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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공천 전쟁의 딜레마
최재영 본지 발행인 회장 | 승인 2016.03.03 17:09|(192호)
최재영 본지 발행인 회장
가히 정치시즌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정치권발 뉴스가 끊이질 않는다. 요즘은 각 당의 공천문제가 핫 이슈다. 공천 룰을 둘러싼 논란부터 컷오프(경선대상 탈락)된 의원들의 반발도 간단치 않아 보인다. 이래저래 ‘공천혁신’을 놓고 여야가 한바탕 ‘전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사실 공천전쟁은 총선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한국의 민주정치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인위적 물갈이를 넘어서 아예 비율을 정해놓고 ‘개혁공천’을 강행했던 것도 유권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전략적 산물’이었다. 물론 억울하고 비통했던 정치인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오늘날 한국의 정치현실이요, 동시에 민심이다. 어느 정당이 민심을 이길 수 있겠는가. 이런 점에서 공천 과정은 사실상 총선의 전초전이라 하겠다.

새누리당: 원칙이냐 현실이냐
요즘 새누리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천 전쟁을 보노라면 ‘한국정치의 비극’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원칙과 변칙이 뒤섞이고 칼을 쥔 쪽이 안하무인처럼 행동하고 있다. 당론이나 당헌·당규가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자신이 편한 대로 아전인수격 해석이다. 이래서야 어떻게 공당의 공천룰이라 할 수 있겠으며 총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호소할 수 있을지 참으로 궁금할 따름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미 확정된 당헌·당규와 당론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 확정된 원칙대로 가야 한다는 뜻이다. 김무성 대표가 지난달 중순 최고위 회의에서 “공천관리위가 잘못 굴러가고 있다. 공천 룰을 벗어나면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공관위도 당헌·당규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자 친박계 좌장 역할을 맡고 있는 서청원 최고위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서 최고위원은 “공천위의 독립을 보장해야 한다. 김무성 대표의 ‘용납하지 않겠다’는 말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정면 대응에 나섰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에게 잔뜩 힘을 실어준 발언이다. 친박과 비박의 공천 룰 경쟁은 이렇게 진행돼 왔다.
문제는 공천의 칼자루를 쥔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액션이 너무 과하다는 점이다. 이 위원장은 공공연하게 전국 17개 시·도별로 1~3개 우선추천지역을 선정해 ‘단일 후보’를 공천하겠다고 말했다. 그것이 ‘우선추천지역’이 됐든 아니면 ‘단일후보’를 내든 사실상 공천 전쟁이 가장 치열한 대구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최대 3곳에 사실상의 ‘전략공천’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김무성 대표가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 대표에게는 정치생명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면 이한구 위원장의 논리도 틀렸다고는 볼 수 없다. 야권이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으로 개혁 공천에 나서고 있는데도 새누리당은 언제까지 ‘상향식 공천’이라는 미명하에 ‘그 나물에 그 밥’의 잔치를 벌여야 하는지는 생각할 부분이 적지 않다. 이런 식이라면 현역 의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뿐더러 외부의 인재영입 자체가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이치다. 지금 새누리당에 합류한 외부 인재가 누구인가. 별로 없다. 아니 없을 수밖에 없다. 상향식 공천의 엄청난 기득권을 깰 수 있는 외부 인재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한구 위원장이 총대를 멘 것이다. 당헌·당규에는 빠졌지만 사실상 전략공천으로 갈 수밖에 없으며, 그래야 유능하고 참신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충분히 설득력 있고 또 바람직하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미 늦었다는 점이다. 그럴 바에는 먼저 당헌·당규부터 바꿨어야 했다. 당론에서 확정한 상향식 공천도 쉽게 내릴 결론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 때는 조용히 있다가 이제 공천을 앞두고 당헌·당규를 흔드는 언행에 대해 김무성 대표인들 어떻게 용납하겠는가. 공천 전략을 놓고 볼 때 현실론과 원칙론의 충돌이요, 근본적 딜레마인 셈이다. 사전에 이런 문제까지 고려하지 않았던 김무성 대표 측의 오판이 결국 당 내홍을 더 촉발시킨 것이다.

야권의 공천 전쟁, 이제 시작이다
새누리당에 비해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과정은 하나의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제공하고 있다. 하위 20% 컷오프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도 적잖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문재인 전 대표를 도왔던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도 컷오프에 걸렸다. 친노 핵심으로 분류되는 이목희 의원을 비롯해 친노 인사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이런 점에서 정무적인 판단을 했든 아니든 20% 컷오프의 신선함은 그런대로 좋은 작품이라 하겠다. 다만 송호창 의원을 비롯해 홍의락 의원 등이 포함된 것이 다소 생소할 따름이다. 도대체 어떤 잣대로 평가를 했기에 주류세력 다수는 살아남고 그나마 당에 헌신했던 인사들이 포함됐는지 그 배경이 궁금할 정도였다. 더욱이 이번에도 ‘86그룹’은 참으로 용케도 살아남았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전쟁은 이제 시작으로 보인다. 앞으로 30~40%의 현역의원들이 정밀심사를 받아야 하며 그 중에서 다수는 또 공천에서 탈락될 것으로 보인다. 이쯤 되면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전략은 처음부터 성공적이다. 분당을 촉발시켰던 당내 패권세력이 줄줄이 공천에서 탈락하고 그 자리에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들로 채울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공천 스토리가 어디 있겠는가. 과연 김종인 대표체제가 이런 수준까지 갈 수 있을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당내 주류인 친노 패권세력이 여전히 침묵을 지킬 것인지가 관건이다. 따라서 김종인과 문재인이 전략적 제휴인지 아니면 딜레마인지를 지켜볼 일이다.
국민의당은 신당의 한계 때문인지 공천 과정이 제일 늦다. 선대위를 출범시켰지만 아직도 제대로 세팅이 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꼼꼼한 공천전략을 말하기에는 여전히 시기상조인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당내 구심체가 약하다보니 각 정파 간 갈등과 혼선이 너무 심하다는 점이다. 좋게 말하면 균형이요, 나쁘게 말하면 나눠먹기인 것이다. 이는 공천과정에서도 좋은 점수를 얻기 어렵다. 그나마 괜찮은 경쟁력을 가진 신인들을 발굴할 것인가, 아니면 각 정파에 몸을 실은 기성 멤버들을 중심으로 적절하게 균형을 맞출 것인가. 이 또한 ‘현실과 당위’가 빚어낸 또 하나의 딜레마라 하겠다.

최재영 본지 발행인 회장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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