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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성매매 여성, 국가가 처벌해야 하는가?헌법재판소 6:3으로 처벌 합헌 결정, 그러나 소수 의견도 주목해야
황인환 본지 편집위원장 | 승인 2016.05.05 23:13|(194호)

2016년 3월 31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는 특별한 법률 심의를 열고 ‘성매매 알선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처벌법) 제21조 1항의 위헌법률심판사건에서 6대 3으로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 조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결정문을 통해 “사회의 건전한 성 풍속 확립을 위해 성매매를 처벌하려는 것은 입법 목적과 수단이 정당하다”라고 밝히고 “성을 사고파는 행위는 인간의 성을 상품화함으로써 인격적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착취나 강요가 없는 자발적 성매매도 성매매특별법에 저촉된다는 판결이다. 그러나 재판관 3명은 비록 소수이지만 자발적 생계형 성매매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정했다. 과연 생계형 성매매 여성, 범죄자인가? 피해자인가?

3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1조 1항의 위헌 여부를 선고하는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도록 한 성매매 특별법 조항에 대한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2016.3.31.)


성매매 여성, “성매매특별법은 위헌이다”

올해로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지 12년째를 맞는다. 그동안 성매매방지법의 최대 성과는 성매매가 범죄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주었고, 성매매여성의 인권에 대한 관심도 높였다고 자평하
고 있다. 과연 그런가?

2012년 7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의 한 집창촌. 이곳에서 유객을 받던 김모 여인은 그 남자와의 성관계 대가로 13만 원을 받았다. 그녀는 생계형 자발적 성매매 여성이었다. 불시에 현장을 습격한 경찰은 김 여인이 옷을 입을 여유도 안 주고 그녀를 끌고 나갔다. 그녀는 최소한의 인간으로도 취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살 길이 막막하여 이 길밖에 택할 수 없었던 여인이었다. 억울함을 달랠 길 없던 그녀는 결국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렸다. 착취나 강요 없이 자발적으로 오로지 생계를 위해 성을 판 것이 성매매특별법에 위배된다는 것이 과연 맞는지, 인권침해가 아닌지를 판정해 달라는 것이다. 성매매를 한 여성이 낸 최초의 성매매특별법위헌판결 헌법소원이었다.

2014년 11월 경남 통영에서는 한 성매매 여성이 경찰의 불시 단속을 피하려다 12m 아래로 뛰어내려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의 실적 위주 무차별 단속이 빚어낸 참극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이런 인격 사각지대의 사건에 대해 무관심했고 성매매 여성들에게 오히려 돌을 던진다. 그들의 모진 삶의 실상을 들여다보지도 않고서 동정하지 않고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이 자신의 성적 결백을 증명하는 것이라도 되는듯한 태도다.

드디어 지난 3월 31일 서울북부지원이 13만 원을 받고 성매매를 한 혐의로 기소된 상기 김 여인(45)이 낸 위헌신청을 받아들여 성매매특별법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것이다. 김 여인 측은 “착취나 강요 없는 성매매를 처벌하는 것은 성적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변화된 사회의 가치관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성매매 근절의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법원에서는 “착취나 강요가 없는 성매매를 처벌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말했었다.

헌재는 이 사건과 관련하여 성매매특별법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지난해 4월 공개변론까지 열어 각계각층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였었다.

헌재가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21조 1항에 대해 합헌을 결정한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한터전국연합 성노동자 대표가 기자들에 둘러 싸여 눈물을 흘리며 빠져나가고 있다. (2016. 3. 31.)


헌재, 생계형 자발적 성매매도 처벌 합헌

이날(3월 31일) 오후 2시, 세상의 눈과 귀는 헌법재판소로 쏠렸다. 역사적인 결정을 앞둔 헌재는 차분했다. 언론의 중계도 허용치 않았다. 얼굴을 가린 여성들과 취재 기자들만 법정 주변을 서성댔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성매매처벌법 제21조 1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해 성을 사고 판 사람을 모두 처벌하도록 한 조항이다.

착취나 강요가 없더라도 성매매를 하는 것은 성매매특별법의 처벌을 받는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날 합헌 판정을 내린 대법관 6명은 박한철(소장), 이정미,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서기석 대법관이었으며, 이들은 “성매매는 성적자기결정권 보호 대상이 아니므로 성 구매와 판매 모두 형사 처벌해야 한다”라고 심판했다.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 중 일부 위헌 소견을 낸 재판관은 김이수, 강일원 재판관으로 그들은 “성매매는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 대상은 아니지만 성 구매와 달리 성 판매는 형사 처벌해선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한 가닥 희망을 품고 재판정에 나온 많은 관련 여성들은 헌재의 판결에 실망을 안고 종종 걸음으로발길을 돌려야 했다.


