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달인 트럼프, 폭풍의 중심에 서다
 
작년 중반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를 우습게 봤던 미국 주류 언론과 워싱턴 정가는 이제 자신들의 견해를 수정해야만 했다. 뉴욕 타임스는 17일 트럼프가 언론이 예상해왔던 것보다 훨씬 더 선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틀 후 뉴욕 타임스가 19일 발표한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 조사 결과에서는 트럼프가 41%, 클린턴이 47%로 단 6%의 차이를 보였다. 허핑턴 포스트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불과 3% 안팎의 차이가 났고 일부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오히려 힐러리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서  뉴욕 타임스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16일 “도널드 트럼프가 정말 당신이 원하는 바를 대변합니까? (Does Donald Trump Really Speak For You?)”라는 유권자들이 트럼프의 막말을 립싱크하는 네거티브 광고를 유튜브에 광고를 올린 클린턴은 이 결과에 위기를 느꼈는지 직접적인 반응을 보였다. 19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클린턴은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히며 최근 트럼프가 김정은 노동 위원장과의 직접대화, 러시아에 대한 유화책, 유럽 동맹국들에 대한 부담을 이유로 북대서양 조약 기구 (NATO) 탈퇴 가능성등을 급한  것을 이유로  “트럼프의 외교정책이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클린턴 후보가 19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대통령후보로서 적절치 않다"고 얘기하고 있다.

몇 달 전만 해도 테드 크루즈나 존 케이식같은 다른 후보들을 대항마로 내세우고자 했던 공화당 내부에서도 5월 4일 인디애나주 경선에서 패배한 크루즈가 경선을 포기하면서 트럼프를 후보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분위기이다. 공화당 출신 하원의장의장으로 당내 서열 1위인 폴 라이언도12일 트럼프와의 회동에서는 “아직 트럼프를 우리 당의 기준을 받드는 기수로 지지할 준비가 안되었다”고 하며 애써 거리를 두었다. 하지만 결국 닷새 뒤인 17일에는 “쪼개진 공화당을 단합시키고 클린턴을 저지하기 위해”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중산층 분노로 지지받는 이단아, 트럼프   

미국 주류언론들과 정치계는 트럼프의 화려한 여성 편력과 여성및 장애인 비하, 인종차별, 종교차별 발언등 공인으로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그의 막말과 기행에 끊임없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그를 지지하는 백인 중산층 노동자 계층 유권자들은 당장 먹고 살기 힘든데 그런 것쯤은 크게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와 연준(FRB)은 실업률이 나아지고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계속 발표하고 있지만 미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기에는 나아진 것이 별로 없다. 실재로 미국의 대기업들은 지난 4월에만 3월보다 35% 더 늘어난 6만 5천개 이상의 일자리를 줄였다. 세계최강국에 살고 있다고 믿으며 아메리칸 드림의 가치를 자부심으로 여겨웠던 미국인들이 자신들의 존엄성에 심각한 위기와 동시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미국 사회는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겪고 있고, 교육 수준이 낮은 백인 노동자 계층은 이미 빈곤층이 되었거나 빠르게 빈곤층을 향해 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는지도, 딱히 해결할 방법도 잘 알지 못한다. 거기에 중국이나 남미등 해외의 저가 노동력에 일자리를 빼앗기고 급속도의 기술 발전으로 미국 내 산업 자동화가 가속되면서 설 자리를 잃은 미국인들이 겪고있는 상실감이 이만 저만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속사포처럼 전방위로 무차별 쏘아대는 트럼프의 막말이 오히려 속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장기침체가 몇 년간 지속되면서 상위 1%의 부유층이 99%의 부를 가져가지만 자신이 뽑은 정치인들이 오히려 그들과 야합하며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젊은이들은 분노했다. 이는 2011년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인 뉴욕 증권가 앞에서 벌어진 ‘월 스트리트 점령시위(Occupy Wall Street)’로 표출되었다. 단지 상실감을 겪고 있는 나이 든 중산층뿐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1980년에서 2000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불리우는 20~30대 젊은이들마저 평균 이상의 직장에 다녀도 최소 10년 이상 갚아야하는 엄청난 학자금 금액의 학자금 채무(미국의 대부분의 4년제 대학 총 학비는 자국민에게도 우리 돈으로 5~7천만 원이 넘고 거기에 이자까지 내야한다)와 어렵게 학교를 나와도 실업난에 허덕이는 현실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한 목소리로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취임 당시 그토록 변화를 외치던 오마바 정부는 경찰 공권력으로 이들을 차단해 버렸고 주류 언론에는 치기어린 루져들의 난동으로 묘사하면서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기축세력의 가치를 대변하는 클린턴 편에 흡수되지 않고 인권과 복지, 진보의 이상과 가치를 내세우며 후보선출에 분수령이 될 6월 경선에 끝까지 갈 것을 공언하고 있는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를 지지하는 유권자들 역시 주류 정치인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서 풀이될 수 있다.

그러나 평생을 진보 정치인으로 뛰어오며 더 나은 사회를 향한 큰 그림을 제시하는 샌더스와 달리 트럼프는 레이건이 1980년 대선에서 사용했던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그대로 베껴 사용하며 말뿐인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자신이 강간범이라고 몰아세운 불법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멕시코와 미국 사이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하고, 부동산 재벌로서 다른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철저히 효율과 비용을 중시하는 기업가 마인드이면서 노동법규를 바꾸어 외국으로부터 미국인들이 빼앗긴 일자리를 되돌려오겠다고 모순된 공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외교.통상 부분에서도 중국 수입품에 45% 이상의 폭탄 관세를 부과하겠다, 김정은과 만나 핵 협상 담판을 짓겠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잘 구슬려서 미국 편으로 만들겠다, 동맹국들이 돈을 더 내지 않는다면 미군을 철수해버리겠다는 식의 비현실적이고 단편적인 정책밖에 없다. 그래서 그의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 공약에는 백인 노동자 계층의 가려운 곳을 긁어 불만을 해소하는 효과는 있을 지언정,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며 일관성도 없고 실현 가능한 대안도 없어 미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시카고에 위치한 트럼프 타워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자라며 이민자 법 제정과 임금문제에 대해 라틴계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스캇 올슨, 게티 이미지).


트럼프의 미국 제일주의, 위협받는 한.미 동맹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진 유세에서 트럼프가 미 해군 함정 아이오와호에 올라 강력한 미국의 국방을 다시 세우고 불법 이민자들을 내쫓아 전쟁 참전용사들의 처우를 개선할 것을 연설하고 있다(사진=켄보크 드잔세지안, AP 통신).  

트럼프는 또한 계속해서 한국에 대해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4월 27일 워싱턴  D.C. 에 위치한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가진 외교정책 연설에서 “동맹국들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방어할 준비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4월 28일 인디애나 주에서 열린 타운 홀 미팅에서도 “한국이 경제력에 상응하는 방위 분담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주한미군의 방위 분담금을 한국정부가 증액하지 않는다면 미군 철수를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진호  mjknews21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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