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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도약을 향한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의 중요성
공병호(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 승인 2016.06.07 16:02|(195호)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이후 140여개의 신생 국가들이 독립을 하였다. 이 가운데 우리 한국인처럼 반듯한 나라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한 나라들이 몇이나 될까. 싱가폴,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등을 떠올리지만 이 가운데 눈부신 성취라고 부를 수 있는 성과는 대부분 도시국가 규모의 나라들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한국인들은 앞 세대가 이룬 성취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충분한 이유가 있다. 물론 그 자부심은 반드시 우리가 처하였던 냉전 체제의 전개, 미국 주도의 시장 제공 그리고 중국의 혼란 등과 같은 요인들이 행운으로 작용하였음과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언제나 지나친 자부심은 사람의 눈을 가리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것들이 그렇듯이 세상은 변한다. 환경도 변하고 상대방도 변하고 우리 자신도 변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삶의 수준에 대해 “당연히 우리가 이 정도의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 퍼져가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가슴 깊이 새기는 것은 모든 것은 언제든지 표변할 수 있다는 냉엄한 현실진단이다. 어제는 그저 어제일 뿐이라는 사실을 사업하는 사람들은 잘 안다. 한 때 잘 팔리던 상품도 어느 순간부터 급속히 추락세를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사업가처럼 절절히 체험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교역을 통해서 일구어 낸 부는 언제든지 교역의 기반이 상실되면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우리들이 경쟁 우위에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도 집요하게 추격전을 펼치는 주변 경쟁국들에 의해 언제든지 역전 당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사회가 근래에 너무 더딘 변신을 하고 있지 않는 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개인도 열심히 해야 하지만 공동체 전체 차원에서 가능한 비용을 낮추고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노력들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일은 언제나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60년대와 70년대 한국 사회는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에 이후에 상대적으로 생활 수준의 개선이 큰 폭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근래에 우리 사회는 합리나 이성보다 억지와 생떼가 더 기승을 부리는 것 같아서 우리 사회의 진로에 대해 걱정이 앞선다. 우리는 삶을 보장하는 토대나 기초를 허물어 뜨리는 것들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한국인들은 순발력이 강하고 눈썰미가 뛰어나면 주어진 과업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는데 능하다. 단기 승부전을 연상하는 과업들을 억척스럽다고 할 정도로 척척 처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자기 중심으로 매사를 해석하고 정해진 규칙을 준수하는데는 무덤덤할 때가 많다.
언젠가 미국 서부의 한 국립공원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천길 낭떨어지에 해당하는 언덕에 서서 발아래 펼쳐지는 장엄한 자연환경을 구경하는 그런 장소에서 관찰한 것은 우리 사회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할 꺼리를 주기에 충분하였다.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팻말을 무시하고 낭떨어진 절벽의 인접한 장소까지 들어가는 사람들은 우리 한국인 관광객들을 제외하고 없었다. 긍정적인 면에서는 도전적인 사람들이다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정해진 규칙이란 것도 내 편의에 따라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음을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어느 사회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그런 과제들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그리고 정해진 절차에 맞추어서 차근차근 해결하는 일이 쉽지 않다. 고함을 지르고 무리를 지어서 떼를 쓰면 정해진 규칙이란 것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사회적인 문제 해결에는 긴 시간과 큰 비용이 수반되는 일들이 예사롭게 일어나고 있다. 분명히 옳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이 그렇게 하면 안된다”라는 꾸짖음이나 비판은 소수 의견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이긴다는 통설이 그냥 해 보는 이야기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들을 너무 자주 목격하게 된다.
더욱 걱정스러운 일은 도대체 말이 통하지 않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 것이다. 사실(fact)이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인과관계가 명확하면 사실에 준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대화나 협상에서 변경할 수 없는 공통분모는 사실이나 사실에 준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내가 믿는 것, 내가 보고 싶은 것을 사실로 우기는 일들이 예사롭게 일어난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엇이 사실인 가에 대한 합의를 끌어낼 수 없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들은 처음부터 엉망진창이 되어버리고 우기는 사람들이 항상 칼자루를 쥐는 형국이 벌어진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식으로 억지가 승리를 거두면서 옳고 그른 것을 떠나서 무한정 버티는 일들로 사회는 소란스럽기 짝이 없다.
이런 일들은 하나하나가 그냥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안들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전체를 하나로 묶게 되면 모든 것들이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변신의 타이밍 실종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또한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규칙을 지키기 보다는 무리를 지어 부당한 요구라고 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도덕적 퇴락까지 만들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반듯함보다는 버릇없음이 별 문제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이런 현상들은 우리 사회가 장기불황 국면에 진입하면서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요즘 같아서는 기초 질서 지키기와 같은 그런 국민운동이라도 일어나야 하지 않는 가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한 사회가 지향해야 할 대의나 명문을 상실하게 되면 그곳에는 이익을 향한 치열한 다툼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성장이란 것도 배가 불러지게 되면 도덕적 가치나 기준이 뿌리 내리지 않으면 계속해서 이루어지기 힘들다. 우리 사회가 물질 중심의 침체 뿐만 아니라 정신 면에서도 후퇴를 경험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공병호(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mjknews21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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