최소 보호 의무도 못한 국가, 성매매 여성 처벌 자격 없어

“전부 위헌”이라고 판단한 재판관은 조용호 대법관 1명으로 “성매매도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 대상이므로 성 구매와 판매 모두 형사 처벌해서는 안된다”라고 하여 사실상 성매매 전면 합법화를 주장했다.

그는 “헌법 제44조에 규정된 최소 보호 의무조차 다하지 못하는 국가가 오히려 이들 자발적 성매매 여성을 형사 처벌하는 것은 또 다른 사회적 폭력이자 넌센스다.”라며 “우리 사회는 사고, 질병, 장애, 고령등으로 자연스러운 이성 교제를 통해 성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어 지체장애인이나 홀로된 노인, 독거남 등 성적 수요자의 성 문제는 이미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이다. 자발적 성 판매자의 도움을 받아 성적 만족을 얻는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건전한 성 풍속이나 성도덕이 무너진다고 볼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재의 결론이 나왔다고 해서 생계형 성매매 여성의 실존적 현실을 외면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무차별 단속이나 처벌을 자행한다면 이보다 더 큰 인권 유린이 있을 수 없어 제2의 ‘통영사건’이 언제고 발생할 수도 있다.

성의 상품화가 일반화되고, 성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젠 근본적으로 성매매에 대한 의문을 던져야 할 시기가 온것은 아닐까? 생계형 성매매 여성, 과연 범죄자인가? 사회적 국가적 피해자인가?

헌법재판소는 31일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성매매처벌법 제21조 제1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성매매방지법, 성매매 규모 축소에는 도움

성매매방지법은 2000년과 2002년 전북 군산 대명동과 개복동 화재로 성매매 집결여성 14명이 숨지는 참사를 계기로 성매매산업 해체 운동이 전국적으로 번지면서 2004년 9월 23일 ‘성매매 알선행위 처벌법’과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법’이 시행됐고 이를 성매매특별법으로 통칭했다.

성매매방지법 시행 전인 2002년 형사정책연구원이 조사한 ‘성매매경제규모전국조사’에 따르면 전국 성매매 알선 업체 수는 7개 업종에 5만여 개 업소에 달했다. 종사 여성 수는 최소 33만명으로 20∼30대 여성 인구의 4.1%를 차지했다.

성매매 산업 연간 매출 규모는 유흥업소, 전업형성매매 집결지, 비업소형까지 모두 합쳐 24조 원규모로 추정됐다. 이는 2002년 국내총생산의 4.1%에 해당하는 수치로 당시 농림어업의 비중이 4.4%였던 것으로 비춰보면 실로 대단한 규모다. 그러다가 성매매특별법 시행 후인 2010년 서울대여성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성매매산업 규모는 6조 8,600억 원으로 줄어들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0.65%로 감소했다.

결국 성매매 규모의 감소는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면서 성매매가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 변화때문이었다. 또한 성매매방지법 시행 후 성매매 규모는 줄었지만 강해진 단속으로 신·변종 성매매 업소도 함께 늘어났고, 국내 단속을 피해 ‘해외 원정 성매매’도 늘었다.

헌재가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21조 1항에 대해 합헌을 결정한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한 여성이 합헌 만세를 외치고 있다. (2016.03.31.)


성매매특별법 위헌 소지 많아

미아리 집창촌을 없애고 성매매 근절에 전쟁을 선포했던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 서장도 헌재에서 성매매특별법 위헌 주장을 폈다. 김 전 서장은 성매매특별법이 생김으로 인해 혜택을 기대했는데, 성매매 여성들, 열악한 종사자들이 오히려 이 법 때문에 더 옥죄고 처벌받을까 두려워서 일을 제대로 못하고 이 법의 희생양이 되어 가고 있다면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노영희 변호사는 성적 소수자들이나 성욕은 있지만 이를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람들한테까지도 무조건적으로 불법화하고,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하는 사람들도 처벌하는 것은 좀 지나치며 위헌 소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얼마 전에 세계적 인권 단체인 엠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도 성매매 전면 비범죄화를 결정했다. 그래서 성매매를 처벌 대상에서 전면 제한하는 방안을 표결에 부쳐서 통과시켰다. 세계적으로도 성매매를 비범죄화하자는 의견이 많아지고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65% 정도가 성매매
처벌을 합법이라고 지지하고 있다.

황인환 본지 편집위원장  weis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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