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인 이호연은 정상급 스승에게 현 세대 독보적인 국악인이며 신이 내린 독특한 음색을 지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명창은 3대 경기명창이자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됐던 故 안비취 명창에게 입문했고, 안비취 명창이 1997년 71세를 일기로 타계하자 후학 양성에 앞장서며 우리 소리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대학 교단에서는 꿈나무 국악인을 양성하는 한편, 이호연 국악예술원에서 외국어 특강을 통해 글로벌 국악인을 양성하는 등 세계 속에 한국 전통 민요를 전파하기 위하여 혼신을 다하고 있다. 100회가 넘는 공연 및 재능기부를 통해 우리 소리를 대중에 알리려는 열정도 대단하다.
이호연 명창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1일 여의도 전경련회관 그랜드볼룸에서 (사)한국언론인연합회가 선정한 2015 ‘제15회 자랑스런한국인대상(국악예술 부문)’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에 정경뉴스는 이호연 명창을 직접 만나 수상소감을 듣고, 그의 지난 발자취를 되짚어봤다.
 

이호연 한국의소리숨 이사장.

수상 감회 남달라
이호연 (사)한국의소리숨 이사장은 1965년부터 국악을 시작해 반세기 이상을 우리 국악에 평생을 바쳐왔다. 이 명창은 그동안 국내외에서 ▲러시아 국무성 초청공연 ▲송년 전통음악회 공연 ▲KBS 주최 캐나다, LA 초청공연 ▲제7차 남북통일 고위급회담 공연 ▲대전 EXPO 개막공연 미국 퀸즈 축제 한국관 건립 기념공연 ▲뉴욕 한인회 주최 광복 50주년 기념공연 ▲월드컵 유치기념 MBC음악회 ▲광복 50주년 일본 고베 KBS 협연 등 수백회 공연을 통해 우리 전통 민요를 세계에 알리는 민간외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KBS 국악대상, 예술인 실연자협회 국악부문 대상에 이어 KBS 국악대상 제5회 전국민요명창대회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 명창은 또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아 외교통상부 주최 세계문화예술지도자대상, 제21회 예총예술문화 특별공로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국악인으로 인정받았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나라를 대표하는 국악인으로서 사명감을 잊지 않았다. “제가 국악인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국악계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숨’을 창단한 것처럼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한참동안 고민했어요. 그동안 국민들에게 받아온 사랑을 어떻게 돌려드릴 수 있을지도 함께 생각했죠.” 한결같은 국악에의 열정은 이호연 명창을 ‘자랑스런한국인대상’으로 이끌었다.
이호연 명창은 “그동안 대통령 표창을 비롯해 숱한 상을 받아왔지만 이번 수상은 감회가 남다르다”며 “국악 분야가 아닌, 객관성을 인정받는 권위 있는 언론단체에서 국악 발전을 이룬 공로를 인정해줘 감사할 따름”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 명창은 이어 “50개 언론사가 회원사인 한국언론인연합회에서 엄정한 심사를 통해 대한민국 대표 국악인으로 인정받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 국악 발전을 위해 혼을 다 바쳐 일하라는 채찍질로 알겠다”고 말했다.
 

‘2015 제15회 자랑스런한국인대상’ 시상식 전경.

