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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총리의 반부패 시스템에 거는 기대
최재영 본지 발행인 회장 | 승인 2016.02.01 17:38|(191호)
최재영 본지 발행인 회장
우리 사회의 부패 수준, 사실 언급하기조차 두려운 가장 심각한 적폐일 것이다. 역대 정권을 보더라도 하나같이 정권 출범과 함께 부패척결을 외쳤지만 실상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범죄 수법이 더 교묘하고 일반화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관피아, 군피아 등의 부패 고리는 사회 거의 모든 영역에서 마치 독버섯처럼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사회가 지탱하는 것을 보면 그것이 더 신기할 따름이다.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4년 부패인식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4개국 중 27위 수준에 불과했다. 홍콩의 ‘정치경제 리스크 컨설턴시(PERC)’가 발표한 ‘2015 아·태 각국의 부패 인식’ 설문조사 결과는 더 가혹하다. 한국의 부패문제는 아시아에서도 최하위 수준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한국에서의 부패 뿌리는 정치·경제 피라미드의 최상층에까지 뻗어 있으며, 국민들은 부패에 대해 둔감하고 글로벌 사회로 돌아다니며 다른 나라들까지 오염시키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아주 불편하고 불쾌한 지적이지만 수긍할 수밖에 없다. 사실에 가깝기 때문이다.

황교안 총리, 드디어 실행에 나서다
박근혜정부가 집권 4년차를 맞아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강한 사정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 전면에 황교안 총리가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황 총리는 지난달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 브리핑을 갖고 “정부의 새로운 부패 척결 방식으로 올해부터 16개 분야 240조 원을 운용하는 공공 시스템에 ‘부패방지 4대 백신 프로젝트’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각종 국책사업과 공공기관 운영에 대해 예산 누수나 비리가 발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면서 ‘감시’와 ‘예방 장치’를 통해 국민의 세금이 새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부패방지 4대 백신 프로젝트, 사실 개념도 낯설고 그 방식도 궁금하다. 이에 대해 황교안 총리는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실시간 부패 감시’, 대규모 자산운용기관의 ‘선제적 리스크 관리’, 국고보조금 부정 수급 차단을 위한 ‘상시적 정보 공유 및 연계’ 그리고 내부 통제장치를 강화하는 등의 ‘클린 시스템 도입’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정부는 이러한 부패방지 4대 백신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5조 원 정도의 예산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황교안 총리가 이렇게 강한 톤으로 부패척결에 나선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 하겠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5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갉아먹는 적폐나 부패를 척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패한 곳에 돈을 갖다 부어도 피와 살로 안 간다는 말까지 했다. 이에 정부 차원의 실행 로드맵을 황교안 총리가 구체화한 것이며, 뒤이어 검찰도 검찰총장 직속으로 김기동 검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반부패범죄 특별수사단’을 구성했다. 단순한 의지의 표명이 아니라 사전에 상당한 준비를 한 뒤 곧바로 실행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강력한 수준의 사정 정국을 예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올해는 20대 총선이 있다. 정부의 반부패 의지가 더 강한 톤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정부가 집행하는 예산이 언제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 각론으로 들어가면 상당한 누수와 부패 고리가 연결돼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면서도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한 대표적인 ‘적폐’인 셈이다. 물론 감사원이 있고 국회 국정감사도 있긴 하지만 그 속살까지 파헤치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그 마저도 ‘사후약방문’ 격이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에도 턱없이 부족했다. 제대로 하겠다면 황교안 총리의 지적대로 사전에 철저한 감시와 제도적인 예방장치가 불가피하다. 처벌보다 먼저 예방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난 뒤에 일벌백계의 처벌이 뒤따라야 반부패 대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럴 경우 부패 혐의가 뚜렷하게 드러날 뿐더러 법적 처벌도 용이하다. 이를테면 ‘법피아’를 활용해 전관예우 변호사를 사더라도 무죄나 가벼운 처벌로 끝나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일들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말보다 실천으로 신뢰 얻어야
황교안 총리는 부패방지 4대 백신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부정부패 근절은 우리 경제를 활성화하고 사회적인 신뢰를 회복하는 근간”이라면서 “이번 방안은 정부 조직 내부에 소프트웨어적인 부패 방지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부패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고 강조했다. 제대로만 된다면 반부패 정책의 새로운 차원을 여는 획기적인 방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정권도 이런 방식까지는 손을 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말로만 끝나는 것은 아닌지 솔직히 의구심부터 들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관피아’ 척결을 외치며 “세월호 이전의 대한민국과 이후의 대한민국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껏 뭐가 달라지고 있는지 여전히 궁금한 대목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통계자료에는 뭔가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 보이지만 그 정도는 역대 정부 때도 적잖이 있었다. 그리고 황교안 총리도 지난해 온 나라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던 ‘메르스 사태’에 대해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따지겠다고 했다. 그러나 누가, 어떤 기관이 무슨 책임을 졌다는 말인가. 얼마나 미미했으면 국민은 관심조차 없어 보인다.
이런 식으로는 정말 곤란하다. 때마침 선거 때가 돼서 뭔가 정부의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황 총리는 보기 드물게 공안 검사 출신이다. 물론 부정적인 측면도 많겠지만 반대로 반부패 등의 정부혁신에는 비교적 적임자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른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번의 부패방지 4대 백신 프로젝트는 사실상 황 총리의 명예는 물론이요, 박근혜정부의 관피아 척결에 관한 승패를 가늠하는 잣대로 삼아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빈 수레로 끝날 일이 아니다. 20대 총선이 끝나면 정부의 혁신 역량은 현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공정하고도 효율적으로 실행 로드맵을 차근차근 작동시켜가야 한다. 어떤 성역도 있을 수 없다. 박근혜정부 집권 4년차, 임기 말 최대의 승부처가 아닐까 싶다.

최재영 본지 발행인 회장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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