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이제 개인적으로도 친숙한 이웃이 된 것 같다. 오바마 대통령의 박 대통령에 대한 따뜻한 환대는 방문기간 내내 오랜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내외에 과시하는 것 같았다. 그것은 65년 전 미국의 젊은이들이 한국과 세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흘린 값진 희생의 토양 위에서 자란 뿌리 깊은 나무와 같다.
방문 전 워싱턴 정가에서 일던 한국의 중국 경도(傾倒)에 대한 우려도 이번 박대통령의 방미로 말끔하게 불식시키는 효과가 있었고, 미국인들에게 박 대통령을 미국의 심장인 펜타곤으로 초청한 데서 두 나라는 형식적이 아닌 세계에서 가장 견고한 동맹관계임을 입증했다. 미국의 안보는 물론 세계의 안보를 책임지는 미국의 펜타곤을 내세운 것은 한국 대통령에게 당신의 국가 안보를 확실히 책임져 주겠다는, 그래서 당신들은 미국만 믿어도 안보 면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한 시위인 것도 같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10월 16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북 핵·미사일에 대한 국제적 의무 준수 촉구
이번 방미의 결과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북핵에 대한 공동 대응과 통일까지 함께 가겠다는 동맹 의지 강화였다.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별도의 의제로 ‘2015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에 합의했다. 한·미공동성명의 핵심 내용은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공동대응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의 지속적인 고도화 우려 ▲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유엔 안보리 제재조치 ▲북핵 불인정 ▲북 인권상황 규탄 등이다. 그러나 이 공동합의서의 행간에는 ▲북한에 대한 밝은 미래 ▲북한 주민의 민생 향상도 내재되어 있어 보인다고 문일석 브레이크뉴스 편집인은 진단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10월 16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한·미 공동성명에는 한·미 동맹은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뿐 아니라 여타 도발에 의한 평화 및 안전에 대한 위협에도 대응한다는 다음의 공약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한·미)는 확고한 억지 태세를 유지할 것이며, 북한의 모든 형태의 도발에 보다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우리의 동맹을 현대화하고 긴밀한 공조를 증진시켜 나갈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은 유엔에 의해 금지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의 지속적인 고도화에 대해 깊은 우려를 공유하며, 북핵문제를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를 갖고 다루기로 합의하였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은 이어서 “한·미는 국제사회와 공유하는 우리의 공동 목표인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의 평화적 달성을 위한 우리의 공약을 재확인한다.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개발은 유엔 안보리 결의의 상시적인 위반이며, 2005년 6자회담 공동성명상 북한의 공약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이 국제 의무 및 공약을 즉각적으로 완전히 준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유엔 안보리 결의들을 위반하는 북한의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
특히, 만약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 또는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추가적인 실질 조치를 포함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 우리는 제재 조치를 포함하여 북한과 관련된 모든 유엔 안보리 결의의 효과적이고 투명한 이행 확보를 위해 국제 사회와 협력할 것이며, 모든 국가들이 북한의 금지된 활동들을 엄격히 감시할 것을 권장한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월 15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국방부인 펜타곤을 방문, 의장대 사열을 받고 있다.

한·미는 북한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
공동성명은 북한에 대하여 특별한 언급을 했다.
“대한민국과 미합중국은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으며, 비핵화라는 우리의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있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6자회담 참가국들의 공통의 이해를 인식하면서, 우리는 모든 비핵화 대화 제의를 거부해 온 북한을 신뢰할 수 있고 의미 있는 대화로 가능한 조속히 복귀시키기 위해 중국 및 여타 당사국들과의 공조를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결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북한의 지속적인 핵무기 추구가 자신의 경제 개발 목표와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다.
만약 북한이 핵·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진정한 의지를 보이고, 자신의 국제 의무와 공약을 준수하는 데 동의한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게 보다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월 15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전략국제문제 연구소(CSIS)에서 연설 후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또한 “미합중국은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거듭된 제의를 하는 등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점을 평가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에 입각한 정책에 따라 지난 8월 발생한 긴장 상황이 평화적으로 해결된 것을 환영한다.
미합중국은 박근혜 대통령이 드레스덴 연설에서 제시한 바 있는 한반도 평화통일 비전을 계속하여 강력히 지지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 통일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고위급 전략 협의를 강화할 것이다.
대한민국과 미합중국은 2014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보고서에 적시된 바와 같은 북한의 개탄스러운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에 동참한다. 우리는 유엔 북한인권사무소의 업무를 지원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고,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며, 북한 주민의 민생을 향상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다.”
공동성명은 이렇게 북한의 구체적인 행동 프로세스까지 밝히면서 끝난다.

