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성공스토리 뒤에는 그를 최고의 자리로 이끈 조력자가 있기 마련이다. 세계적인 골프 선수 최경주 프로 역시 현재의 그가 있기까지 피홍배 최경주복지회 회장이 있었다. 피홍배 회장은 일찌감치 최경주 프로를 크게 될 재목이라 생각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최 프로에게 아버지와 같은 존재로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는 피홍배 회장. 그는 2015 제11회 프레지던츠컵을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유치하여 국위선양에 기여한 최경주 프로를 높이 평가했다. 정경뉴스는 (사)최경주복지회에서 진행한 자선골프대회와 후원의 밤이 끝난 뒤 피홍배 회장을 만나 그의 인생철학을 들어봤다.
 

본지와 인터뷰 중인 피홍배 최경주복지회 회장.

첫눈에 반한 피홍배 회장
피홍배 회장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세계적인 프로골퍼 최경주 프로다. 그와 최경주 프로가 처음 만난 것은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0년대 후반이다. 피 회장은 사업에 몰두하느라 동분서주하며 몸을 혹사시킨 탓에 왼쪽 몸이 마비돼 걷지도 못하고 왼손을 쓰지도 못했다. 중풍이었다. 모두가 가망이 없다고 했지만 그는 타고난 정신력과 운동으로 재활에 성공했다. 그때의 아픔으로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동안 소홀히 했던 골프를 다시 시작했다.
피 회장은 88CC 운영위원장으로 있을 때 헤드프로로 들어온 프로 입문 5년차 최 프로와 라운딩할 기회를 가졌다. 당시 최 프로를 본 첫 느낌을 그는 이렇게 회상했다.
“처음 봤을 때 골프를 하기에 가장 최적의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한 샷 한 샷 눈여겨 봤는데 기량이 매우 뛰어났다. 무엇보다 대성할 재목이라고 예감했던 이유는 바로 최경주 프로의 사람 됨됨이였다.”
피 회장은 “골프를 같이 쳐보면 그 사람의 매너나 행동을 통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금세 알 수 있다”며 “최경주의 첫인상은 골프 실력만큼 사람 됨됨이도 완벽했기에 세계를 제패하고도 남을 위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19일 최경주재단 주최, 자선 골프대회가 열린 가운데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에서 피홍배 회장(좌)이 최경주 부부와 덕담을 나누고 있다.

이미 최 프로에 푹 빠진 피 회장은 “민물고기는 평생 민물에서 놀게 돼있다”며 곧장 해외 진출을 독려했다. 최 프로 역시 해외 진출을 꿈꾸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당시 후원사가 있었지만 거기서 나오는 후원금으로는 감히 해외 진출을 생각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막막해하던 차였다.
피 회장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외환위기 당시 자신의 형편도 넉넉하지는 않았으나 최 프로를 국내에서 썩히자니 안타까웠던 것이다. 피 회장은 기꺼이 사비를 털어 최 프로가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왔다. 최 프로는 일본 진출 후 세 번째 출전 대회였던 기린오픈에서 우승을 따내 피 회장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최 프로는 이후 우베 고산 오픈에서 1승을 추가하고 2000년 마침내 미국프로골프(PGA)에 진출했다. 최 프로 본인과 피 회장의 바람이 함께 이뤄진 순간이었다.

지난 10월 19일 피홍배 회장이 자선골프대회장에서 최경주 프로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나눔 정신으로 최경주복지회 설립
PGA에서도 8승을 올려 현재까지 총 18승을 달리고 있는 최 프로와 피 회장은 서로를 아버지와 아들로 칭하며 돈독한 사이를 이어나가고 있다. ‘나눔의 정신’이라는 삶의 모토 또한 같아 그들의 사이는 더욱 각별하다. 피홍배 회장과 최경주 프로는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좌우명으로 현재 사단법인 최경주복지회를 설립해 사회 공헌에 앞장서고 있다.
최경주복지회를 설립하기 전 피 회장은 홀로 이웃을 돕는 데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당시 최경주 프로도 자신이 있기까지 받았던 도움을 생각해 힘든 이웃들을 위한 나눔의 손길을 펼치고 있었고, 이를 본 피 회장이 최 프로와 의기투합해 ‘모두 함께 돕고 살자’는 소박한 마음으로 복지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 10월 19일 최경주재단이 주최한 자선골프대회에서 최경주 선수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피홍배 회장, 임동혁 회장, 최경주 선수, 유석성 총장, 최재영 회장)

