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총선을 앞두고 야권의 분열이 계속되는 가운데 법조인, 의사, 언론인 출신 잠룡들의 대결이 눈에 띈다. 국민의 관심이 총선에 쏠리면서 수면 아래의 대권 전쟁이 예사롭지 않다. 정권 재창출이 목표인 여당에서는 레임덕을 우려해 잠룡들이 잠잠하지만, 야권은 기세 싸움이 거세다. 기존 대권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물론 천정배, 김한길 의원, 정동영 전 의원까지도 언제나 대권에 도전할 만한 인물로 거론된다. 총선 승리라는 공동의 목표를 지녔지만 ‘통’이라는 최종 목표에 도달하는 사람은 단, 한 명이라는 점에서 수면 아래의 경쟁이 뜨겁다.

이들 잠룡의 전공과 직업을 분석하면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즉, 정치 입문 이전 이들 후보의 직업은 전직 대통령들과 비교된다. 문재인 전 대표와 천정배 의원은 법조인 출신이고 안철수 의원은 의사와 프로그래머라는 이색 직업군의 길을 걸었다. 김한길 의원과 정동영 전 의원은 언론인 출신이다.

그간 대한민국은 11명의 대통령을 배출했고 이 가운데 법조인 출신이라 불릴 인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윤보선, 최규하 전 대통령은 각각 고고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법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법조인으로 분류하기에 무리가 있다. 윤보선 전 대통령은 사회운동가 내지 정치가로 볼 수 있고 최규하 전 대통령은 서울대 교수를 지내는 등 학자 유형이다. 이들 대통령 모두는 정부 기관에서 일하며 행정 관료 경험을 쌓고 대통령에 올랐다. 단순히 전공과 직업으로 보자면 문재인 전 대표와 천정배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깝다.
 

(좌측부터) 김한길 의원, 안철수 의원, 문재인 의원, 정동영 전 의원, 천정배 의원

안철수 의원의 출신은 특이하다. 주지하다시피 역대 대통령 중에는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렵다. 의사 출신이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의 이력은 국민의 관심을 모은다. 안 의원이 정치권의 문을 처음 두드리면서 ‘안풍’ 내지는 ‘안철수 신드롬’을 일으킨 건 전공, 직업과 무관하지 않다. 천재로 분류되면서 사람과 컴퓨터를 치료한다는 이미지는 그의 매력을 높였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현 정권의 수장인 박근혜 대통령과 유사성을 찾는 이들도 있다. 여성 대통령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안 의원이 지녔다는 얘기다. 최근 더민주와 대결에서 ‘강철수’로 불리며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유화한 이미지가 여전히 지지도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정치권에서 흘러나온다.

한편, 김한길 의원과 정동영 전 의원은 비교 대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승만과 윤보선 전 대통령이 언론계 생활을 거쳤다. 이승만 박사는 조지워싱턴, 하버드, 프린스턴 등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뒤 1896년 당시 주간으로 발행되던 협성회보에서 주필을 지냈다. 윤보선 전 대통령은 1948년 제2대 서울시장이 되기 전인 1946년 민중일보 사장으로 언론인 생활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