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외의 반전을 거듭하며 야대 여소를 만든 이번 선거에서 야당도 안심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야당이라고 해서 전 국민의 지지를 받은 것도 아니며, 야당 또한 분열로 이어져 교섭단체를 이를 수 있는 신생 제3당의 파란은 여야 불문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됐다. 과연 내년의 대선까지도 국민이 손을 들어줄 것인가.
 

분열에서 파란으로 거듭난 제3당 국민의당의 주요 당선자들.

야당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이번 총선에서 나타났다. 민심은 박근혜 정부를 준엄하게 심판했으며, 언론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밑바닥 여론은 제도권 언론에게도 그 심판의 화살을 함께 날렸다. 과거 공화당, 민정당, 민자당 이래 집권 정통을 이어오던 여당은 처음으로 제2당이라는 추락을 당해야만 했다. 왜 이렇게 국민들은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에게 강력한 경고의 심판을 내렸을까? 그리고 그 심판의 의미는 무엇인가?
 
 첫째, 박근혜 정부가 3년동안 취해왔던 대기업 위주 정책에 대한 심판이었다. 최근 조선, 해운업 등에 몰아닥친 구조조정 바람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초이노믹스는 전혀 소비와 투자를 조성하지 못했다. 경기부양책 일환으로 내세운 금리 인하와 정부의 재정 방출은 1,207조 원이라는 가계 부채와 좀비 기업 양산이라는 경제 위기 국면을 만들어냈다. 국민의 혈세가 은행 이자도 내지 못하는부실 기업 연명책으로 전락해버렸다. 박근혜 정부의 대기업 위주 정책은 세계 경제 불황이라는 외부 환경에 직면하자, 한국 경제 구조의 허약한 체질을 드러낸 것이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도산은 이어지고 있고, 청년 일자리 정책은 그 방향마저 잡지 못하고 있다. 전월세 대란은 그 종착점을 알 수 없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정규직에 육박하고 있는 900만 비정규직 시대는 한국 사회의 고용 불안정과 함께, 미래사회에 대한 꿈과 희망을 앗아가버렸다.
 
 둘째, 박근혜 정부와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국정 운영 스타일에 대한 강한 경고였다. 툭 하면 야당이 발목잡는다고 했지만, 국민들은여당을 심판했다. 불통과 독주는 결국 국민들에 대한 무시로 간주한 것이다. 국정 운영에 대한 비민주성을 강하게 질타한 것이다. 협력과 합의의 민주주의 문화는 사라져 버리고, 힘과 권력의 정치 문화를 앞세웠던 박근혜 정부에 대해 전면적인 변화를 요구한 것이다.
 
 셋째, 새누리당 공천 파동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대통령 권력의 보편성이 사적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였다. 대통령 권력은 정파와 파벌을 초월하여,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 쓰이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국민들은 야당의 정파적 반대보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추진에 힘을 모아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새누리당의 공천 행태는 공공성을 완전히 상실해버렸다. 대통령 권력을 등에 업은 친박은 공천 과정에서 계파적 이익에만 충실했고, 공천 권력을 휘두르면서, 유권자의 선택권을 무시했다. 불균형성과 불공정성에 입각한 공천에대해서 국민들은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국민의 당을 위해 국회 의사당에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보수 세력 변화의 불가피

 국민은 이번 총선에서 보수 정치세력의 변화를 강하게 요구했다.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져버리고 역행했던 정치 행태와 편향된 이념적 스펙트럼에 대해 일대 전환을 요구한 것이다. 합리적 보수 세력이 새누리당 전면에 등장해야 함은 물론이고, 집권 여당다운 균형성을 갖춘 공정한 책임 정당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번 총선 결과로 의회 권력이 야당에게 넘어갔다. 대통령 권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집권 후반기에 의회권력을 야당이 차지하게 된 점에 대해서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일단 권력의 분화현상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즉 권력 구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국회 의장은 집권 여당에서 배출되었다. 또한 집권당의 의석수가 과반 혹은 다수를 차지하는 일이 상례였다. 따라서 집권 여당은 국회에서 청와대와 행정부의 의지 및 정책을 관철시키고, 야당의 정치적 반대에 맞서서 대통령 권력을 보위하는 역할에 충실해 왔다. 집권당의 의석수가 다수를 차지하는 국회의 권력 체제는 대통령 중심제에서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에 힘을 실어주게 되고, 국정 운영에 안정성을 가하게 되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번 총선에서 박근혜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보다 의회권력과의 협력 속에서 국정 운영을 진행하라는 선택을 하였다. 더 이상 박 정부의 국정운영 스타일과 정책에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며, 그 변화를 요구한 것이다. 따라서 권력 구도상 박근혜 정부는 의회와의 협력 속에서 국정 운영을 추진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의회와의 권력분점 구도를 박 정부가 거부하거나 지연한다면 국가 운영은 난맥상을 보일 수도 있다.
 