묵묵히 걸어온 국악인의 길
일찍이 문화재청에서는 열두 가지 경기민요를 묵계월, 이은주, 안비취의 세 명창에게 기능을 나눠 1975년 인간문화재로 지정하였는데, 안비취 명창이 1997년 71세로 타계하였고 지난해 묵계월 명창이 세상을 떠남으로써 이춘희(기능보유자) 명창과 함께 이호연 명창이 후학 양성에 앞장서며 소리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故안비취 명창은 궁중 음악과 궁중 무용의 최고 권위자였던 하규일 선생에게 춤·가곡·가사를, 명고수이자 민속무용가였던 한성준 선생에게는 민속춤과 승무, 이병성에게는 가곡, 최정식에게는 12잡가를 두루 전수받은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이호연 명창은 “스승님과 처음으로 대면한 자리에서 저를 얼싸안아 주셨다”며 “100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한 맑은 목청이라고 칭찬해주셨던 그 날의 감격은 오늘날까지 저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고 스승의 참사랑을 회상했다.
국악 외길 인생을 걸어온 이호연 명창은 당시의 기억을 품고, 스승을 가슴에 묻은 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호연 명창은 스승인 故 안비취 선생을 기리는 의미에서 안 선생의 이름을 딴 '안비취대상전국민요경창대회'를 2010년부터 7년째 진행해오고 있다.
 

'2015 제15회 자랑스런한국인대상' 시상식이 끝난 뒤 지인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이호연 국악인(가운데).

우리 민요 아리랑으로 통일 염원 노래하다
이호연 명창은 지난 1994년부터 이호연 국악예술원을 창립해 오랫동안 꿈나무 국악인을 양성해 왔으며, 2013년 사단법인 한국의 소리 ‘숨’을 설립해 우리 소리 지키기 범국민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우리의 소리를 계승·발전시키고 전국에 산재돼 있는 민요를 좀 더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발굴·보존해 국악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함이다. 12세 나이로 국악계에 입문해 50여 년 세월동안 국악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힘을 쏟았다.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전수교육 조교로 지정되면서 그의 책임감은 더욱 막중해졌다. 2015년에는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통일아리랑대축제’를 개최해 우리나라 국악 공연에 한 획을 긋는 공연이었다는 언론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통일아리랑대축제’를 기획한 것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악인으로서 사명을 다하기 위함이다. 통일아리랑대축제는 이호연 명창의 50여 년 국악인생 최대의 공연이자, 우리나라 국악공연에 일찍이 없었던 공연이었다. 참여 스텝진만 200여 명이 넘었다.
강학선 리딩톤 월드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소리꾼 숨, 구성진 목소리로 주목받고 있는 젊은 국악인 고금성, 가수 정수라, 김용임, 아이돌 나인뮤지스까지 전 장르를 총망라하는 예술인들이 힘을 합해 통일을 염원하는 하모니를 연출해냈다. 통일의 염원을 노래로 풀어내고, 국민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으고자 했던 것이다.
광복 70주년 통일아리랑대축제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은 축사를 통해 “한국인에게 아리랑이 차지하는 음악적 위상은 음식에 비유하자면 ‘밥’과 같다. 나머지 노래는 모두 ‘반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어 “이는 고종황제의 외국인 고문이자 항일운동가였던 선교사 호머 헐버트(Homer Hulbert)가 ‘한국의 성악’이란 책자에서 아리랑에 대한 진수를 말한 것”이라고 격찬했다. 또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했듯이 세계의 모든 인류가 국경 없이 한 데 어울리고 각 나라의 고유문화가 자연스럽게 융합하는 문화 융합의 시대에 국가 구성원들의 정신세계를 대변하는 전통예술의 가치의 중요성을 앞장서 드러내는 이호연 명창의 국악인으로서의 사명을 높이 평가한다고 극찬한 바 있다. 이호연 명창은 모든 국민이 따라부를 수 있도록 통일의 염원이 담긴 곡을 작사해 통일아리랑대축제 무대에서 선보인 한편 ‘통일아리랑 기념음반’도 제작·출시한 바 있다.
 

(좌) ‘통일아리랑대축제’에서 이호연 명창이 합창단과 함께 혼신을 다해 통일아리랑을 열창하고 있다. (우) 통일아리랑대축제 공식 포스터.

