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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살림살이 386조 4천억…새해 예산안 출항교육·R&D 예산 축소, 조세부담률 문제점 대두
김의상 기자 | 승인 2016.01.05 09:53|(190호)
2016년 예산안이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정재계는 경제 효율화를 부르짖는다. 미국의 점진적 금리인상 기조와 중국의 경기둔화 조짐은 우려의 목소리를 키운다. 3%대 경제성장률을 달성해야 하는 정부와 2% 후반을 예상하는 민간 경제연구소의 시각 차이도 논란거리다. 이처럼 ‘경제 효율’은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한정된 재원으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는 정부의 고민도 깊어졌다.
 
2015년 3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37회 국회(정기회) 제14차 본회의에서 2016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적 294인 재석 275인 찬성 197인 반대 49인 기권 29인 표결로 가결되고 있다.
정부 예산안, 늘고 줄고
지난해 9월 정부가 제출한 2016년 예산안이 12월 3일 새벽 국회를 통과했다. 법정시한을 48분 넘긴 지각 예산안인 셈이다. 통과한 386조 4천억 원 규모의 예산안은 정부안과 비교할 때 총수입이 0.2조 원, 총지출은 0.3조 원 줄었다. 전년도와 비교할 때는 2.9% 증가했다. 기획재정부는 가뭄·피해 대책과 지역 SOC(사회간접자본) 확충,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대책 및 농촌 활성화 등에 예산이 늘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미래 성장 동력 창출과 산업경쟁력 강화 등 주요 정책 사업을 중심으로 증액됐다고 밝혔다.

국회를 거치며 늘어난 세부 예산 가운데는 SOC 사업이 눈에 띈다. 살펴보면, 긴급 용수 공급과 하천수를 활용하는 데 필요한 도수로 설치 예산이 늘었다. 정부는 이들 사업을 중심으로 가뭄을 대비하고 안정된 영농 활동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인천 지하철 2호선과 부산 사상-하단 지하철 사업, 당진-천안 고속도로 공사 등 국가 기간망을 확충하는 예산도 국회에서 증액됐다. 광주-목포 호남고속철도, 이천-문경 철도, 서해 복선전철 사업 등에도 예산을 더 투입한다. 지역구 선심성 예산, 쪽지 예산이라는 눈총을 받았지만 결국 이들 SOC 사업은 정부안보다 예산이 늘었다.

이번 예산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문화·체육·관광 사업이다. 해당 분야는 지난해보다 8.3% 늘어나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이번 정권에서 강조한 혁신경제 실현과 문화창조융합벨트 조성 등이 예산안에 녹아든 셈이다. 이외 보건·복지·고용(6.7%), 외교·통일(4.1%), 국방(3.6%) 분야 등이 전년대비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고용·복지 부문의 경우 수혜 대상별 맞춤 지원을 한다는 방침 아래 예산 분배가 이뤄졌다. 일자리 창출과 자립, 사회 적응을 위한 서비스가 늘고 저소득 계층의 생계비를 줄이는 데 중점을 뒀다. 직업재활시설 확충, 지역아동센터 운영비 추가 지원, 뉴스테이 공급 확대 등이 구체적 계획이다.

올해 어떤 사업 뜨나
예산안 가운데 관심을 끄는 세부 정책은 3D프린팅 및 무인이동체 등 신기술 보급, 제3정부통합전산센터 구축, 서민 안정 및 노년층 대상 의료 지원 강화 등이다. 3D프린팅 산업 육성의 경우 지난해 7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는데 올해 정부안에서는 32억 원이 책정됐고 국회를 거치며 82억 원으로 늘었다. 무인 이동체 핵심기술 개발 분야도 정부안 60억 원에서 150억 원으로 증액됐다. 계절별 경로당 냉난방비 지원과 광역치매센터 추가 역시 관심 받는 사업이다. 향후 먹거리가 될 산업에 투자를 늘림과 동시에 늘어날 노인 인구를 대비한 정부의 포석이다.
 
이번 정권에서 줄곧 강조한 문화와 창조 키워드 관련 세부 사업도 시선을 끈다. 정부는 올해 관광·예술·체육 콘텐츠를 연계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2018년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이 문화올림픽으로 거듭나게끔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예산이 책정됐다. 정부는 올림픽에 대비해 아트센터를 건립하고 문화예술 축제를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게임 산업 육성과 크루즈 전용부두 증설 등 관광레저 산업도 예산을 늘려 육성한다. 전통문화를 홍보하기 위한 주요 문화재 야간개장 프로그램도 신설된다. 그간 국내외 관광객을 중심으로 수요가 넘쳤던 사업에 예산이 책정된 것이다. 또, 2014년부터 실행 중인 ‘문화가 있는 날’ 행사도 활발히 이뤄질 예정이다. 박물관, 미술관 등 주요 문화시설을 무료로 이용하도록 하는 데 130억 원가량이 투입된다.
 
최근 발생한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 등 각종 사건사고에 대비해 국가 안전을 강화하는 예산분배도 눈에 띈다. 정부는 테러 대응능력을 높일 목적으로 해외공관과 재외국민 보호, 테러 발생 시 환자 치료 등 현장 대응 능력 강화 등에 2,68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한다.
 