북한 리수영 외무상이 9월 26일(현지시간) 오전 유엔 총회 회의장에서 열린 유엔 개발정상회의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리수영 북한 외무상 정전협상 대신 평화협정 맺자
미국은 지난 8월 남북 간 일촉즉발의 충돌 위기를 8·25 남북고위급 합의로 평화적으로 해결한 데 대해 높은 평가를 했고, 한국의 대북정책 특히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존중하며 지속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남북은 8·25합의 이후 상호비방과 충돌 없이 신뢰를 쌓아가고 있으며, 북한은 남북합의를 지키는 면에서는 오히려 남한보다 훨씬 성의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10월 20일 이산가족상봉도 약속대로 잘 이행된 것을 보면 북한의 달라진 태도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점은 북한의 유엔 연설에서도 감지된다.
리수영 조선(북한) 외무상은 10월 1일 유엔 연설에서 “북한 정부는 미국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한다면 한반도에서 전쟁 및 갈등을 허용하지 않도록 건설적 대화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리수영 외무상의 말에 따르면 미국이 정책을 바꾼다면 한반도 안보 상황은 현저히 바뀔 것이며, “이는 우리가 제안할 수 있는 최고의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한다면 한반도 내 평화와 안보가 보장될 것이며 북한과 유엔과의 비정상적 관계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연설에서 리 외무상은 한·미 공동 훈련을 언급하면서 매번 한반도를 ‘전쟁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남한에 대한 날카로운 공격을 자제했다. 리 외무상은 15년 역사상 최초로 총회 연단에서 연설했다. 연설 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만남을 가졌으며, 반 총장은 북한과 남한의 대화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며 북한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는 북한의 이런 변화의 신호에 특별한 주목을 해야 한다. 그러나 리 북 외무상의 발언에 대한 국내 반응은 덤덤했다. 흘려 들어야 할 발언이 아닌데도 말이다.

남·북·미·중이 남북통일의 주역
북한은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에 줄곧 엄포를 놓았던 미사일 발사(위성발사)도 하지 않았다. 이것이 국제사회의 위협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중국의 만류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한바탕 시끄러울 논란을 피한 것은 틀림없다. 그에 발맞춰 중국은 고위급 인사를 북한에 보내 북·중관계의 돈독함을 과시한 것으로 미루어 그 결정에 무게 있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것은 미국과 중국이 북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런 가운데 나온 박 대통령의 남·북·미·중 4개국이 한반도 통일을 심도 있게 논의하자는 제안은 설득력을 가진다.
특히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 통일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고위급 전략 협의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점도 주목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독일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통일은 며칠 또는 몇 개월 후에라도 올 수 있으니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평소부터 일관되게 주장했다. 독일 대통령으로부터 한 10년 후쯤이나 통일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그 다음날 통일이 되더라는 경험담을 듣고 나서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통일은 도둑처럼 한밤중에도 올 수 있다고 역설했던 것을 보면 이들이 갑작스러운 통일의 무슨 실체를 예견하고 있는 것일까?
박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후 귀국하여 이례적으로 여야 대표 4명을 소집하여 방미성과를 설명하겠다는 것도 요즘 불거진 교과서문제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당장 내일 통일이 된다 해도 남·북 해빙무드를 중심으로 북·미 간의 평화적 대화를 위한 중재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 북한의 주장대로 미국의 북한 적대시 정책(미국은 적대시하지 않고 있다고 선언했다)이 풀리면 급속도로 북·미 관계가 호전될 것이며 북핵 문제도 덩달아 눈 녹듯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한·미간 고위급 통일 전략회의도 풀어가야 하지 않을까? 역사적으로도 북한지역은 미국의 선교사들이 가장 먼저 발을 들인 곳이 아니던가.

