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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에 빠진 한국의 앞날, 어떻게 파국을 피할 것인가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 승인 2016.03.03 17:09|(192호)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한 나라 경제라는것도 사람이 나이를 먹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고도 성장기는 언제까지 계속될 수 없으면, 언젠가는 저성장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사실 역사적인 관찰에 의해서 충분히 입증되는 주장이다. 서구 선진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과 중국들이 거의 비슷한 성장 궤적을 걸어왔다.
조간신문에는 “우리 경제, 회춘 꿈 버리고 체력유지 전략 써야”(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의 칼럼이 실렸다. 저성장기를 방어하는 수준도 선전하는 것이라는 논리는 다음과 같다.
“2%대 성장률을 보고 패닉에 빠지는 것도 금물이다. 혁신경제와 구조개혁의 목적은 회춘이 아니라 2%대의 성장률을 앞으로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후발 공업국에 따라잡히고 노령화가 진행되는 이중고 속에서 ‘1인당 국민소득 증가율 2%’를 장기간 유지함으로써 현재 위치에 도달했다.”
사람들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처방이 다를 수밖에 없다. 현 상태대로 가면 2%대 성장률도 유지하기 힘들다는 데 우리의 고민이 있다. 노령화의 영향이 급속도로 우리 사회를 삼키기 전에 좀더 과감한 개혁 조치를 취해야 그나마 장기적으로 2%대 성장률도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나라 경제라는 것도 상승 국면이 있고 하강 국면이 있다. 사람들이 미래를 암울하게 바라보기 시작하고 이런 추세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자꾸 늘어나다 보면 경제 또한 다수 사람들의 마음 먹은 대로 그 모습을 갖추게 될 수밖에 없다. 수성과 공세라는 두 단어 중 어떤 조직이든 나라든 간에 수성에 골몰하게 되면 수성의 목표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공세가 모든 활동의 중심을 차지하게 되면 기대치에 준하는 결실을 거둘 수 없을지라도 그만큼 선전하게 된다. 우리 옛말에 “공세가 최고의 방어다”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경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필자는 <3년 후, 한국은 없다>라는 신간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빚이 얼마나 증가해 왔는지를 조사해 보았다. 필자 자신도 예상치 못한 숫자 때문에 놀랐다. 1997년부터 2014년 사이에 국가채무(가장 좁은 의미의 국가가 짊어지는 부채)의 연평균 증가율은 13.12%나 되었다. 외환위기의 수습책으로 국가채무가 대폭 늘어난 1998년을 제외하면 11.86%나 된다. 반면에 같은 기간 동안 GDP의 연평균 증가율은 4.53%에 지나지 않는다. 두 수치를 비교하면 이런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부채증가율이 소득 증가율보다 연평균 2.910 정도로 빠르게 증가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 마디로 국가의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소득 증가율을 크게 앞질러온 것이다. 산술적인 의미에서 바람직한 것은 부채 증가율과 소득 증가율이 엇비슷한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다.”(공병호, <3년 후, 한국은 없다>, 21세기북스, pp.28~29)
이를 쉽게 풀이하면 국민들의 욕구를 일부 반영한 현재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빚을 큰 폭으로 늘리는 방법을 사용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여기서 한 가지를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복지에 대한 재정 수요가 본격적인 늘어나는 것은 이 수치에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두 가지 선택 앞에 서게 된다. 하나는 씀씀이에 맞추어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든지 아니면 경제성장율에 맞추어서 씀씀이를 크게 다이어트 하는 방법이다. 후자를 선택하는 것은 대단히 고통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경험을 충분히 연구한 일본 전문가들 가운데는 한국의 현재의 사회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3%대 성장률을 계속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우리 경제는 엄청난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서 겨우 3%대 초반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민주주의가 가진 특성상 한번 만들어진 지출 구조를 재조정하는 일은 대단히 고통스럽다. 그렇다면 성장률의 반등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현재의 같은 씀씀이가 계속 유지된다면 결국 국가채무의 급증에 따른 경제 위기 가능성에 다가서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냉정하게 물어봐야 하는 질문 한 가지가 있다. 인구 5천만 명 정도의 경제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이 2%대 성장률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가? 다시 말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한 다음에도 이 정도의 성장률밖에 낼 수 없는가?
여기에 따라서 사람들마다 다양한 시각을 드러낼 수 있다. 필자는 좀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정직한 구조개혁이 선행된다면 그리고 분식개혁이 아니라 정직한 개혁이 선행된다면 얼마든지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일정 수준 반등시키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분식개혁은 남들이 자꾸 뭐라도 하라고 하니까 개혁을 하는 것처럼 시늉을 내는 정치지향적 개혁을 말한다. 이런 개혁은 지난 몇 년 사이에 있었던 연금개혁과 같이 껍데기 개혁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개혁이라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뭔가 하고 있다는 시늉이라도 내야 하고 그런 시그널을 국민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외환 위기가 끝난 이후 실질적으로 구조 개혁에 해당하는 변화를 시도한 경험이 거의 없다. 모든 것은 고 성장기에 맞는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 왔다. 공공부문, 교육부문, 노동시장 부문, 규제부문 등 어느 분야를 보더라도 격변하는 시대에 맞추어서 우리 스스로 효율성을 끌어 올리기 위한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경쟁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정권이 바뀌고 장관이 바뀌면 한 가지 뚜렷한 특징을 관찰할 수 있다. 보기에도 좋고 듣기에도 좋은 개혁의 팡파레가 요란하게 울리지만 실질적으로 활동에 인센티브와 디스인센티브에 영향을 줄 정도의 변화는 어느 곳에서도 관찰할 수 없었다.
나는 이 즈음에서 우리가 해야 할 선택을 딱 한 가지라고 생각한다. 국가적 과제를 좀 명확하게 정리하는 것이다. 그것은 한 가지 질문으로 정리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가?” “돈을 푸는 성장이 아니라 정직한 성장률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한 장의 종이 위에 문제 해결책을 적는 것만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지 않아야 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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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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