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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에 빠진 한국경제, 셰일가스 혁명을 잡아라세계 에너지 패러다임 바꾸고 있는 셰일가스, 골든 타임 놓치지 말아야
최진호 | 승인 2016.06.07 10:32|(195호)
미국 노스 다코다 주의 대표적 셰일가스 생산지인 바켄 유전지대에서 치솟는 플레어링(수반가스 소각) 너머로 장미빛미래를 제시하는 듯 아름다운 쌍무지개가 비치고 있다(사진=내셔널 지오그래픽, 유진 리차드스)

국내 GDP의 ¼을 담당하며 세계최고의 위상을 드높인 한국 조선업이 존망의 기로에 놓여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2013년 200억달러의 수주실적을 낸 바 있는 국내 빅3 조선소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작년 한해에만 8조원에 가까운 해양플랜트 손실 적자를 냈고 올해도 수주량이 모두 거의 제로에 가까워 조만간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최근 세계 5위의 산유국 베네수엘라에서 연700%에 이르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국가경제가 파탄이 나고 물과 전기공급이 안되어 의료마비 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국민들은 성난 폭도로 변해 마구잡이로 약탈을 일삼고 있고 베네수엘라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별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 뉴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국제유가 폭락이 원인이며 그 배경에는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이 있다는 것이다.


21세기의 게임 체인져, 셰일가스

수 억년 전 바다였던 지역의 화석이 진흙에 묻힌 퇴적암층인 셰일(혈암층)은  1825년에 처음 채굴되어 업계에서는 130여년 전부터 그 존재를 알고 있었다. 전통적인 천연가스가 오랜 시간 지표면 방향으로 이동해 한 곳에 모여있는 반면 비전통적인 셰일가스는 셰일층 위층의 암반층으로 인해 가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암반층에 넓게 퍼져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셰일층은 지하 3천미터 아래의 깊은 곳에 수평으로 얇게 분포해 있고 채굴비용이 높아 에너지원으로서 채산성이 불확실했다. 그런데 이러한 셰일개발에 평생을 바친 미국의 그리스계 채굴업자 죠지 미첼이 1998년 수평시추(horizontal drilling)와 수압파쇄(hydraulic fracturing)라는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셰일가스 상용화에 성공했다.

수평시추는 땅을 수직으로 파고 들어가서 혈암층으로 다시 수평으로 파들어가는 것을 말하고 수압파쇄는 파이프를 통해 모래와 천연가스, 소금, 화학물질등이 담긴 물을 분사해서 혈암층에 전기충격을 가해 균열을 낸 후 거기서 나오는 가스나 원유를 뽑아내는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시추기술의 비약적인 발달로 미국에서 셰일가스 생산량을 2000년대 중반부터 극적으로 늘리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셰일혁명이 시작되었다.
 
수평시추와 수압파쇄를 통해 물과 모래, 소금, 화학물질등이 혼합된 강한 압력의 물을 분사해서 혈암층에 균열을 내고 셰일가스를 시추하는 과정(그림=공공서비스 유럽노조 홈페이지, www.publicserviceeurope.com)

조만간 석유자원의 고갈로 인류문명이 심각하게 고통받을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예상과 달리 셰일가스와 같은 새로운 에너지 자원이 등장하고 있다. 셰일가스의 북미대륙 매장량만해도 187조 5천억 세제곱미터(㎥)로 추정되어 전 세계인들이 60년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며 앞으로 기술이 발달하면 할 수록 사용할 수 있는 양은 더욱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셰일가스 개발을 통해 미국이 세계 석유 소비량의 4분의 3에 해당하던 에너지원 수입을 하지 않아도 되어 국제 시장에 석유가 남아 돌게 된 것은 국제유가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2012년 의회 연두교서에서 앞으로 10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셰일가스를 통해 미국 경제회복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있다(사진=사울 롭-풀, 게티 이미지).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미 의회 연두교서에서 셰일가스 혁명에 관해 발표하며 이를 통해 미국이 새로운 세기로 도약할 것을 천명했다. 미국정부는 198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 개편으로 중국과 남미등으로 이전한 제조업도 값싼 셰일가스를 바탕으로 생산원가를 낮추어 미국 본토로 공장들을 다시 불러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유가로 자동차 유지비용이나 전기, 가스 사용료가 줄고 석유화학제품의 가격인하로 미국민들의 소비가 늘어나자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장기침체에 빠졌던 미국경제도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셰일혁명은 21세기의 '게임 체인저(판도를 뒤집어놓을만한 중요한 사건)' 역할을 톡톡히 하고있다.

