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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4차 핵실험에 대한 미국의 입장과 전략커버스토리 ③ 흔들리는 한반도-미국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승인 2016.02.02 18:48|(191호)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외교적 실패를 동북아 전략을 위해 활용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 벽두에 또 다시 북한에게 뒷통수를 얻어맞았다. 레임덕 현상에 시달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기지만 그는 미얀마 및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에 이어 이란 핵 문제까지 진전을 이루어 미국 외교 수장으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유지해왔다. 하지만 북핵문제에서는 계속적으로 실패를 거듭해 고개를 들기 어려워졌다.

사실 북한은 오바마의 지난 7년 임기 내내 비확산에 대한 미국의 무력함을 보여주었다. 오바마는 2009년 임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실패한 국가들과도 과감하고 직접적인 대화를 하겠다고 다짐하고 핵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제창했지만, 북한은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이어 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려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호응하지 않자 사실상 북한을 무시하는 전략적 인내노선을 채택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 2기와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전후하여 또 다시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고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오바마는 북한 무시 전략을 견지했고 북한은 이제 4차 핵실험으로 또 한번 모욕을 준 셈이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이므로 오바마 행정부는 구차하게 변명하기보다는 미국의 세계전략과 동북아 전략에 북한의 도발을 적극 활용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먼저 대북정책에서 압박과 대화의 소극적이지만 균형된 양면 기조가 실패한 것은 북한의 도발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강력한 제재와 압박에 방점을 둔 강압 노선을 채택하여 한국과 일본을 끌어당기고 한일관계 개선을 종용하고 있다. 또한 중국에게 북한의 정권을 뒤흔들 정도의 초강력 대북제재에 응하라고 압박하여 북중관계와 한중 관계를 벌려놓으려 하고 있다. 끝으로 한반도에 미국의 핵잠수함, 전략폭격기, 항공모함 등을 전개하고 사드를 배치하여 한미일 대 중국과의 전략대립 구도를 굳히려 하고 있다.

 북핵문제 해결이나 한반도 평화보다 신냉전구도 재형성?

 그러나 동북아 안보정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미국의 전략은 북핵문제 해결이나 한반도 평화 구축보다는 북한의 핵 무장, 남북한 정면 대립, 한미일 대 중러간 냉전적 대립구도 재형성을 촉진할 우려가 있어 보인다.

먼저 한미일은 현재 최고로 가혹한 새로운 대북제재를 가하려하지만, 현재 미국과 전략적인 갈등과 대립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합당한제재를 주장하고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 문제는 가혹한 대북제재안이 나오더라도 중국이 이를 액면 그대로 실천하지 않을 경우 북한이 이에 순응해 비핵화 협상에 나오기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오히려 장거리미사일 발사나 5차 핵실험을 감행하는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는 것을 막기도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즉 가혹한 대북 제재가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라기보다는 단지 악행을 처벌한다는 형식적인 제재에 그치고 북핵문제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중국과 러시아가 가혹한 제재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도 우려되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안보리 논의 과정에서 한미일과 중국간에 이견이 노정되고 갈등이 발생하며, 2월 한미연합훈련이 시행되면서 미국의 전략 자산이 재배치되거나 무력 시위를 벌이면, 남북간 긴장이 고조될 것이고 중국도 불만을 표출할 것이다. 또한 한일간 정보와 군수 협력협정이 체결되고 한미일 군사안보 협력이 강화되면 한중 우호관계는 크게 후퇴할 수 있다. 끝으로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불안감과 대북 강경 여론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가운데 미국의 사드까지 배치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한중 관계는 전략적 대립관계로 질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북중관계도 접근할 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에 한미일 대 중러의 신냉전적 대립구도가 재등장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의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주도

 또 다른 문제는 한국과 미국이 북핵문제를 해결할 방안도 갖고 있지 않다고 여겨진다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 정부는 북한보다 훨씬 가혹한 제재를 가해 핵문제를 해결하는데 성과를 보이고 있는 이란 방식을 적용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란과 달리 제재를 해제해주어도 석유같은 수출품이 없고 경제의 대외의존도도 높지 않으므로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지 않다. 미국 입장에서도 북한에게는 석유같은 자원이 없으므로 북미관계 개선의 동력이 약하다. 더구나 북한은 이란보다 더 믿기 어려운데다 핵 개발 수준도 훨씬 더 높아 이를 포기시키기도 어렵고, 포기할 경우 요구할 대가도 훨씬 더 크다. 특히 결정적인 사유는 미국이 이란에게는 핵의 평화적 이용권은 보장해주었지만 북한에게는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완전한 핵 포기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요약하면 미국은 북한에게 핵을 포기시키기는 너무 어렵고 대가가 너무 크며 기만당할 수도 있으므로 사실상 핵 개발을 막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이를 비난하면서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이 생긴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가 이런 미 행정부와 공조를 강화하고 독창적인 주도력을 행사하지 못한다면 북한이 조만간 핵 실전능력을 보유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이제라도 북한에 대한 응징과 보복에 초점을 두는 정책을 구사하기보다는 최대한의 대북 제재를 모색하면서도 핵을 보유한 북한의 위협에 대한 국가안보태세를 재정비하고 북핵문제의 근원적 해결책을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강구하여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을 주도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그동안 야심차게 추진했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대박통일 준비, 또는 북핵문제의 근원적 해결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북한 핵문제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동결이라도 시켜야 최소한의 책무는 이행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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