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 운구행렬이 26일 국회에서 국립 서울현충원으로 향하고 있다.

故 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이 11월 2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1시간 20여 분간 국가장으로 엄수됐다. 이날 오후 1시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발은 김 전 대통령의 운구차가 도착하자 거세게 날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 땅에 일궈낸 민주화의 무게만큼 하늘에서 영결식을 애도하듯 서설(瑞雪)이 내리는 듯 했다.
이날 영결식장에는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에도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반평생을 보낸 제2의 고향, 국회에서 대한민국에 마지막 인사를 했다.
 
눈물로 이별 읊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운구는 오후 1시30분, 서거 당시부터 머물렀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출발해 광화문과 세종로, 마포대교를 지나 국회의사당으로 이동했다.
국회의사당에 영구차가 입장하자 군 의장대 도열병은 ‘받들어 총’ 의식으로 고인을 맞았다. 이후 김동건 아나운서의 개식 선언으로 시작된 영결식은 정종섭 행정자치부장관의 약력보고로 이어졌다.
장례위원장인 황교안 국무총리는 조사에서 “우리는 오늘 우리나라 민주화의 큰 산이신 김 전 대통령과 영원히 이별하는 자리에 있다”며 “오랜 세월 국민의 아픔 기쁨 함께한 김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에 황망한 마음 가눌 길 없다”고 했다.
황 총리는 이어 “김 전 대통령은 평생 동안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고 대도무문의 정치철학과 민주주의의 확고한 신념으로 민주화의 길을 연 의회민주주의의 산 증인”이라며 “우리 국민이 사랑한 김영삼 전 대통령님은 이제 생전의 무거운 짐 모두 내려놓으시고 영원한 안식을 하신다”고 말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추도사에서 “김 전 대통령은 엄혹한 군사독재 정권 시절 국내 투쟁을 접고 외국으로 나가라는 회유를 받았지만 핍박 받고 있는 국민을 남겨두고 떠날 수 없다며 단호히 거부했다”면서 “김 전 대통령은 민주와 인권을 위해 모든 것을 남김없이 바친 희생과 헌신의 삶을 살았다”고 밝혔다.
김 전 의장은 추도사 마지막에 “김영삼 대통령님 참으로 참으로 수고가 많으셨다”며 “주님 품 안에서 부디 안식하소서”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추도사가 끝난 후 기독교·불교·천주교·원불교 종교 행사가 이어졌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이 일생을 담은 동영상이 상영됐다. 동영상에는 그의 출생, 성장 과정, 1951년 정계 입문 후 최연소·최다선 의원 기록 수립, 1979년 의원직 제명, 1983년 23일 간 단식 투쟁, 1980년대 가택 연금, 1984년 민추협 결성, 1987년 6월 항쟁, 1992년 대통령 당선과 문민정부 출범, 취임 후 금융실명제 실시 등 주요 활동이 담겼다.
바리톤 고성현 한양대학교 교수와 국립합창단, 구리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추모곡으로 ‘청산에 살리라’를 불렀다. 이 곡은 김영삼 대통령이 생전에 좋아한 노래 가운데 하나라, 유족이 직접 선택했다.
이날 영결식은 상주 및 직계 유족 등의 헌화 및 분향, 3군의 조총대 발사를 끝으로 마무리 됐다.
이날 영결식에는 유족과 친지 100여 명, 상도동계와 동교동계를 아우르는 장례위원 2,000여 명, 해외 조문 사절 80여 명, 각계 인사 7,900여 명 등 1만여 명 이상이 참석해 김 전 대통령을 떠나보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서청원 최고위원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으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고인을 애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도 영결식에 참석했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김 전 대통령이 직접 발탁한 인사인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도 자리를 지켰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도 참석했다.
 
민주화 투사 국립현충원에 잠들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운구차량은 사저와 근처에 위치한 김영삼 대통령 기념도서관 앞을 지나 국립서울현충원에 도착해 안장식을 거행했다. 눈발이 날리고 세찬 바람이 불면서 체감온도가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지만 조문객들은 차분하고 엄숙하게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안장식이 열리는 충혼당 앞에 운구차가 도착하자 군악대의 조악 연주가 고인을 맞이했다. 250석 규모의 안장식장 맨 앞줄에는 휠체어를 탄 손명순 여사 등 유족 대표들과 김수한, 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이 자리했다.
고인에게 예를 갖춘 뒤 유족과 조문객 대표등의 헌화와 분향이 10분 동안 진행됐다. 이어 묘소 예정지까지 운구가 이뤄지고 5시 하관이 이뤄졌다. 평소 친분이 깊었던 고명진 목사가 집도하는 하관 예배로 김 전 대통령은 이별을 고했다.
이어 흙을 삽으로 뿌리는 허토 의식과 조총발사가 이어지고 진혼곡 연주 속에 김영삼 전 대통령 안장식이 마무리됐다. 최고의 예우를 갖춰 거행되는 안장식은 1시간 10분가량 소요됐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의 묘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소와 300m떨어진 현충원 장군 제3묘역의 우측 능선으로 지정됐다.

김의상 기자  estkin@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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