미국에서는 셰일가스 탐사와 시추 및 개발에 빅 데이터 기술을  접목하여 곧 2차 셰일혁명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매사츄세츠 공과대학이 발행한 ‘MIT 리뷰’에 따르면 미국 셰일산업은 기술혁신을 거듭하면서 생산원가는 절반으로 절감하면서 생산량은 두배 이상 증대하는 이른바 ‘셰일혁명 2.0’을 통해 국제유가를 배럴당 최저 5달러까지 낮추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셰일 혁명 2.0으로 초저유가 계속
 
미국산 셰일가스가 대량생산되면서 공급과잉을 초래하자 산유국들과 치킨게임 양상이 되었고 몇년간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그림=경제수치 데이터 사이트 퀀디닷컴, www.quandi.com)

유류세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는 실생활에서 크게 체감하기는 힘들지만 국제유가는 저가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불과 2013년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가 넘게 거래되었고 150~200달러까지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작년에는 절반에도 못미치는 45달러, 올해는 70%까지 떨어져 30달러대의 초저가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초저유가의 배경은 중국의 경기부진과 글로벌 경기침체로 석유수요는 늘지 않는 반면 예상치 못한 미국산 셰일가스 대량생산으로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기때문으로 풀이되고있다. 여기에 공급자 중심인 국제 유가시장에서2000년대 이후 결속을 다지던 OPEC(석유 수출국 기구)이 시장점유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미국 셰일가스 업계와 죽고 죽이는 치킨 게임을 하면서 감산을 거부한것이 공급과잉의 주된 이유이다. 셰일혁명 이후 글로벌 원유시장에서 현재 초과 공급되는 물량은 하루 50~200만 배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 들어 유가가 다시 50~60달러 근처까지 반등하는 조짐이 있기는 하지만 지난 달 쿠웨이트 석유업체 파업, 작년 캐나다 오일샌드 정유시설이 밀집한 앨버타 지역의 대형 산불로 인한 원유 생산중단, 나이지리아에서 반정부군의 유정 파괴등의 요인으로 전세계 산유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한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반등의 요인이 그리 심각하거나 장기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유가가 다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지난 1월 핵 협상을 통해 이란에 대한 경제재제조치가 풀리면서 석유 공급과잉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재로 이란은 제재 조치 해제 이후 하루 산유량을 50만 배럴 늘리고 6개월 뒤 50만 배럴 더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중동산유국들의 증산공세에 맞서 지난 몇 년동안 수천억 달러를 투입해 멕시코만에서 LNG 생산및 수출시설을 건설하고 올해 유럽시장에 셰일가스 수출을 시작하는 등 본격적으로 전 세계 시장으로 수출의 길을 열기위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다. 결국 국제유가를 결정해온 중동이나 러시아, 남미의 산유국들은 서서히 힘을 잃고 세계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 역시 다양한 루트로 천연가스를 확보하고자 나서고 있어 바야흐로 세계는 천연 가스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확보는 에너지 안보와 직결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으로 가는 중동 원유의 원활한 수송을 지키는 미 해군 제 7함대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맨 앞열 전투기와 폭격기 편대 바로 뒷편으로 보이는 로널드 레이건호 항공모함 한대만 연간 3000억원 이상의 유지비용이 들어간다(사진=미 해군 홈페이지, www.navy.mil/v)

