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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위기론, 정말 불안하다
박상병 시사평론가 정치학 박사 | 승인 2016.03.03 17:10|(192호)
박상병 시사평론가 정치학 박사
정말 이런 적이 있었던가 싶다. 우리사회 전체에 활력이 사라지고 사람들의 표정에도 웃음기가 없다. 어딜 가나 찬바람이 부는 듯한 싸늘한 기운이 흐르고 서로 냉소와 무관심의 눈빛만 오간다. 골목마다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의 눈물이 넘쳐나고 삶에 찌든 서민들의 목소리는 분노를 넘어 절망으로 치닫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도 길을 잃고 있다. ‘흙수저’로 태어난 젊은이들에겐 희망을 말하기조차 부끄럽다. 하위직 공무원 시험이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보였다는 뉴스는 차라리 귀를 막고 싶을 뿐이다. 혼용무도(昏庸無道)라고 했던가. 점점 이 말이 가슴을 때린다.
어디 그 뿐인가. 멀쩡한 일자리도 언제 쫓겨날지 위태롭다. 이른바 ‘쉬운 해고’가 정착될 경우 어느 누구도 안전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근로자들을 쫓아낼 구실도 넘치고 넘칠 것이다. 번듯한 일자리도 이럴진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통이야 말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사회적 환경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여성과 장애인, 특히 어르신들에 대한 사회적 고민은 늘 뒤로 밀려버리고 만다. 선거 때만 되면 그럴듯한 얘기가 나오지만 그 뿐이다. 이런 현실에서 상식과 양식을 갖고 뭇사람들과 만나기가 솔직히 편치 않다. 나까지 광풍(狂風)에 떠밀려가는 것은 아닌지 늘 긴장되고 평정심(平靜心)을 찾으려 애쓴다. 그럼에도 돌아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되었는가”하는 자문과 성찰뿐이다.

누가 위기를 말하는가
언제부턴가 우리는 ‘위기’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듯하다. 어딜가든, 무엇을 하든 우리는 위기 속에서 산다. 아니 위기가 아닌 것이 없을 정도로 위기가 일상화돼 버렸다. 그래서 누가 위기를 외쳐도 듣는 사람들은 대체로 무덤덤하다. 어쩌면 이런 현상이야말로 정말 위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그 어떤 진중함이나 위기 의식도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위기론 마저 손익계산서에 따라 셈법이 다르다면 이것이야말로 정말 큰 위기가 아닐까.
그런데 꼭 따져봐야 할 대목이 있다. 누가 위기를 말하는가 하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조직이나 기구의 리더가 위기를 말할 때는 지금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함께 극복해 나가자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래서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이 리더십의 주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큰 목소리로 위기를 말해놓고 실상은 자신의 안위나 이익을 좆는다면 그는 이미 리더가 아니다. 위기를 빙자해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장사꾼과 다름 없다. 정치 영역에서는 이런 종류의 리더를 정상배(政商輩)라고 부른다.
한국경제가 위기라고 한다. 체감하는 국민은 정말 위기를 느낀다. 그런데 정부 여당이 더 큰 목소리로 ‘위기론’을 외치고 있다. 무슨 뜻일까. 경제는 심리라고 했는데, 정부가 위기론을 강조하다보니 심리는 불안해지고 경제는 더 위축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핵심은 정치다. 경제 위기론을 외쳐야 정치권을 압박할 수 있으며, 또 그래야 원하는 경제 관련 입법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식으로 경제에 접근하다보니 경제 위기론은 이미 구조화 돼버렸다. 가계부채가 1,200조 원을 넘어서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으로 확대돼도 그 뿐이다. 위기론을 앞세워 정상배 수준의 이익을 좆는 셈이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안보위기론이 득세
경제위기론이 좀 잠잠하는 듯 싶더니 최근에는 안보위기론이 득세하고 있다. 물론 그 빌미는 북한이 제공했다.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로켓까지 발사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작은 동향에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심지어 청와대를 공격하겠다는 막말까지 쏟아내고 있다. 물론 북한의 이런 언행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 또한 정부 차원에서 안보위기론을 부추기는 데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경제위기 속에서 안보위기까지 겹친다면 이는 정말 중대한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불과 몇 달 사이에 경제위기와 안보위기를 동시에 떠안고 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개성공단 폐쇄 조치는 그 정점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분위기를 이렇게 몰고 간주체는 정치권이다. 특히 여권이 연일 각종 안보위기론을 조성하면서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뉴스를 듣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대형 테러사태가 벌어질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이에 언론까지 더불어 춤을 추는 형국이다. 평정심을 찾기 어려운 지경이다.
논리적으로 따져보자. 경제가 위기에 있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안보만큼은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경제가 위기에 있다고 하면서도 개성공단을 폐쇄하며 안보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런 조치는 어렵다는 경제를 더 어렵게 할 뿐이다. 이 뿐이 아니다. 갑자기 사드(THAAD)를 배치하겠다며 중국과 논란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 비중의 25%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 뻔히 알면서도 사드가 ‘방어용’이라며 끝내 관철시킬 태세다. 경제위기와 사드, 도대체 무엇이 진실이란 말인가. 논리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
안보위기론의 핵심에도 결국 정치가 있다는 것을 숨길 수 없다. 국회에서는 ‘테러방지법’을 놓고 여야가 대치했다. 1964년 4월 당시 신민당 김대중 의원 이후 52년 만에 야당 의원들에 의해 필리버스터가 행사되기도 했다. 여권의 뜻대로 테러방지법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안보위기론이 유효했다. 물론 저 멀리 뒤에는 미국의 노림수가 있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가 맞고 있는 지금의 경제위기론과 안보위기론, 이 얼마나 참담한 일인가. 그럼에도 나름대로 굴러가는 대한민국이 참으로 용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그러나 진짜 위기가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경제위기론에 이어 안보위기론까지, 그리고 그 주범이 정치라는 점에서 ‘정치위기론’까지 지적해야 한다. 마침 20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말로는 민생을 말하지만 민생을 망치는 자들, 겉으로는 경제위기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경제위기를 더 부추기는 자들 그리고 안보위기를 말하지만 사실상 안보 장사를 하는 자들을 유권자들이 제대로 가려내서 이번 총선에서 심판해야 한다. 어떤 생명체든 내부의 암덩어리를 도려내지 않으면 결국은 통째로 죽기 마련이다. 정치가 더 위기다. 그렇다면 이번만큼은 유권자들이 제대로 칼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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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 시사평론가 정치학 박사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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