내 인생의 모토 ‘나눔’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알려진 피홍배 회장은 경상북도 성주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피 회장은 크게 성공한 뒤에도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기억하며 평소 나눔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앞서 밝힌 (사)최경주복지회다. 피 회장은 공공기관, 공·사익 단체에 재정적 후원을 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고향의 후학들을 위한 장학금, 고향 발전기금, 불우이웃 수용시설에 재정적 지원을 하는 등 소외계층을 위해 많은 사회환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상 곳곳에서 크고 작은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그는 “큰 돈은 없지만 돈은 본시 내 것이 아니고, 지금 내게 있는 돈은 하나님이 맡겨주신 것을 잠시 보관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2007년 11월 기금 100억 원으로 설립된 최경주복지회도 바로 이런 피 회장의 철학에서 비롯됐다. 최경주 선수와 공동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피 회장은 사재를 털어가면서까지 재단 활동에 적극적이다. 최경주복지회는 KJ희망장학생 육성, 지역아동센터 지원 등 아동·청소년 지원사업과 자원봉사단 ‘시행우’를 비롯한 특별 지원 사업으로 국내외에 다양한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
피홍배 회장의 나눔 정신은 그의 아버지와 그가 존경하는 위인 알렉산더 대왕의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정신에서 비롯됐다. 피 회장은 “아버지는 욕심 부리지 말고 베풀면서 살라는 말씀을 생전에 자주하셨다”며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이 가르침이 자연스레 내 삶의 모토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공수래공수거’를 항상 마음에 새기며 실천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아버지만큼이나 알렉산더 대왕도 피 회장이 가진 나눔 정신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기자에게 알렉산더 대왕의 유명한 임종 일화를 꺼냈다. “알렉산더 대왕은 자신이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는 사실을 많은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예법에 어긋나는 처사라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두 손을 관 바깥으로 내놓고 모든 사람이 보도록 했다. 그리스·페르시아·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하여 새로운 헬레니즘 문화를 이룩한 천하의 알렉산더 대왕도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데 그 누가 빈손으로 가지 않을 수 있겠냐”며 “(알렉산더 대왕 임종은) 욕심을 버리고 살라는 인생의 미덕을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피홍배 회장은 그의 고귀한 봉사정신을 인정받아 2013년 (사)한국언론인연합회가 선정한 ‘제12회 자랑스런한국인대상(나눔봉사 부문)’을 비롯해 대한민국 한빛회가 선정한 ‘대한민국 나눔봉사대상’ 등 많은 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특히 피홍배 회장은 남을 돕는 일에는 아낌없이 베풀면서, 기업을 여러 개 운영하는 삼정그룹 회장 위치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승용차는 20년이 넘게 타고 다니고 있어 주변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정말 겸손하고 검소한 생활이 몸에 베어있는 피 회장 같은 훌륭한 분들이 우리 사회에 포진하고 있기에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가 보장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레지던츠컵 자체 평가
피홍배 회장에게 최경주 프로는 막내아들 같은 존재다. 실제로 최경주 프로는 아직도 경기를 마친 뒤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아버님, 저 막내입니다”라며 피 회장에게 전화를 건다고 한다. 피 회장 역시 최 프로를 막내아들처럼 아끼며 적극 돕고 있다.
끝으로 지난 10월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 유치 성과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피홍배 회장은 “이번 프레지던츠컵은 누가 뭐라고 해도 세계 10억 골프인구가 지켜본 대회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업적을 남긴 대회로 큰 성과를 이루었다”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장우호 기자  koreana37@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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