인구밀도가 높은 반면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한국은 자원 해외의존도가 95%가 넘는다. G7 국가들 가운데서 한국보다 자원소비가 높은 나라는 미국과 캐나다뿐이다. GDP대비 광물수입량을 브릭스(BRICs)국가들과 비교해봐도 한국은 중국과 인도의 수준에 미치지는 않지만 러시아나 브라질보다는 앞서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자원 매장량과 생산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면서도 수입과 소비는 소득수준이 높거나 인구나 거대 경제규모의 국가들처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원을 삼키는 블랙홀’로 불리우며 자원을 싹쓸이하는 중국, 자원 소비자국들간에 해외자원확보 경쟁, 자원보유국들 간에 자원 민족주의와 자원무기화 바람등으로 인해 자원과 관련한 국제이슈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간단히 말해 자원의 문제는 지하의 문제가 아닌 지상의 문제가 된 것이다. 그러나 국내외 불안정한 자원 환경으로 인해 우리에게 자원의 안정적인 공급은 항상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우리의 주변국들은 이미 20세기에 피 흘리는 전쟁을 통해 값 비싼 수업료를 내고 자원 확보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닳았다. 19세기부터 대륙 침탈의 기회를 노려온 서구열강과 일본의 전쟁 책동으로 중국은 피해자로서의 처절한 굴욕과 아픔을 깊이 맛봐야 했다. 일제는 두 발의 핵폭탄을 맞기 이전 대동아 전쟁 막바지에 미해군의 일본행 유조선 파괴로 석유를 제때 조달하지 못해 패망의 길을 걸어야 했고, 러시아는 구소련 시절부터 공산주의 이념과 영토팽창을 배경으로 자원부국으로서의 전략을 수립했다.

연료가 없으면 제 아무리 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전투기, 폭격기, 전차, 장갑차, 군함, 헬기등의 무기들도 전부 기동 불가능한 고철덩어리가 되고만다. 그래서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노력은 한 나라의 산업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와 직결되며 흔히 ‘자원전쟁’이라는 말로도 표현된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에너지는 자원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단지 경제적인 측면에서 벗어나 필요하면 언제든 상대국가를 압박할 수 있는 ‘자원 무기화’를 통해 전략적으로 주목받는 국제적 명제의 하나로 분명하게 자리를 잡았다. 우리도 이미 전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셰일혁명으로 눈 앞에 닥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여 선도해 나가지 않는다면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받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2014년에 발간된 세계에너지협의회(World Energy Council, WEC)의 에너지지속성지수(Energy Sustainability Index)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에너지안보 지수에서 WEC 회원국 127개국 중 103위를 기록, 최하위권에 머물렀다(사진=GS 칼텍스 홈페이지, http://www.gscaltex.com)

21세기는 클린 에너지의 시대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하고있다(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www.president.go.kr)

21세기는 에너지 안보의 시대임과 동시에 클린 에너지의 시대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는 세계 온실가스의 90% 이상을 배출하는 195개 선진 및  개도국이 모인 가운데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열렸다. 폐회와 함께 참가국들간에 이루어진 파리기후협약은 기존에 선진국에만 부과되었던 탄소감축 목표치를 담은 1997년의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며 2020년 이후 전세계에 다가올 신기후체제 시대를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2030년까지 37%의 탄소를 저감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우리는 올해 통계자료에서 불명예스럽게도 OECD국가중 탄소배출량 1위라는 오명을 안고있다.

셰일가스는 기존의 석탄이나 석유, 원자력등에 비해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고 가격 또한 석유보다 2~30%정도 저렴하다. 이는 미래의 대체 에너지원으로 개발해오던 태양력이나 풍력보다도 훨씬 저렴한 것이다. 수평시추 과정에서 시추장비의 디젤유 사용으로 대기오염, 수압파쇄과정에서 사용하는 물에 들어있는 화학약품과 가스 채굴시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토양과 식수 오염을 일으키고, 지반의 하강을 불러와 지진유발 우려가 있어왔으나 수압파쇄에 사용된 물을 100% 재활용하는 등 계속해서 보완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이처럼 셰일가스는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되어 우리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파리 기후 협약을 이행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셰일산업은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 천연가스 발전소, 가스 탱크, 항구, LNG선박등의 관련 인프라나 설비 구축시 초저유가로 침체의 늪에 빠진 조선업, 중공업, 건설업등에 활력을 불어넣어 내수산업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세계 최고의 씽크탱크중 하나인 미국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에 따르면 한국이 통일을 할 경우 최소 72조원에서 최대 5,85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통일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하루 빨리 셰일가스 관련산업을 육성하고 해외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국가안보와 경제, 환경, 통일시대준비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2015 년 12월 12일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끌어내기 위한 역사적인 파리기후협약이 체결된 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좌측에사 두번째)이 각국 대표들과 웃으며 함께 손을 잡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유엔 홈페이지, www.un.org)

 

최진호  mjknews21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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