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 등원을 노리는 국수 조훈현 9단이 지난 3월 9일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다가오는 4·13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여당의 이색 인재 영입과 시도가 눈에 띈다. 국민의 시선을 끌고 선거에서 이기려는 정략의 산물이다. 그간 단골로 거론되던 유명 연예인은 물론, 국민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 정치권에 회자된다. 산악인부터 바둑 고수, 스포츠 선수 등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문을 두드리는 형국이다.

지난 3월 9일 조훈현 9단은 새누리당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바둑천재 이창호 9단의 스승이자, 국민 바둑 고수로 여겨지는 그의 여당행은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입당 발표는 이날 있었지만 실상 조 9단의 정치권 입성 얘기는 3~4년 전부터 흘러나왔다. 한중일 가운데 우리나라의 바둑 실력을 독보적으로 만든 인물이자, 청출어람의 제자를 키워내 조 9단은 정치권에 항상 매력적이었다. 수년에 걸쳐 정치 인사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은 건 일면 당연하게 여겨진다.

올해 만 63세인 조 9단이 이번 총선 뒤 국회에 입성할 경우, 새누리당으로서는 다음 총선에서도 그의 인지도를 활용할 여지가 생긴다. 여기에 조 9단의 출생지가 전라남도 목포라는 점에서 여당에게는 커다란 선물이 된다. 야당 텃밭인 호남 지역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가짐으로써 영향력을 넓힐 여지가 생긴다는 얘기다. 1962년 9살의 나이로 프로에 입단한 뒤, 줄곧 외길을 걸어온 조 9단은 야당에 아픈 가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조 9단 영입은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의원은 국회 기우회 회장을 맡고 있다. 실제 원 의원은 9일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언급하며 바둑 사랑을 과시했다. 그는 회의 석상에서 “우리나라도 바둑 인구가 천만에 들어섰고 오늘로써 대한민국의 바둑이 또 하나의 세계적인 한류로 발돋움하는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수’ 영입이 성공적이었다면 산악계의 전설 엄홍길 대장 영입은 진행형이다.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상남도 고성 출신의 엄 대장은 박근혜 정권에 들어서도 여전히 활발한 대외 활동을 보였다. 그는 2013년 대한민국 창조경영인상을 받았고 같은 해 안전행정부 안전문화 홍보대사, 2014년 국립공원 홍보대사 등을 지냈다.

이처럼 여당과 관계가 좋은 엄 대장의 정치 성향은 일단 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 대장’으로 여겨지는 엄 대장은 지난 3월 11일 대구 동구갑에 출마하는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친박 성향은 물론, 야당과 관계가 껄끄러운 정 전 장관에 힘을 실어준 만큼 엄 대장은 야당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게 됐다.

김의상 기자  mjknews21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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