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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총선에서 배워야 할 세 가지 교훈
박상병 시사평론가 정치학 박사 | 승인 2016.01.04 16:53|(190호)
박상병 시사평론가 정치학 박사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스페인 총선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치러졌다. 심각한 경제위기 속에 정국마저 혼란한 여파로 스페인 총선 결과는 사실상 유럽은 물론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유로존 빅4 경제대국’스페인의 향방은 그대로 유럽 경제의 큰 영향을 미칠 뿐더러 세계경제에도 적잖은 파급 효과를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전국 단위 선거에 처음으로 나선 신생정당인 포데모스(Podemos: ‘할 수 있다’는 뜻)와 시우다다노스(C’s: Ciudadanos 시민당)가 약진하면서 1975년 프랑코 총통 사망 이후 30여 년간 이어진 국민당(PP)과 사회노동당(PSOE)의 ‘양당체제’가 붕괴됐다. 포데모스와 시민당은 지방선거,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전국 단위의 총선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전 세계가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30년 만에 붕괴된 양당체제
스페인 하원선거는 350명의 의원 가운데 47개의 각 주에서 평균 2명씩 모두 102명을 선출하고 나머지 248석은 우리처럼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은 우리와는 정반대로 비례대표 의석수가 두 배 이상 많다.
먼저 정당득표율을 보면 국민당(28.7%), 사회노동당(22.0%), 포데모스(20.6%), 시민당(13.9%)의 순이다. 비례대표 의석수를 반영한 전체 의석수를 보면 국민당(123석), 사회노동당(90석), 포데모스(69석), 시민당(40석)의 순으로 과반의석(176석)을 점하기 위해서는 집권 국민당이 사회노동당을 제외하고는 최소 2개 이상의 야당과 손을 잡아야 할 상황이다.
스페인은 프랑코 독재정권 이후 보수우파 세력인 국민당과 중도좌파 세력의 사회노동당이 거의 30년 동안 70~80%의 득표율을 독점하면서 사실상 양당체제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이번 총선으로 양당체제가 붕괴되고 ‘4당체제’로 재편된 것이다. 기존의 양당체제에 중도우파 세력인 시민당이 등장했으며 최대 돌풍을 일으킨 포데모스는 급진좌파세력이다.
이로써 스페인 정당체제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보수우파와 중도우파, 그리고 급진좌파와 중도좌파 세력으로 재편됐다. 좌우 양쪽으로 각각 2개씩의 정당으로 분화된 셈이다.
그렇다면 스페인 국민이 택한 이러한 양당체제의 분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먼저 스페인의 정치, 경제적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스페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값 폭락으로 최악의 경제상황을 초래했다. 실업률이 2012년엔 무려 27%에 이를 정도였으며 여전히 유로존 최고 수준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청년실업률은 2013년 3월 기준으로 무려 55.9%를 기록해 그리스 다음으로 최악이다. 극심한 재정위기로 2012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았으며 혹독한 긴축과 구조조정 끝에 2013년 말 구제금융관리 체제에서 벗어났다. 이에 따라 정부부채는 2013년에 82.3%를 기록해 금융위기 이후 5년 만에 무려 두 배가 넘는 폭증세를 보였다. 그리고 성장률도 몇 년째 마이너스를 이어오다가 2014년부터 가까스로 플러스로 돌아서 지난해는 조금 더 회복되는 수준이었다. 이렇다보니 민생은 말 그대로 피폐하고 파탄이 날 정도였다.
그렇다면 정치는 어떠했을까. 여야 양당체제는 스페인의 위기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집권 국민당이 경기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진력했지만 그 성과는 미미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터져 나온 정치인들의 비리와 부패 스캔들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넘어 혐오감을 부추겼다. 보수와 진보 어느 한 쪽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지쳐버렸다.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이 너무 컸던 셈이다. 양당체제가 붕괴되고 신생 포데모스가 돌풍을 일으킨 배경이다. 포데모스는 정부와 국민당의 약한 고리, 즉 반부패와 긴축반대 등의 공약을 통해 분노한 스페인 유권자의 심장으로 파고들었던 것이다.

우리에게도 유의미한 세 가지 교훈
첫째, 심각한 경제위기는 그대로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분노와 저항으로 직결되었다. 정치권 변화의 바람이 30년간 구축된 양당체제마저 붕괴시켜 버렸다. 신생정당 포데모스의 돌풍 배경은 정부와 여당의 경제정책 실패를 정면으로 공략하면서 국민적 요구를 그대로 반영시켰다는 점이다. 급진좌파 정당이라고 하더라도 민심을 제대로 읽은 포데모스의 승리였다. 그리고 포데모스를 이끄는 정치학 교수 출신의 37세 정치인 파블로 이글레시아스(Pablo Iglesias)의 정치 역량과 리더십도 큰 몫을 차지했다.
둘째, 경직된 양당체제는 스페인 정치 경제적 역동성을 따라갈 수 없었다. 정치적 부패와 경제적 무능 속에 민생이 파탄 날 정도였지만 집권 국민당과 사회노동당은 말 그대로 ‘적대적 공생관계’를 통해 그들만의 담합구조를 구축시켜 왔던 셈이다. 정치경제적 요구를 적절한 시기에 효과적으로 반영시킬 수 없었던 구조였다. 그 정점에서 포데모스가 30년의 철옹성을 붕괴시킨 것이다.
셋째, 높은 실업률과 복지 축소, 정부의 긴축재정에 분노하는 시민들이 오죽했으면 길거리로 나서겠는가. 2015년 1월 31일 수도 마드리드에서 포데모스가 주최한 ‘변화를 위한 행진’에 약 30만 명(경찰 추산 10만 명)의 시민들이 동참했다. 시민들은 긴축반대와 경제정의를 외치며 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집권세력은 이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시민안전법(the Citizen Safety Bill: Gag Law)’이라는 공안법으로 탄압했다. 불법시위를 하면 최대 60만 유로, 경찰을 모욕하는 언론 등에는 최대 3만 유로의 벌금 폭탄을 매길 수 있게 했다. 그러자 시민들은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말살하는 악법이라며 복면을 쓰고 길거리로 나와 시민안전법을 조롱하는 시위까지 벌일 정도였다. 강력한 공안통치로 시민들의 입과 행동을 막으려 했지만 민심은 이미 집권세력을 떠나고 있었다.
사실 양당체제의 폐해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지역주의와 이념대결이 중첩돼 양당체제의 폐해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 무능한 정부와 경제위기, 양당체제의 담합구조도 스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복면을 쓰고 나타난 시민들의 저항도 어쩌면 스페인과 닮은꼴이다. 그렇다면 한국도 내년 총선에서 거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인가. 정치판을 통째로 바꿀 수 있는 ‘선거혁명’이 일어날 것인가. 마침 강력한 ‘제3정당’이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한국정치의 역동성에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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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 시사평론가 정치학 박사  mjknews21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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