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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샷법 발의 211일 만에 국회 통과…사업구조 재편 촉진그룹 내 구조조정 빨라지고 조선·철강·해운 산업 구조조정 탄력 받을 듯
김의상 기자 | 승인 2016.03.07 11:07|(192호)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이 2월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앞으로 소규모 합병 요건이 크게 완화되는 등 인수·합병 관련 절차가 간소화된다. 이 법은 3년간 한시적으로 상법, 공정거래법, 세제·금융상 규제 문턱을 낮춰 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거나 인수·합병 등으로 사업 재편을 할 때 걸리는 시간과 규제 등을 대폭 줄여 글로벌 환경에 빠르게 대처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관련 규제 및 절차에 대한 특례를 한꺼번에 담고 있어, 술이나 음료 한 잔을 한 번에 모두 마신다는 뜻의 원샷을 따 ‘원샷법’으로 불린다. 이 법은 일본이 1999년 제정한 산업활력재생특별조치법(현 산업경쟁력강화법)을 참고했다.


 
7개월 진통 끝에 본회의 통과
박근혜 정부의 중점 경제활성화법안인 기업활력제고특별법안, 이른바 원샷법이 관제 서명 논란 끝에 여야 합의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원샷법이 통과됨에 따라 기업의 사업재편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시행령과 지침 등 후속조치를 통해 원샷법의 조속한 적용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회는 2월 4일 오후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원샷법을 통과시켰다. 원샷법은 재석의원 223명 가운데 찬성 174명, 반대 24명, 기권 25명으로 가결됐다. 정부 측 요구로 지난해 7월 9일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 211일만이다.
이후 원샷법은 정부로 이송돼 2월 12일 공개발표됐다. 정부 공표 6개월 뒤에 법이 시행되는 것을 고려하면 오는 8월에는 첫 원샷법 수혜기업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법의 유효 기간은 3년이다.
이날 본회의는 고성이 오가면서 다소 격앙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원샷법 표결 직전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300명의 국회의원이 합의한 안을 의원도 아닌 비대위원장인가 하는 분이 뒤집어 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면서 김종인 위원장의 지난 1월 29일 합의 파기를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더민주 의석에서는 “그만해”, “내려와” 등의 고성이 터져 나왔다.

 
발의에서 통과까지
원샷법 발의에서 통과까지 걸린 211일에는 여야가 토론하고 심사하는 데 들어간 시간 외에 허송세월한 기간이 상당하다. 선거구 획정을 위한 공직선거법과 맞물리면서 정치쟁점화됐기 때문이다.
원샷법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은 대기업 포함 여부에서 시작됐다. 야당은 원샷법 적용대상에서 대기업을 제외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가 12월 23일 소관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한발 양보해 대기업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대신 조선·철강·석유화학 업종에 한하는 조건이 붙었다. 즉 A라는 대기업에서 A조선은 원샷법 적용 대상이지만 A전자는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야당이 한발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정부·여당은 모든 대기업을 포함하지 않으면 법안의 취지가 퇴색된다는 이유에서 수용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12월 29일 다른 조건을 내걸었다. 원샷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안(상생법)을 일괄타결해서 통과시키자는 제안이었다. 상생법은 중소기업자단체가 동반성장위원회에 적합업종의 합의·도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위원회는 신청일을 기점으로 1년 내에 합의를 마치도록 강제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이 같은 제안에 즉시 거부 의사를 밝혔다. 기한을 정하지 않고 대-중소기업 간 협의가 중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이처럼 상임위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양당 지도부 회동으로 법안이 넘어갔다. 그러나 지도부 선에서도 해결하지 못하고 상임위로 다시 넘어가면서 결국 연내 처리가 무산됐다.
7개월간 갈팡질팡하던 원샷법은 야당이 1월 21일 대기업 배제 요구를 전면 철회하면서 극적 타결되는 듯했다. 그동안 원샷법은 대기업이 악용할 수 없도록 4가지의 안전장치를 두고 법 유효 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게 됐다. 이후 여야는 1월 23일 ‘29일 본회의를 열고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선거법 개정안을 이유로 본회의 개최를 반대하면서 또 다시 물거품이 되는 듯했다.
이후 원샷법 표결을 위한 본회의가 열리기 3일 전인 2월 1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관계부처 장관들과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유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구조개혁의 성패는 입법에 달렸다”며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과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이 통과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적용 기업 기준은?
원샷법은 과잉공급을 해소하기 위해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기업을 적용대상으로 한다. 여당과 재계의 주장에 따르면 과잉공급업종 기업 대부분이 대기업이다. 물론 중소·중견기업도 포함된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원샷법의 모태인 일본 ‘산업경쟁력강화법’의 공급과잉 기준을 국내 제조업에 적용한 결과,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한국 주력산업 194개 품목 중 약 30%가 적용 대상에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는 과잉공급업종을 판단할 수 있는 세부기준을 시행령 및 지침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고, 이와 관련해 업종별 분석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원샷법 제정은 정부가 민간의 사업재편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기반을 구축한 데에 의의가 있다”면서 “과잉공급 여부 판단기준 등 사업재편계획 승인기준, 심의위원회 구성 등 세부사항을 담은 시행령과 지침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은 과잉공급의 판단 기준을 상품의 기능이 대체(代替)적이며 생산방식이 유사한 업종 등에서 매출액영업이익률 평균치가 과거 20년 평균 대비 최근 3년간 15% 이상 감소하고, 상품가격이 원재료 비용보다 1년간 평균하락률이 낮거나 상품가격이 원재료 비용보다 1년간 평균상승률이 높은 경우, 당분간 수요회복이 기대되지 않거나 업종의 특성상 수요 변화에 가변적으로 대응할 수 없을 때로 제시하고 있다.

