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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의 최종 선택은?
최재영 본지 발행인 | 승인 2016.07.05 10:22|(196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을 다녀간 이후 국내 여론은 반 총장의 이후 행보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록 성사 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5월 뉴욕 유엔 본부에서 친노 좌장 격인 이해찬 의원과 만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러 언론들이 앞다퉈 관련 기사를 쏟아냈던 것도 그런 이유라 하겠다. 이처럼 반 총장의 모든 언행은 이제 차기 대선과 떼려야 뗄 수가 없게 돼 버렸다. 대선 구도를 그릴 때 이미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돼 버린 느낌이다.
그러나 아직 어떤 예상도 낙관할 수는 없다. 반 총장이 자신의 의중을 분명하게 밝히지도 않았을 뿐더러 설사 대선에 참여하더라도 어느 쪽과 손을 잡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니 어쩌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 나오는 대부분의 그림은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총장이 손을 잡는 방식으로 거론될 뿐이다. 과연 그 가능성이 얼마나 될 지는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그리고 반 총장이 방한해서 대구와 안동을 찾았다고 해서 대구· 경북에 경도 됐다는 분석도 일부만 볼 뿐이다. 김종필 전 총리를 만났다고 해서 이른바 ‘충청 대망론’에 기대고 있다는 분석도 마찬가지이다. 결론이 아니라는 뜻이다.

여론조사는 여전히 강세
<리얼미터>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6월 4주차 주중동향에 따르면, 반기문 총장의 지지율은 23.7%로 나타났다. 더민주의 문재인 전 대표 지지율은 23%로 반 총장과 1% 이내의 초접전을 벌이며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겉으로 보면 여야 양강 대결로 굳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반 총장은 방한 이후 보수층과 새누리당 지지층을 고스란히 흡수함으로써 여권의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게다가 여권의 다른 대선주자보다 표의 확장력이 크다는 점도 강점이다. 여기에 지역적 기반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반 총장의 파괴력은 예사롭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대선 1년 반 정도를 남기고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한 대선 주자가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는 박근혜 대통령 한 명 뿐이다. 대부분 2위나 3위 또는 그 뒤에 밀려 있다가 조금씩 지지율을 끌어 올리면서 대통령에 당선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극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이 말은 대선이 1년 이상 남은 경우 그 지지율은 결국 ‘선호도’ 조사일 뿐이라는 점이다. 모든 변수가 차단된 상태에서 단순한 ‘이미지 선택’에 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칫 이런 여론조사만 믿고 나섰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반기문 총장의 경우도 결코 예외가 아닐 것이다.
국민은 온실에서 사실상 추대된 대선 후보를 원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며 경쟁하고 그 과정에서 상처 나고 아파했던 ‘지사적’ 인물을 원한다. 지금의 우리 시대가 고요하거나 평온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통합이 이뤄지거나 상생의 가치가 공감대를 형성한 것도 아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곳곳에서 끊임없이 반목하고 대치하는 ‘적대적 대결관계’가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구축돼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에서는 국민을 위해 싸울 수 있고, 국민과 함께 동고동락 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의 소유자가 필요하다. 기득권 세력과 투쟁도 불사 할 수 있는 그런 의지와 용기, 추진력을 갖춘 리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에 거론되는 대선주자들이 과연 이런 리더십을 갖추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반기문 총장도 아직 검증된 바는 없지만 지금의 시대정신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국제무대를 누비고 있는 만큼 시대를 읽는 통찰력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말이다. 어떤 경우에도 모호한 말로 위기를 모면하거나 이도저도 아닌 서툰 행보로 자충수를 두는 그런 일은 금물이다. 철저하게 단련을 하되 간명한 어조로 뜻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담백하게 행동에 나서야 한다. 반 총장에 거는 리더십도 이런 모습일 것이다.
 
세계의 대통령, 꼭 대선에 나서야 할까
반기문 총장을 아끼는 사람들은 좀 다른 생각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꼭 대선에 나서야 하느냐는 것이다. 반 총장은 대한민국이 배출한 걸출한 외교관이다.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를 마치고 귀국해서 인류평화와 인권 증진 그리고 남북통일에 힘을 쏟아도 부족할 판국에 굳이 대선에 나설 필요가 있느냐는 뜻이다. 대통령보다 더 큰 일을 할 수도 있는데 굳이 정치판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한국의 대선판이 어떤지 모르냐고 반문한다. 자칫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간과하지 말라는 얘기까지 덧붙이고 있다. 잘 새겨들어야 할 조언이다.
반기문 총장의 인생 역정은 정치판과는 거리가 멀다. 외교관으로서야 최고의 영예를 안고 있지만 정치는 초보나 다름없다. 단 한 번도 선거에 나서 본 적이 없을 뿐더러 외교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해 본적도 많지 않을 것이다. 오직 외교관의 길, 그 길이 반 총장이 걸었던 길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그 정도의 외교 역량이라면 정치력도 충분하다고 부추기고 있지만 경계해야 할 감언에 불과하다. 정치와 외교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철학과 가치는 물론이요, 뛰어야 할 현장도 전혀 다르다. 그게 그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반 총장도 많은 고민을 할 것이다. 대선 정국에 나서는 것이 과연 최선의 길인지 숙고에 숙고를 거듭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대선에 나서려면 먼저 뉴욕에서 풀어야 할 큰 숙제가 있다는 뜻이다. 특히 평양 방문은 여전히 쉽지 않은 모양이다. ‘통일 대통령’의 비전부터 흔들리면 곤란하다.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라 하겠다.
최근의 동아시아 정세는 갈수록 불안정하고 위태롭다. 남북관계는 최악의 국면을 반복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외교 수준은 영 미덥지 못하다. 북한에 대한 강경 일변도의 봉쇄정책만 넘쳐난다.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이런 점에서 반 총장이 귀국 후에도 대선보다 남북관계를 비롯한 평화와 협력, 인권의 상징으로서 더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혹 또 하나의 ‘노벨 평화상’을 꿈꿀 수도 있는 일이다. 아직은 시간이 있다. 따라서 반 총장을 너무 대선 프레임에만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반 총장의 말대로 정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잠시 그를 자유롭게 해 주길 바랄 뿐이다.

최재영 본지 발행인  mjknews21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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