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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에 한반도 긴장…러시아의 속내는?커버스토리 ⑥ 흔들리는 한반도-러시아
남현호 연합뉴스 TV 경제부 차장(전 모스크바 특파원) | 승인 2016.02.02 18:46|(191호)

 

남현호 연합뉴스 TV 경제부 차장(전 모스크바 특파원)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3년 주기설이 맞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 염려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북한이 병신년(丙申年) 새해, 4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한반도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고 말았다. 북한은 지난달 6일 수소폭탄 실험 성공을 발표했다. 러시아의 성탄절(17) 하루 전날 터진 핵실험 소식에 러시아도 적지 않게 당황했을 듯하다. 러시아는 성탄절이 낀 새해 10일 간이 공휴일이다. 국경을 맞댄 북한에서 들려온 핵실험 소식이 반가울리 없다. 특히 핵실험 장소인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는 러시아 국경에서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된 수소폭탄 실험이었다면 그 영향이 러시아 땅까지 미쳤을 것이다.

핵실험 소식에 러시아 정부도 기본적으론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췄다. 우려와 함께 러시아의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러시아 내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실험이 협상용 허풍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비밀리에 수소폭탄 실험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많은 비용과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수소폭탄을 양산했을 리 없다는 것이다. 또 북한의 핵실험 의도에 미국과의 협상용 내지 대외 선전용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집권 4년이 넘도록 국제무대에 데뷔하지 못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면 핵실험 밖에 없었을 거란 얘기다.

 러시아, 핵실험은 반대...제재는 글쎄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관심은 대북 제재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이었다. 러시아는 핵실험 직후 미온적인 자세를 보였지만 이후 대북제재 가능성을 열어 놨다. 11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화통화가 계기가 됐다. 그러나 러시아가 실제 대북 제재안에 대해 찬성표를 던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 러시아는 그동안 줄곧 북한의 핵보유를 용납할 수 없다는 원칙적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핵개발 시도를 저지하기 위한 관련국들의 강경한 조치에는 반대하며 6자회담 등을 통한 대화를 강조해왔다. 러시아로서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처럼 제재 결의에는 참여해도 고강도 제재에까지 찬성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러시아가 제재에 찬성의 뜻을 비친 것은 한반도 안보 문제에 미국이 개입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아시아 중시 정책을 채택한 뒤 한국 및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이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을 명분으로 동북아 지역에 군사력을 확대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 조치로 B-52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에 진입시킨 데 대해 '독자행동 자제'를 촉구한 것도 그런 이유다. 미국이 주한미군 기지에 글로벌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의 하나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를 검토하는 것에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 것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북핵 문제가 한반도 지역에 대한 미국의 군사력 추가 배치나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 등의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달라진 북러 관계...러시아의 전략전 선택은?

우크라이나 사태 직후인 2014년부터 북러 관계는 급속도로 진전됐다. 당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러시아의 관계는 최악이었다. 20133차 핵실험 이후 최대 후원국인 중국과의 관계마저 소원해져 고립무원이었던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 각을 세운 푸틴의 러시아가 더없이 반가웠을 것이다. 북러 관계가 가까워졌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작년 북한 매체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기사에서 언급한 횟수가 푸틴 대통령을 언급한 것보다 현격히 적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러시아는 개별회사 판매 형식으로 북한에 50여만t의 석유를 공급하고 있다. 장성택 처형 이후 소원해진 북중 관계와 반대로 날이 갈수록 끈끈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집권 후 중국과의 관계에서 외교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부분을 러시아 쪽에서 채워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와의 협력을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는 탈출구로 보고 있다. '()동방 정책'으로 동북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노리던 푸틴 입장에서도 북한은 주요한 전략적 자산이다. 러시아는 북한을 이용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하고 있다. 남북러 가스관 사업이나 철도 연결 사업도 북한과의 관계강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현시점에서 정치 경제적으로 이해가 완벽히 들어맞고 있는 것이 북한과 러시아인 셈이다.

 

한국, 러시아 카드 활용해야

한국과 러시아 양국이 수교를 맺은 지 올해로 26. 외교적으로는 '동맹' 바로 밑 단계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체결돼 있다. 중국과 똑같은 외교적 위상이다. 하지만 많은 외교 전문가들은 한·러 관계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고 얘기한다. 심지어 전에 없이 냉랭하다는 얘기마저 들린다.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 초청받은 박 대통령이 불참을 결정한 반면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한 것을 보면서 러시아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혹시 한국에 대한 불편함이 북한에 대한 호의로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경제제재 등 서방국의 집중 견제를 받는 러시아의 처지를 고려할 때 지금이 한·러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호기가 될 수도 있다. 또 북러 관계가 전에 없이 좋다는 것은 우리에겐 득이 될 수도 있다. 러시아를 북한 압박용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4차 핵실험에 이어 최근 영변 핵시설에서 실험용 경수로 가동을 위한 막바지 건설 작업에 들어갔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 핵은 단순히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변국의 생존과 직결돼 있다. 따라서 한국은 외교역량을 총집결해 북한의 핵 의지를 꺾어야 하고, 거기엔 러시아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북한의 숨통을 쥘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한반도 위기 상황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로 하여금 북한에 대한 원유 지원 중단, 현금 이동 중지 등 경제적 봉쇄가 가능한지를 타진하고 언제든 이 카드를 쓸 수 있도록 양국 관계를 돈독히 할 필요가 있다. 통일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주변국 외교의 일환으로서뿐 아니라 통일 이후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가야 한다.

남현호 연합뉴스 TV 경제부 차장(전 모스크바 특파원)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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