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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포스트 박으로 거듭 날 것인가
박상병 시사평론가 | 승인 2016.04.12 10:35|(193호)
박상병 시사평론가·정치학 박사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달 23일 밤 결국 탈당했다. 아니 탈당을 할 수밖에 없는 초읽기에 몰려 반 강제적으로 쫓겨 난 셈이다. 324일이 국회의원 선거 후보 등록일인데도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끝내 유승민 의원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 후보자를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탈당하지 않으면 무소속 출마도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탈당한 것이다. 일을 이렇게 만든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이런 식으로 공천을 하는 작태는 두고두고 우리 선거정치사에 큰 오명으로 기록될 것이다.

 

다시 헌법1조를 말하다

이한구 위원장은 어쩔 수 없이 탈당하는 유승민 의원을 향해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이 위원장은 유승민 의원이 우리당에 입당한 이래 꽃신을 신고 꽃길만 걸었다. 우리 당을 모욕하고 침을 뱉으며 자기 정치를 위해 떠난 것이다라며 끝까지 험담을 했다. 심지어 이 위원장은 그토록 혜택 받았던 당을 버리고 오늘의 정치인 위치를 만들어 주고 도와준 선배, 동료에 인간적 배신감을 던져주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유 의원을 배신자로 낙인까지 찍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유승민 의원은 더 이상 대응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무시해 버렸다. 자신을 허허벌판으로 내쫓은 이한구 위원장의 비난에 더 이상의 무슨 대응이 필요 하겠는가. 게다가 이미 새누리당을 떠난 몸이 아닌가. 이런 점에서 유승민 의원의 절제된 반응이 오히려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유승민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을 하면서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고 정의도 아니다라며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 보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헌법 12, 즉 대한민국의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규정을 언급했다. 이 말은 곧 이한구 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친박계 핵심 세력에 대한 저항이요 비판으로 보인다. 물론 그 배후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음은 모두가 알고 있는 그대로이다. 유 의원이 언급한 헌법 1조의 메시지는 곧 새누리당 공천 작업의 실체를 그대로 폭로하고 있다. 국민이나 당원의 뜻과는 별 상관없이 보복성 사천(私薦)’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김무성 대표의 이른바 옥새 투쟁도 바로 이 연장선에 있다. 오죽했으면 후보 등록일에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 등 5곳의 의결을 보류한 채 부산으로 내려 가버렸을까 싶다.

심지어 공천에서 탈락한 주호영 의원이 제기한 공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는 일까지 일어났다. 주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절차가 합법적이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이한구 위원장이 도대체 무엇을 믿고 무소불위의 공천권을 휘두르고 있는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도, 유승민 의원도 심지어 법원도 이런 공천 행태에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여론도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이한구 위원장은 당당해 보인다. 이대로 가면서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일까. 아니면 이른바 진박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면 설사 총선에서 다수의 의석수를 잃어도 좋다는 것일까. 그리고 그 공으로 총선 이후 박 대통령으로부터 큰 선물이라도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두고 볼 일이다. 상식과 원칙이 깨지고 민심과도 동떨어진 공천 작업, 청와대 권력의 의중이 크게 작용한 그런 공천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 지켜 볼 일이다.

 

유승민과 대구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이한구 위원장의 공천 작업은 사실 친박 패권주의의 실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수법도 꼼수요, 그 과정도 잔인할 정도로 무섭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내치고 밀어내고 고사(枯死)까지 시켜버렸다. 그러다 보니 박 대통령 눈 밖에 난 한 사람을 제거하려다 공천 과정이 전체적으로 엉망이 돼 버렸다. ‘막장 공천도 이런 경우가 흔치 않을 것이다. 총선 때 화난 민심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참으로 궁금한 대목이다.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가 있는 대구 민심도 그리 간단치 않을 것이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애정이야 얼마나 강하겠는가. 물론 새누리당의 심장부다운 지역 민심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대구 유권자들도 최소한의 분별력은 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과 유승민 의원을 지지하는 것은 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그리고 총선은 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 청와대 권력이 그들의 손으로 국회의원을 찍어 낸다면 과거 유신정권 시대의 유정회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아무리 대구 민심이라고 하더라도 아닌 것은 아닌 것으로 봐야 한다. 그것이 박근혜정부의 성공과 새누리당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이제 유승민 의원의 당선 여부는 20대 총선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유 의원이 당선 된다면 그 메시지는 대구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이후의 대구(TK)지역을 대표하는 전국적인 지도자로 발돋움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포스트 박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더 진화된 새누리당, 변화를 갈망하는 대구의 민심도 그와 함께 갈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변화의 기조는 비단 대구 지역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총선 이후는 곧 대선 정국이 시작된다. 박 대통령 이후의 대구 민심은 누구에게 마음을 줄 것인가. 유승민이 그 답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혹여 유승민 의원이 총선에서 패배하더라도 그에겐 끝난 게임이 아니다. 임기 말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 되고, 박근혜정부에 대한 비판과 비토가 심할 때 여권 지지자들은 그들의 위기를 누구에게 호소할 수 있겠는가. 어차피 가장 강력한 차기 대선주자를 부각 시킬 수밖에 없다. 물론 김무성 대표도 있고 일각에서 거론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뚜렷하게 구분되고 게다가 중도층과 야권의 일부 지지층까지 견인할 수 있는 인물이 누가 있을까. 대한민국 헌법 1조를 역설하며 끝까지 정의를 추구했던 인물, 유승민 의원은 참신한 대안일 수 있다. 설사 대선후보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장 큰 자산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유승민 의원의 공천 파동은 이미 유승민 의원의 승리로 끝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청와대 권력이, 이한구 위원장이 그렇게 만들어 버렸다. 남은 과제는 이제 유승민 의원 몫이다.

박상병 시사평론가  estkin@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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