박근혜 대통령이 10월 1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첨단산업 파트너십 포럼에 참석, 축사하고 있다.

미국 방문 성과의 명과 암
한·중·일 회담이 10월 말 아니면 11월 초에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박 대통령과 아베 간 한·일 정상회담도 이미 개최하기로 합의가 끝난 상태다.
청와대는 지난 18일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방문에 대해 한·미동맹 심화와 한·중 관계 발전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으며, 동북아에서의 능동적인 외교를 전개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3가지 점에서 한국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첫째는 미국은 중국이 국제규범과 법을 준수하기를 원한다. 만약 중국이 그런 면에서 실패한다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문한 점이다. 이것은 남중국해 문제 등 미·중 갈등 사안에서 미국을 지지하라는 압박이다. 둘째, 일본과 역사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지향적 관계에 나서라고 주문한 점이다. 이것은 군 위안부 등 과거사를 덮고, 한·미·일 공조를 위한 한·일 관계 개선의 시급성을 강조한 것이다. 셋째, 미사일 방어를 통해 함께 효과적인 작전을 수행하자고 주문했다. 이것은 한반도 방어에 필요한 능력 강화 곧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논의의 시사라고 평가했다.(경향신문)
반면 한·미·일, 한·중·일, 한·미·중 등 3각 대화를 강화하는 것이 역내협력 강화의 새 통로를 열 수 있기 때문에 이번 회담의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는 주장이다. 한·미·일 안보동맹을 바탕으로 과거사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는 중재자 역할을 하고,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패권 경쟁 중인 미국과 중국 간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국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한국의 적극적인 행보를 기대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의 추가가입 의지도 미국에 표명했다. 이미 EU와 중국 등 세계 거대 경제권과 FTA네트워크를 구축한 한국이 TPP에 가입하면 한·미 양국 기업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자유무역 확대·창조경제 파트너십 강화 등 양국이 협조하면 세계 경제를 주도할 새로운 성장엔진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도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의 성과는 행간 속에 숨은 남북통일 방안에 대한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더불어 한·미 동맹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혈맹이라는 점을 확인해준 일도 포함된다.
그러나 한미 간의 북한에 대한 공동성명에 대한 당사국인 북한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번 성명에서 자기들이 주장했던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가 빠지자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결과를 “해괴망측한 반공화국 광대극”이라며 폄훼한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 8·25 남북화해 이후 한반도 문제에 대하여 보다 실질적인 논의가 한미 양국 간에 부족했다는 반응이다.
그리고 우리의 핵심적인 이익이라고 할 수 있는 전문직 비자쿼터 확보 문제와 차세대전투기 핵심기술 이전 등에 대해서도 성과가 없었다.
이것은 한국형 전투기 개발에 필수적인 4대 핵심기술로 꼽히는 다중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EO TGP), 전자전 재머(RF Jammer) 항전장비 기술 및 이들을 전투임무수행컴퓨터(CFCC)와 체계 통합하는 기술은 7조 3천억 원을 들여 미국의 F-35A 스텔스 전투기 40대를 우리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로 수입하면서 협조받기로 했었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단 한번도 수출허가 승인을 낸 적 없는 핵심기술이어서 일찌감치 기술이전 논란을 예고했다.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얻는 성과도 없었다. 역사적 문제를 덮고 미래로 가라는 오바마의 말도 국민의 기대에 부합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후한 점수를 받은 이번 박 대통령의 방미 정상회담 성과에도 해외 순방 때마다 그 효과를 상쇄시키는 국내 정치의 악재 징크스는 여전했다. 다름 아닌 거리로 뛰쳐나와 똬리를 틀고 앉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다.

김의상 기자  estkin@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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