 결국 박 정부는 의회와의 권력 분점하에서 국가운영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 국민의당 38석도 의회 권력 체제뿐만 아니라 국정 운영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이 되었으나 국민의당은 전통적인 야당 기반인 호남을 석권했으며, 비례득표율에서 전국적으로 고른 20%대를 기록하며, 단순한 지역 정당 이미지를 탈피했다. 또한 안철수라는 강력한 대권 주자를 품에 안게 됨에 따라 정국에 미치는 정치적 파워를 무시하지 못하게 되었다. 더욱이 새누리당의 잠재적 대권 주자들이 대부분 낙선하고 김무성 전 대표도 내상을 입게 됨에 따라 유력 대권 주자가 없는 정당이 되어버렸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 역시 호남에서서의 지지를 상실해버렸기 때문에 야권 유력 대권 주자로서의 지위도 약해졌다. 국민의당은 단순 캐스팅 보트를 넘어서서 정치력 발휘 여부에 따라 정국을 주도하는 정치 세력으로 발돋움할 수도 있게 되었다. 벌써 국회의장 선출을 앞두고, 국민의당 선택이 결정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향후 국회 운영과 의회 권력 체제의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20대 총선은 박근혜 정부의 일대 정책 전환과 국정 운영 스타일 변화 요구와 함께 의회 권력의 야권 장악, 그리고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제3정당으로서의 국민의당 출현은 한국 정치 지형에서의 일대 전환을 요구하는 정치 구도의 변화이다. 일찍이 한국 정치사에서 이러한 정치 지형을 경험하지 못했으며, 국민들은 정치권에게 새로운 정치실험을 요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통령 중심제에 대한 경고
 
 이번 총선결과를 두고 협치 혹은 협력의 정치를 국민들이 요구했다는 점을 언론에서는 강조하고 있다. 즉 기존 대통령중심제하의 일당 다수제 정치 구도가 복잡한 한국 현실 난제들을 해결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국민들의 인식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강력한 대통령제 권력 구조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한국의 대통령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로 불리고 있다. 미국대통령제를 모방, 채용한 한국의 대통령제는 군사정권하의 권위주의적 폐습을 아직도 잔존시키고 있으며, 과도한 권력 집중으로부터 나타나는 폐해를 국민들이 입고 있다. 실제 한국의 대통령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 특히 미국의 대통령제와 비교해도 엄청난 권력을 향유하고 있다. 한국의 대통령은 행정부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입법부 수장, 사법부의 대법관,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나아가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직간접적으로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국정 운영에 있어서 우월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또한 한국의 대통령은 선전포고권과 계엄선포권, 긴급명령권 등에다 헌법개정발의권, 국민투표 부의권까지 거머쥐고 있다.한국의 대통령제는 3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적 견제와 균형 시각에서 볼 때 과도한 권력 집중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박 정부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 스타일에서 과도한 권력 집중의 폐해를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의회 권력을 야권이 장악하도록 총선 선택권을 행사한 점은 권력 독점하의 추진력보다 협력하고 합의하는 정치 모델을 원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부터다. 국민이 선택한 협력적 정치모델, 다원주의적 기반 하에서의 정치 행위 등 이 현 정치권에서 얼마나 관철될지가 의문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그동안 보인 기존 정치인들의 행태를 볼 때, 국민이 요구한 협력적 정치문화보다 기득권 보위적 정치 문화를 탈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먼저 현 정부에서 그 협력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 배제적, 배타적 리더십을 탈피하여 포용적, 협력적 리더십을 보여주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행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대통령권력과 국정운영의 주축인 집권 여당이 먼저 협력 정치의 틀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야당 역시 의회 권력을 장악했다고 해서 현 정권을 견제하는 데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공동이익을 풀어나가고, 해결해나가는 공동책임적 정치 의식을 보여주어야 한다. 갈등과 대립 구조를 과감하게 혁파하고, 새로운 정치모델을 보여줄 책임이 현 정부와 20대 국회에 있다.
 
 내년이면 대통령 선거이다. 또 한번의 심판의 장이 열린다. 국민은 대안을 제시하며 국가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정직하게 일하는 정당과 정치인을 선택할 것이다. 반면에 기득권과 구태를 고집하면서, 상대 정파들을 공격하고 네 탓만 하는 정당과 정치인은 심판받을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은 정치권이 협력과 합의의 정치 문화를 펼쳐 줄 것을 강하게 주문하고 그 구도를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치인들 손에 달려 있다. 그들이 그동안의 타성과 그릇된 정치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치 모델을 만든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아지겠지만, 만약 국민에게 부여받은 임무를 20대 국회와 현 정부가 거스른다면, 그들은 다시 준엄하게 심판받을 것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우리가 선출한 대리인들을 항상 심판만 하고, 정작 심판자인 국민들은 고통의 나락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더욱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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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 기자  mjknews21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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