야 한다. 이번만큼은 당리당략을 뛰어 넘어 ‘정치 부문’만의 개헌이라도 결실을 맺었으면 한다. 또다시 ‘대통령 권력’에 모든 것이 집중되는 그런 반민주적 국정운영은 이번만으로 끝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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