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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8개월 만에 재개된 이산가족 상봉65년 그리움 담기엔 너무 짧은 시간…정치 논리 배제한 정례화 이루어져야
김의상 기자 | 승인 2015.10.30 18:06|(188호)

지난 10월 10일, KBS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KBS가 1983년 6월 30일부터 11월 14일까지 생방송한 이산가족 특집 생방송에는 전담인력 1,641명이 투입됐고 10만 952건의 사연을 접수했으며 이 가운데 절반을 조금 넘는 5만 3,536건이 방송에 소개돼 1만 189건의 상봉이 이루어졌다. 당시 온국민을 울렸던 5만여 명의 이산가족의 한은 지금까지도 해소되지 못했다. 분단의 근본적인 해결인 통일에 대한 노력은 박근혜 정부 들어선 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북한의 3대 세습이 이어지는 동안 남북관계는 도발과 화해를 반복하고 하고 있다. 60년이 넘는 시간동안 분단의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이산가족들을 위해 상봉행사의 정례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1차 마지막날인 10월 22일 북한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남측 이순규 씨 가족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드디어 만난 이산가족
8·25 남북 합의 이후 협의 사항 중 하나였던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졌다. 1년 8개월 만에 재개된 이산가족 상봉은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우려가 있었고, 미 정상회담 북핵 공동성명 채택 등으로 인한 위험도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북한의 일탈행위 없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무사히 마무리 지었다.

제20차 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는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1, 2차로 나누어 진행됐다. 10월 20일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북측 76가족(141명)과 남측 96가족(389명)의 1차 상봉이 이루어졌다. 이들은 개별상봉, 단체상봉, 공동중식, 환영만찬 등 5차례에 걸쳐 2박 3일의 일정 동안 총 12시간을 함께 보냈다. 24~26일까지 이루어진 2차 상봉은 1차 상봉과 반대로 우리 측에서 상봉을 신청해 북측 가족을 찾아 만나는 방식이었다. 우리 측 90가족, 255명은 북측 가족 188명과 24일 금강산에서 꿈만 같은 재회를 했다. 2차 상봉은 북측 주최로 대부분 금강산호텔에서 진행됐다. 1차 상봉처럼 단체상봉을 시작으로 2박 3일 동안 총 6차례에 걸쳐 12시간 동안 만남을 가졌으며, 25일 오전에는 우리 측 상봉단이 숙소로 사용하는 외금강호텔에서 개별상봉이 진행됐다.

상봉 현장은 눈물바다
이산가족 상봉 현장은 ‘눈물바다’였다. 반세기넘도록 얼굴을 보지 못한 가족, 태어나서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했던 아버지, 결혼한 지 7개월 만에 헤어진 부부 등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이산가족들은 금강면회소에 들어서서 누가 먼저랄 것도없이 눈물을 터트렸다. 65년 만에 북한에 살고 있는 아버지 채훈식 씨(88)를 처음 만난 아들 희양 씨(65)는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을 쏟았다. ‘방 안에 있으면 빛이 날 만큼 잘생겼던’ 남편을 그리면서 힘든 세월을 견딘 부인 이옥연 씨(88)는 그가 내민 손을 차마 잡지 못하고 “이제 늙었는데 손을 잡으면 뭐해”라며 무심히 흘러버린 시간을 원망했다.

우리 측 최고령자였던 98세의 구상연 씨는 당시 네 살, 일곱 살 딸들에게 `예쁜 꽃신을 사주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구입한 꽃신을 손에 꼭 쥐고 상봉장을 들어섰다. 이제 할머니가 되어 버린 딸들과 만나 연신 눈물을 훔쳤다. 이석주 씨(98) 역시 아들과 손자를 만나 그동안 세월에 대한 한을 조금이나마 풀었다.

백년가약을 맺은 지 7개월 만에 헤어진 뒤 남편이 죽은 줄 알고 37년간 제사를 지내온 84세 이순규 할머니는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다시 헤어지는 순간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65년 만에 만난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2박 3일간 혈육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은 고작 6차례, 총 12시간 동안 만남을 가졌다. 북측 남철순(82) 할머니는 여동생 순옥(80) 할머니의 손을 꼭 잡으며 “우리 통일되면 가족들이 다 같이 큰 집에서 모여 살자. 이런 불행이 어디있니”라며 이별을 애달파했다. 남측 이춘란(80)할머니도 언니 리란히(84) 할머니에게 “내가 열다섯에 언니랑 헤어져서 오늘 겨우 만났는데 헤어지면 언제 만나려고…”라며 슬픔에 말을 잇지 못했다.