김무성(왼쪽) 새누리당 대표와 원유철(왼쪽 두번째) 원내대표, 김정훈(왼쪽 네번째) 정책위의장, 김성태(가운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박명재(오른쪽) 의원이 2015년 12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 앞에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새누리당 긴급 의원총회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완벽할 수 없는 예산안
정부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예산안을 짰지만 경제계 일각에서는 여러 문제점을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우선, 늘어난 국가채무를 우려한다. 이번 예산안으로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644.9조 원으로 증가한다. GDP 대비 40.1%에 달하는 규모다. 비율상으로는 나쁠 게 없고 다른 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오히려 우수한 편이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회원국들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평균은 2007년 80%에서 2014년 118%로 늘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경기침체를 겪으며 재정 건전성이 나빠진 반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재정 건전성이 좋아졌다. 실상 OECD는 우리나라를 호주, 스위스 등과 함께 재정 건전화가 필요 없거나 낮은 국가로 분류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낙관하기에 이르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뒤 우리나라는 다른 회원국보다 상대적으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증가에 있어서 양호한 편이었다. 하지만 낮은 출산율과 인구 고령화가 문제다. 이에 따른 복지지출 증가를 생각해야 한다. 통일에 대비한 재정 여력 확보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개발(R&D)과 교육 부문의 예산 비중 축소도 문제로 지적된다. 즉, 저성장 기조를 벗어나기 위해 해당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전 정권에서는 R&D 예산 증가율이 연평균 10%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번 정권에서는 증가율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4.5% 정도다. 올해는 전년과 비교할 때 1.1% 증가에 불과하다. 해당 분야를 놓고 볼 때 예산의 지출 대비 성과가 낮다는 견해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성장 잠재력을 높이려면 R&D 예산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교육 예산의 문제점도 언급됐다. 그는 “규모와 총지출에서 교육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있다. 이전 정권에서 교육 예산의 평균 증가율은 7.7%였다. 하지만 올해는 전년대비 0.5%에 그쳤다. 낮은 출산율에 따른 학생 감소 등의 원인이 있겠지만 공교육의 질 향상과 인재 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방향성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낮아진 조세부담률 역시 논란거리다. 원인으로는 이전 정권의 감세 정책과 현 정권의 증세 없는 복지정책이 거론된다. 즉 정치권의 과도한 선심성 행보가 향후 재정 건전성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올해 예산안을 보면 조세부담률은 18.0%로 전년(18.1%)과 비슷하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줄곧 감소 추세에 있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이 같은 우려가 자연스럽다. 2013년을 기준으로 한 통계를 봤을 때, 우리나라는 GDP 대비 세금 수입이 29개국 가운데 28위로 낮은 수준에 있다. 결국 경제 전문가들은 성장 동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세수를 늘리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세 문제는 정부 측에서도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예산안 분석집에서 “앞으로 늘어날 지출 재원을 안정되게 조달하려면 세입확충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세목별 효율성을 높이고 사회 재분배 효과를 보면서 국민 합의를 이끌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소비세율을 높이는 정책을 내놓았는데 용도를 사회보장지출로 한정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5년 12월 1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2016년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종룡 금융위원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이석준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
경제성장률 3%대 논란
올해 예산안의 또 다른 문제점은 경제성장률이다. 제시한 목표치가 어긋날 경우 정부 예산안은 힘을 잃는다. 자칫 지난해처럼 추경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정부는 3%대 성장을 염두에 둔다. 지난 12월 16일 기재부가 발표한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3.1%다. 기재부는 그간의 장밋빛 경기전망에서 탈피해 보수적 시각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연구기관의 예측과 아직은 차이가 있다. 한국금융연구원(3.0%), LG경제연구원(2.7%), 한국경제연구원(2.6%) 등은 정부보다 보수적이다.

그렇다면 전망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될까. 정부보다 비관적 시각을 보이는 경제 전문가들은 수출 부진과 제조업 부문의 경쟁력 상실을 부정 요인으로 꼽는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지난해 1분기 순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2분기에는 하락폭마저 커졌다. 원인은 중국 등 주요 교역상대국이 경기부진을 겪고 있어서다. 이 같은 이유로 우리나라는 수출이 둔화됐고 특히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부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경제 전문가 역시 같은 시각을 보인다. 그는 “최근 GDP 추이를 생산 부문별로 보면 제조업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상반기 우리 경제가 전체적으로 2.3% 성장하는 동안 제조업은 0.7% 증가에 그쳤다. 출하지수에서도 제조업 부진을 확인할 수 있다. 출하지수는 지난 2011년 수준에서 정체됐고 재고지수는 상승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결국, 정부 전망이 맞으려면 이런 부정 요인을 상쇄하는 긍정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실상 유럽, 중국, 신흥국 등 주요 교역상대국이 경기침체를 겪어서 우리 경제의 대외여건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앞서 민간 경제전문가들이 지적한 바를 일정 부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그는 긍정 요인을 더욱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확장적 거시정책 효과와 내수 중심의 완만한 경기 회복, 4대 구조개혁 등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 투자확대가 예상된다. 이 같은 효과가 경기흐름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의상 기자  estkin@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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