소규모 합병 활발해질 듯
원샷법 대상 법인은 상법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특례를 적용받고 과세이연 등의 세제 혜택도 제공받을 수 있다. 대상 법인에 적용되는 특례는 ▲소규모 (분할)합병 요건 완화 ▲간이 (분할)합병 요건 완화 ▲합병 등 주주총회 절차 간소화 ▲주식매수청구권 절차 간소화 ▲지주회사 규제의 유예기간 연장 ▲지주회사의 자회사 규제에 관한 특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 규제에 관한 특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규제에 관한 특례 등이다.
이에 따라 소규모 합병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원샷법은 신속한 사업재편을 위해 합병으로 발행하는 신주가치가 존속회사 총 주식가치의 20% 이하면 존속회사의 주주총회 결의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처리할 수 있게 했다. 일반 상법 10% 요건을 20%로 완화해 기업의 빠른 사업재편을 돕겠다는 것이다. 다만 사업재편기간 중에 한 차례만 가능하다. 또 독점 사업권이나 인허가권, 특허 및 브랜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이른바 피합병회사를 존속법인으로 하는 ‘역삼각합병’도 허용했다.
아울러 합병과정에서 채권자 이의 제출 기간을 1개월에서 10일, 주식매수청구 기간을 20일에서 10일, 주주총회 소집 공고기간을 2주일 전에서 1주일 전으로 각각 단축해 인수합병 속도가 빨라진다. 이로 인해 120일 걸리는 합병 기간을 최대 45일까지 줄일 수 있다. 또 해당기업의 반대주주 주식매수 의무기간을 1개월(비상장 2개월)에서 3개월(비상장 6개월)로 늘렸다. 단 소규모 합병에 대해서는 현행 상법상 합병 반대 주주비율 20%에서 10% 이상만 반대하더라도 합병이 불가능해진다.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다.

 
유일호 부총리는 2월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며 원샷법 입법을 호소했다. 왼쪽부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후 승인취소로 악용 막는다
지주회사는 부채비율이 자본총액의 200%로 제한되고 자회사의 지분을 일정비율 이상(상장 20%·비상장 40%) 취득해야 하지만 사업재편 기간에는 이 규정의 적용을 유예한다. 비계열사와 자회사가 아닌 국내(지분 5% 미만) 계열사에 대한 출자규제도 적용하지 않는다. 사업재편과 주력사업 육성과정에서 지주회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단 사업재편 승인기업이 지주회사이고, 이 지주회사가 자회사 주식을 소유하는 경우만 적용된다. 자회사가 아닌 국내 계열회사의 주식을 소유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지주회사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지분 소유는 100% 소유할 때만 허용돼 사실상 증손회사 보유가 불가능했으나, 한시적으로 50%로 낮춘다.
또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 회사는 사업재편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순환출자나 상호출자를 하게 될 때 해소유예 기간이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된다. 재계 의견을 반영해 헐값매각 또는 재원마련 어려움 등을 인정한 것이다.
이와 함께 합병 후 신설되는 법인의 등록면허세를 깎아주고 주식양도차익 과세 연기 등 세제 혜택을 주는 내용도 담겼다.
원샷법에 담긴 지주회사나 상호출자제한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가 재벌 총수의 지배구조 강화 또는 경영권 승계 등 목적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사후 승인취소를 통해 차단 가능하다. 만약 사업재편 승인 이후에 악용 사실이 발견되면 사후 승인취소가 가능하도록 했고 금융·세제 지원액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단기적 효과 부진…중장기적으론 긍정적 영향 미칠 것
한편 법 적용 대상을 과잉공급 해당 업종,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경우로 제한하는 것은 정상 기업의 사전적 사업재편을 통한 경쟁력 제고라는 법 취지에서 어긋난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일본처럼 부실기업을 포함해 승인요건을 만족하는 모든 기업으로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산업계는 최근 “조선, 철강, 석유화학 분야 외에 기계, 자동차, 전기·전자, 섬유 등 다른 주력 제조업 모두 언제 어떻게 어려움에 직면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원샷법이 선제적으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인 만큼 특정 업종을 전제해 법을 제정할 수도, 제정해서도 안 된다”는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실제 원샷법은 대기업 관련 조항 등이 대거 삭제된 채 국회를 통과해 ‘반샷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소규모 합병 규제를 완화했지만, 합병신주 요건 완화가 경영권 승계 등에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도 강화한 것에 대한 지적이다.
하지만 각종 제한에도 불구하고 규제 완화라는 측면에서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해석이다. 건설이나 중공업 등 최근 업계현황 부진을 겪고 있는 자회사로 인해 실적이 나빠진 지주사들이 자회사 구조조정을 통해 실적을 개선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김의상 기자  estkin@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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