10월 20일 제20차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남측 가족들이 강원고성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버스를 타고 금강산으로 향하고 있다.(좌)10월 20일 오후 북한 금강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리고 있다.(우)

이산가족 상봉 행사 정례화 추진해야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1988년부터 올해 7월 31일까지 이산가족으로 등록된 국내외 인사는 12만 9,698명이다. 이들 중 절반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생존자는 6만 7,000명 정도다. 이번처럼 100명 안팎의 이산 1세대가 만나는 방식으로 이들의 한을 풀어 주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생존해 있는 상봉 신청자도 80대가 40%, 90세 이상이 10% 이상이어서 태반이 80세가 넘는 고령자들이다. 이산가족 상봉에 나올 수있는 직계 가족의 수도 점점 줄어 어제 부모-자녀 상봉을 한 가족도 5가족뿐이었다.

이번 상봉 행사에 참여한 염진례(83) 할머니는 건강 상태 악화로 2일차 상봉 행사에 불참했다가, 마지막 날에는 오빠 진봉(84) 할아버지를 꼭 만나고자 진통제를 먹고 상봉장으로 나서기도 했다. 북측 도흥규(85) 할아버지 사촌인 남측 박종안(79) 할아버지는 가벼운 건강 문제로 의무실에 누워 치료를 받았다. 이처럼 고령의 이산가족들에게는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현실적으로 1~2년 내에 통일을 이룰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들이 유명을 달리하기 전에 정례적 상봉 성사를 서둘러야 할 이유다.

정례적 상봉을 서둘러야 할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남쪽 이산가족들은 이번에 무려 663대1의 바늘구멍 같은 추첨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더군다나 북측 가족들은 체제 동요에 대한 북한 당국의 우려 탓에 먹고살 만한 수준의 계층이 아니면 선발되기조차 힘들다고 한다. 힘들게 선발되었다고 하더라도 양측 가족이 혈육의 정을 나눈 시간은 하루도 채 되지 않는다. 제대로 대화를 나눠보지 못할 만큼 짧은 시간에 1차 상봉 현장에서는 “몇 시간씩 끊어 만날 게 아니라 한 방에서 이틀간 같이 자게 해 달라”는 하소연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그나마 이렇게 만난 사람들은 평생의 한을 풀었지만 추첨에서 탈락한 고령자들의 슬픔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정례적 상봉 행사와 함께 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서신교환, 그리고 면회소 설치를 통한 상시 만남 등 제도적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10월 24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김월순 씨가 아들인 북측 주재은 씨와 만나 오열하고 있다.(좌) 이산가족 상봉행사 1차 마지막날인 10월 22일 북한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작별상봉을 마친 남측 이순규 씨가 버스에 탑승한 남편인 북측 오인세 씨와 헤어지며 손을 잡고 있다.

남은 것은 정부 과제
현재 남북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악화일로만 걸어오던 관계가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화해의 분위기가 엿보이는 만큼 이를 십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은 8·25합의에서 ‘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한다’고 합의했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진척이 없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대북 관계에서 정부는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10월 20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해외협의회 특강에서 “당국회의는 아직 큰 진전이 없지만 민간교류와 이산가족상봉이 잘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상황이 지속된다면 당국 교류에도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회담이 성사된다면 이산가족 문제의 정례화, 금강산 관광 재개,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 등이 협의의 주제가 될 것이다. 사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과 더불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원하는 신호를 보내왔었다. 이산가족의 정례적 상봉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위해 금강산 관광을 유인 카드로 쓰는 융통성을 발휘한다면 합의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양국 간의 화해 무드는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요구된다.

이북도민회 중앙연합회와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는 지난 8월 유엔의 ‘실향민 처리 지침’을 근거로 추석 방북 성묘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청원했다. ‘실향민 처리 지침’은 유엔이 무력 충돌, 재난, 인권 유린 등으로 고향과 조국을 떠난 난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1998년 만든 지침이다. 인권차원에서 이산가족 문제가 해결되도록 국제사회에 공론화시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도 정부가 앞으로 해 나가야 할 역할이다.

김의상 기자  estkin@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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