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박상병 정가산책
양당체제 붕괴, 무엇을 의미하나
박상병 시사평론가 | 승인 2016.05.03 14:46|(194호)
4.13 총선은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에겐 심판을, 더민주에겐 그 반사효과를 톡톡히 안겨줬다. 더민주마저 싫은 유권자들의 선택은 국민의당에 집중됐다. 그 결과 국민의당은 38석으로 원내 3당이 돼 16대 총선 이후 16년 만에 양당체제를 붕괴시켰다. 국민의당은 정당득표율에서 제1당인 더민주보다 더 높은 지지를 받았다. 따라서 이번 20대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요구는 곧 양당체제에 대한 심판이었다고 말 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양당제든 다당제든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 할 수는 없다. 그 나라의 독특한 정치문화에 의해 형성되고 선택된 제도라면 그것이 제일 좋다. 미국의 양당제와 독일 등의 다당제는 그렇게 진화된 것이다. 특히 ‘대통령 중심제’일수록 양당제 전통이 강한 것도 권력집중에 따른 정치적 산물이다. 집권당에 대항하는 강력한 야당의 존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양당체제, 적대적 공생관계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사실상 다당제 정치문화가 자리 잡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선거제도마저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기에 제3당의 출현을 사실상 봉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화 이후 국민의 변화 요구가 분출돼 자민련 등의 제3당이 출현한 적이 있긴 하지만 곧 소멸되고 만 것도 이런 배경이다. 양당의 담합체제 속에 버텨내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양당체제는 그들만의 성채를 쌓으며 오랫동안 ‘적대적 공생관계’를 형성시켜 왔던 것이다. 여야로 나뉘어져 서로 싸우면서도 결국은 그들만의 이익을 공유하며 지금까지 존립해 왔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양당체제는 거대한 ‘정치적 기득권 집단’에 다름 아니었다.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기득권을 누리며 정치사회의 거대한 ‘담합 구조’를 형성시켜 왔던 셈이다.
그러나 양당체제의 성채가 높아지고 담합구조가 더 단단해질수록 국민의 생활세계와는 더 멀어져갔다. 사회 각 분야의 변화 요구와 국민의 절박한 삶의 무게를 담아낼 ‘그릇’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18대 국회에 이어 19대 국회마저 ‘역대 최악의 국회’로 평가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라 하겠다. ‘소통 부재’, ‘정치 실종’이 늘 따라다녔던 것이 우리 국회의 단면이었다. 과반의석을 가진 집권당이 툭하면 ‘국회선진화법’ 탓을 하는 행태는 의회정치의 기본에서도 한 참 빗나간 것이다. 이것이 우리 의회정치의 수준이었으며, 양당 담합체제가 자초한 정치적 무능의 실체였다.
그러나 국민의 절박한 삶과 유리된 ‘그들만의 성채’는 결국 국민의당 출현으로 붕괴되고 말았다. 과반의석을 가진 집권당이 총선에서 제2당으로 추락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게다가 제3당이 제1당보다 정당득표율이 더 높았던 것도 이번이 초유의 일이다. 그만큼 기성정치, 즉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시켜 왔던 양당체제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컸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제 더 이상 적대적 공생관계는 안 된다. 대화하고 타협하며 민생을 해결하라는 것이 이번 총선에서 표출된 민심의 목소리라 하겠다. 물론 국민의당이 과거 제3당의 운명과 다를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16년 만에 이뤄진 양당체제 붕괴는 기성 정치에 대한 ‘축적된 분노’가 일거에 폭발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스페인, 양당체제 붕괴의 배경
 
우리나라보다 조금 먼저 우리보다 더 강고했던 양당체제가 붕괴된 곳이 있다. 바로 스페인이다. 지난해 12월 20일, 프랑코 정권의 독재정치 이후 무려 34년 동안 이어져왔던 스페인의 양당체제가 붕괴됐다. 중도 우파의 집권 국민당(PP)과 중도 좌파의 사회노동당(PSOE)이 주고받았던 스페인 정당정치는 좌파 신생 정당인 포데모스(Podemos)와 우파 신생정당인 시우다다노스(Ciudadanos)가 돌풍을 일으키며 4당 체체로 재편된 것이다. 중도 좌우 세력이 독점했던 양당체제가 더 넓은 이념 지형으로 분화된 셈이다.
스페인의 양당체제 붕괴는 우리나라와 많이 닮았다. 오랜 독재정치 이후에 형성된 민주화 국면에서 정치는 사회적 요구를 담아내는 그릇이 되지 못했다. 무려 34년동안 이어졌던 양당체제는 결국 여야 모두 내부의 분화를 통해 붕괴됐다고 볼 수 있다. 사회노동당은 2008년 금융위기 파고를 넘지 못해 국민당에 정권을 넘겨줬다. 그러나 국민당도 금융위기 이후의 경제정책이 잇달아 실패하면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고 말았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긴축재정 기조를 유지했지만 결국 복지 축소에 대한 국민적 불만을 설득시키지 못했다. 실업률이 폭등하고 양극화는 심화되었으며 경기마저 갈수록 침체되자 국민의 삶은 더 어려워졌다. 정권교체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었고, 이에 집권 세력의 부패 스캔들까지 불거지면서 국민적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이런 정치 환경에서 제3당으로 돌풍을 일으킨 포데모스가 탄생했다. 포데모스는 금융위기 이후 2011년 스페인 사회를 들끓게 했던 ‘분노하라’는 국민적 저항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면서 스페인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포데모스는 결국 지난 총선에서 양당체제를 붕괴시키고 4당체제를 개막하는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포데모스와 4당인 시우다아노스 모두 30대의 젊은 지도자가 총선 승리를 이끌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스페인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양당체제의 담장이 높고 기득권 체제가 오랫동안 유지돼 왔다고 하더라도 국민적 분노를 폭발시킬 수 있는 정치 지도자와 정치세력이 있다면 ‘낡은 그릇’은 깨지기 마련이다. 40년만에 양당체제를 붕괴시킨 그리스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양당체제의 붕괴는 단순히 정당체제의 변화로만 볼 일이 아니다. ‘앙시앙 레짐(구체제)’을 붕괴 시키려는 국민적 저항의 에너지가 펄펄 끓고 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스페인과 그리스가 그랬으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정치가 국민적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런 정치를 해결하기 위해 결국은 국민이 나선다는 엄중한 교훈을 배워야 한다. 총선 이후에도 스페인 정국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4당체제가 그 해법이 안 된다면 스페인 국민은 다시 새로운 대안을 찾을 것이다. 16년 만에 구축된 한국의 3당체제도 그 성과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마침 내년 말에는 19대 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양당체제를 붕괴시킨 우리 국민의 저항과 분노를 확인했다면 이제는 차기 대선을 어떻게 준비 할지 여야 3당의 고민은 더 진중하고 냉철해야 한다.

박상병 시사평론가  estkin@mjknews.com

<저작권자 © 정경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상병 시사평론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인기뉴스
    발행인 인사말회사소개정경시론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50-010)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1-11 한서리버파크 1405호  |  대표전화 : 02)782-2121  |  팩스 : 02)782-9898
    사업자등록번호: 107-06-75667  |  제호 : 데일리정경뉴스  |  등록일자 2005년 5월  |  등록번호 : 서울아00449
    발행일 : 2000년 4월  |  대표이사: 최재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최재영
    Copyright © 2021 정경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