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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패권 중도대연합은 가능할 것인가
박상평 시사평론가/정치학박사 | 승인 2016.06.07 16:06|(195호)

 
지난 4.13 총선에서 민심은 기존의 양당체제를 허물고 ‘3당 정립체제’를 대안으로 만들어 놓았다. 20대 국회에서는 말 그대로 새판이 짜여진 셈이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총선이 끝난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정치권 안팎에서 ‘정계개편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0대 총선을 통해 이미 새판이 짜여 졌는데 어떻게 새판을 다시 짜야한다는 것인지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아예 직설적으로 ‘정치권 새판짜기’를 역설하고 있다. 총선이 끝났지만 민심을 담아낼 그릇에 금이 갔으니 온전한 새 그릇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총선 결과 3당 체제가 구축됐지만 그 콘텐츠가 열악하다 보니 그릇 자체에도 금이 가고 말았다는 뜻으로 들린다. 이를테면 새누리당은 친박계의 공천파동으로 총선에서 참패 했지만 친박계는 오히려 더 강해졌다.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라 하겠다. ‘친노패권주의 청산’을 놓고 당이 분당까지 갔을 뿐만 아니라 김종인 비대위체제까지 초래했지만 총선 결과 친노(친문)는 더 강해졌다. 비록 3당 체제가 되긴 했지만 총선 결과가 이렇게 나온 것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총선 민심을 담은 그릇에 금이 갔다고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권의 불안정, 정계개편론의 불씨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적극적으로 ‘새판짜기’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보다 먼저 정치권 새판짜기를 조용히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도 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의화 전 의장은 새누리당에 복당하지 않고 조만간 ‘새로운 정치블록’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달 말에 창립한 <새 한국의 비전>이 그 구심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단체의 이사장은 정의화 전 의장이 맡고 원장은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이 맡았다. 학자 출신으로서 ‘정치 기획’에 능한 박형준 전 사무총장이 앞장서는 모습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손학규 전 고문 못지않게 박형준 전 총장도 ‘새로운 정치질서’를 구축해야 한다며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 전 총장은 '창조적 분화'를 강조하면서 “지역주의 정치와 정치적 진영 대결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치질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렇게 형성된 각 정치세력들이 결국은 ‘연합의 정치’를 펼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민의당에 문을 열어 놓은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제대로 세력화가 이뤄진다면 내년 대선정국에서 어떤 큰 변화를 감지할 수도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처럼 여권에서는 정의화 전 의장이, 야권에서는 손학규 전 고문이 정계개편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도 결국은 내년 대선정국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확산되고 있는 여권의 불안정성이 내부의 분화 가능성을 높여 준다면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경쟁관계로 돌아선 것도 야권의 불안정성이 높아졌다고 본 것이다. 단순히 그들의 ‘대권욕’ 때문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자칫하면 정권재창출이 물 건너 갈 수 있다는 여권의 불안감과 자칫하면 정권교체의 기회가 물 건너 갈 수 있다는 야권의 불안감이 이른바 ‘새판짜기’의 명분으로 작동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양측 모두 앞으로 얼마나 의미 있는 정치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찻잔속의 태풍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위기 때 더 강해진 여권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야당의 경쟁이 오히려 야권의 정치지형을 더 넓혀서 대선정국에서 우위에 있는 후보 쪽으로 야권 표가 집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대선정국에서의 새판짜기는 그 효과가 반감될 것이며 이렇다 할 영향력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아직은 여러 가능성이 상존하기에 섣부른 예단은 정말 금물이다.
 
반패권중도대연합의 가능성
대선을 앞두고 거론되고 있는 정계개편론을 단순한 정치공학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민심에 호응하지 못하는 정치세력은 도태돼야 하며 더 새롭고 더 발전적인 정치변화는 언제든지 모색돼야 한다. 총선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해서 지금 이대로의 정당체제로,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대선까지 가야한다는 주장이야 말로 정치적 기득권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다면 총선과는 또 다른 정치 전망과 전략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5년을 담당할 새로운 집권세력을 구축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지금의 새누리당은 친박계에 의해, 더민주는 친노계에 의해 당이 주도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정당정치의 적폐를 그대로 보여주는 특정 계파의 ‘패권정치’가 20대 국회에서도 종식은커녕 더 강하게 뿌리를 내리며 한국정치를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이대로 가도 좋은 것일까. 정의화 전 의장의 문제의식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의 이런 모습으로는 정권교체는커녕 정치발전도 어렵다고 본 것이다. 대선을 계기로 새판을 짜겠다는 구상이 가능한 대목이다. 손학규 전 고문의 문제의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친노패권주의에 찌든 더민주의 체질개선이 이뤄지고 이를 토대로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기대했지만 총선 이후 오히려 패권세력은 더 크고 단단해져 버렸다. 그렇다고 국민의당 만으로는 정권교체가 어렵다고 보기에 이른바 ‘새판짜기론’이 제기된 것이다.
정의화 전 의장과 손학규 전 고문은 ‘반패권주의’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물론 일찌감치 친노패권주의와 결별한 국민의당은 제3당으로 우뚝 섰다. 혹여 이들이 하나로 묶인다면 그것은 한국정치의 적폐를 청산하는 새로운 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 여기에 친박의 전횡에 상처투성이가 된 유승민 의원과 김무성 대표 등이 합류할 수 있다면 판은 더 커질 것이다. 반패권에 더해서 개혁적 보수세력과 합리적 진보세력이 결합하는 온전한 의미에서의 중도세력의 단일체가 구축되는 것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우리 정치의 발목을 잡고 있는 ‘지역주의 정치’의 벽을 허물고 호남과 영남을 잇는 지역연합의 가치도 구현할 수 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세대적 기반이 하나로 된다는 점에서 세대 간 통합의 의미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물론 아직은 시나리오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시대정신과 대의명분, 그리고 새로운 정권창출의 의지까지 하나로 된다면 보잘것없는 시나리오가 정말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깜짝 놀랄만한 새로운 정치지형의 변화, ‘반패권중도대연합’의 길이 열릴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박상평 시사평론가/정치학박사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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