국악으로 통일 이루는 데 일조
큰 행사를 끝내고 쉬고 싶은 마음이 들 법도 한데, 이호연 명창은 휴식보다는 앞으로 활동 계획을 세우는 데 열중하고 있다. 우리 민요 아리랑이 2012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것과 뜻을 같이 하여 해외 순회공연을 준비 중에 있다. 우선 ‘통일아리랑대축제’ 전국순회공연을 계획 중이다. 더불어 해외동포들을 위한 공연도 계획 중이다. 고향을 향한 그리움 마음을 노래로 위로하고,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모르는 전후(戰後)세대에게 통일의 의미를 심어주고자 하는 것이 이호연 명창의 바람이다.
“통일에 보탬이 되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국악인으로서 저의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의 공연을 꿈꾸고 있어요. 임진각은 분단의 아픔과 통일 염원이 함께 어우러진 장소로서 특별한 곳이잖아요. 그곳에서 통일아리랑을 부르면 북한까지 우리의 마음이 울려퍼질 것 같아요. 누구나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꿈을 이루려면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죠.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을 자양분 삼아 더 노력할 것입니다.”
국악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서 콘텐츠를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일도 게을리 할 수 없다며 통일아리랑이 문화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목표도 전했다. 이 명창의 목표는 현 정부의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초부터 경제성장의 한 동력으로 문화융성을 꼽아왔다.
“국악은 우리나라의 전통문화 중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할 가치가 충분한 분야예요. 진정한 K-POP은 국악이 아닐까요? 국악을 변화시키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고 싶어요. 국악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떠올리기만 해도 설레는 것 같아요.”
국악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언론에 적극적인 협조를 구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우리 음악 한두 곡 정도는 꼭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외국 팝송을 접할 기회보다 국악을 접할 기회가 훨씬 적어요. 국악을 현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큼 언론에서도 도와주었으면 좋겠어요. 천편일률적으로 연출하기보다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지루하고 어려운 분위기를 깨고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명창은 인터뷰 말미에 활동 행보를 묻자 “자랑스런한국인대상을 수상한 계기로 국내외 순회공연팀을 만들어 우리 국악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꿈을 실현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명창은 ‘통일아리랑대축제’를 비롯해 의미 있는 행사를 위해 자비를 들여 진행할 만큼 국악을 알리기 위해 힘써왔다. 많은 사람들에게 국악을 알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제 저의 사명은 통일을 위해 노래하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연 명창의 노래 속에 담긴 진심의 울림이 멀리 퍼져나가길 기원한다.
 

이호연 명창이 ‘통일아리랑대축제’에서 열창하는 모습.

이호연 국악인
경력
1994 이호연 국악예술원 원장
1994 한국국악협회 이사
1996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교육보조자 지정
1998 대한노인복지후원회 이사
2000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국악대표 홍보대사
2002 충남대학교 명예홍보 위원
2003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
2005 언론인 연합회 홍보대사
2005 한국민요 연구회 부이사장
2013~現 사단법인 한국의소리숨 이사장
現 사단법인 식품안전본부 홍보대사
現 국립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수상
1971 KBS 민요 백일장 연말 1등
1984 제10회 전주대사습놀이 민요부문 장원
1991 제2회 KBS 서울국악대경연 금상
1998 제5회 전국민요경창대회 대통령상
1999 KBS 국악대상 대상
2003 예술인 실연자협회 국악부문 대상
2005 서울시 교육문화위원장 평화봉사장 표창
2005 외교통상부 주최 세계문화예술지도자 대상
2007 제21회 예총예술문화 특별공로상 수상

공연
1990 러시아 국무성 초청공연
송년 통일 전통음악회 공연
1992 KBS 주최 캐나다 LA 초청공연
제7차 남북통일 고위급회담 축하공연
1993 대전 EXPO 개막공연
1995 미국 퀸즈축제 한국관 건립 기금공연
뉴욕 한인회 주최 광복 50주년 기념공연
1996 월드컵 유치기념 MBC 음악회
광복50주년 일본 고베 국제회관 KBS 협연

대담·최재영 본지 대표 정리·장우호 기자  koreana37@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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