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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경영에서 가족경영으로 확대…가족 경영 장점 살려야3·4세대 경영세습 시작, 후계승계 시스템 부족으로 다툼 일어나기도
정경NEWS | 승인 2015.10.30 10:57|(188호)


‘who(누가)’보다 중요한 건 ‘how(어떻게)’다. 기업 경영에서 오너승계 체제와 전문경영인 체제 중 어떤 게 낫냐는 우문에 대한 현답이다. 기업을 이끄는 게 재벌 총수든, MBA과정을 수료한 전문 경영인이든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한 금융 연구소는 오너경영과 전문 경영인 체제에 있어 기업 성과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이제 오너경영체제를 한국기업의 문화로 보아야 한다. 한국 경제가 오너의 ‘장기적 비전’에 기대 성장해 온 까닭이다. 오너경영체제 하에서 2세, 3세로 경영승계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가족경영으로 바뀌고 있다. 오너경영의 단점을 최소화하고 경영승계에 있어 부작용을 낮추기 위한 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 10대 대기업 순위에 포함된 기업들의 로고.


오너경영의 장점

오너 경영의 최대 장점은 ‘장기적 비전’을 추구하기에 쉽다는 데 있다. 전문경영인이 매분기 단기 수익으로 평가를 받는 데 비해 오너는 단기 수익으로 평가를 받지는 않는다. 단기 수익에 따라 직위가 영향을 받는 게 아닐 뿐더러 투자대상을 선정하는 힘까지 있다. 철강, IT, 선박 등 초기투자가 중요하고 초기에 수익보단 손해가 큰 사업의 경우 오너의 선택으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곤 했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 반도체 산업을 효자 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한 이건희회장의 용단이다. 90년대 초, 이건희 회장은 ‘첨단산업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는 경영진의 만류를 뿌리치고 반도체 산업에 투자했다. 그리고 10년 후, 반도체 산업은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효자 상품으로 등극했다. 주주들과 상임이사들의 눈치 보기에 바쁜 전문경영인 제도 하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과거 한국의 경제계획 과정에서 중공업의 성장이 이뤄진 것도 오너경영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는 곧 ‘위험 감수가 용이하다’는 오너경영의 또 다른 장점과도 일맥상통한다. 오너경영은 그 구조상 오너에게 모든 게 집중돼 있기 때문에 권한 행사의 범위가 넓다. 또 오너경영인은 대체로 창업주와 그 일가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주인의식과 책임감이 깊은 편이다. 이런 상황적 특수성이 일정 한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특정 사업이나 기술 개발에 투자하게 만든다. 자신의 임기 내에 위험한 투자를 원하지 않는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나오기 어려운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기업의 사업 투자가 고용창출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오너들의 이런 결단은 경제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물론, 오너경영이 위험 요인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태생적 위험’이라고 할 수 있는 요인은 재벌 총수가 쉽게 빠지기 쉬운 권력 남용이다. 특히, 회사의 이익이 아닌 재벌 일가의 이익 추구를 위한 권력 남용의 문제는 그 폐해가 심각하다.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 편법 승계, 순환 출자를 통한 그룹 통제의 문제 등이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몇 년 전 발생했었던 ‘동양사태’는 회사의 재산으로 재벌 일가의 편리를 도모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하지만 오너경영을 포기할 수는 없다.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장하준 교수가 언급했듯이 세계적 경쟁 추세 속에서 오너 경영이 갖는 효율성을 부정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결국 경영의 성패를 좌우하는 건 오너든, 전문경영인이든 자신이 속한 체제를 어떻게 운용하는가가 된다. 오너경영이 일반화돼 있는 한국 사회에서 관건은 오너경영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오너경영에서 가족경영으로 한국의 대기업들은 철저히 자녀들에게 소유권과 경영권을 동시에 물려주고 있다. 1세대의 창업주 시대를 지나 2세대 후계경영도 막바지인 현 시점에서 3·4세 후계승계가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중이다. 단순히 오너경영이 아닌 가족경영체제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발표를 보면 30대 그룹의 업력은 평균 63년으로 한 세대가20~30년을 경영한다고 추정했을 때 지금이 바로 3~4세대 승계 시점이다. 한 언론에서 국내 30대 그룹의 승계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수가 있는 23곳 중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22곳에서 3~4세로의 지분 승계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현대중공업은 본격적인 승계 작업이 이루어지지않고 있지만 현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곧 승계 작업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가족경영을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가족경영권 승계는 익숙한 모습이다. 가족경영으로 수 대째 역사와 전통을 이어오는 기업들도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전체 기업의 72%가 가족 기업이며, 독일 역시 가족경영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국가 중 하나다. 세계적 필기구 브랜드 파버카스텔이 대표적이다. 스웨덴의 발렌베리 그룹 역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족경영 그룹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다음 세대로의 승계에 있어 철저한 검증시스템과 트레이닝 과정을 가졌다는 것이다. 발렌베리 그룹의 경우 160년 동안 5대째 세습경영을 하면서도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사회공헌은 물론 투명한 세습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족경영 기업이 다른 경영 형태의 기업보다 실적이 더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홍콩 일간지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글로벌 투자기관 크레딧스위스 자료를 인용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전세계 35개국 920개 가족경영 기업의 연간 매출 성장률이 10%에 가깝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 전세계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의 평균성장률 6.2%보다 높은 수준이다. 크레딧스위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상위 50개 가족경영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은 4곳이 포함돼 있다. 삼성전자, 삼성생명, 현대모비스, LG화학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기업은 오랜 기간 안정적인 경영을 해왔고 사업 기회가 있을 때나 위기 순간에 직면했을 때 빠른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경영형태의 기업 보다 실적이 좋은 이유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다만, 우리나라 가족경영 기업의 경우 경영권 승계에 대한 시스템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아 분쟁이 발생하거나 순환출자 해소, 일감 몰아주기, 상속세 납부 등의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경영권 놓고 골육상쟁
 
 

지난 7월부터 시작된 롯데그룹 두 형제 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국민들의 비난을 받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롯데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밝히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던 중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경영권을 세습한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는 보편화됐다. 1세대 창업주에서부터 지금의 3·4대에 이르기까지 핏줄을 중심으로 경영권을 승계했지만 뚜렷한 체계나 시스템이 없어 형제간 다툼이 발생했었다. 삼성그룹은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자산 승계를 놓고 2012년 장남인 고 이맹희 CJ그룹 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간에 소송이 벌어졌었고 현대그룹은 2000년 소위 ‘왕자의 난’을 벌이며 경영권 다툼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 현대그룹은 여러 갈래로 찢어졌다.
 
최근에는 롯데그룹 두 형제가 벌인 경영권 분쟁으로 시끄러웠다. 지난 7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구두로 해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롯데그룹의 경영권 다툼이 세상 밖으로 중계되기 시작했다. 형제간의 다툼은 그동안 숨겨져 있던 그룹의 이면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불투명한 지배구조에서부터 국적논란까지 기업 이미지는 한순간에 곤두박질쳤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대국민사과를 한 것에 이어 2015국정감사에 참석해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지만 이미지 회복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경영권을 놓고 벌인 골육상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소유와 경영권을 동시에 승계하려다 보니 형제간 분쟁이 필연적으로 일어나고, 그에 따라 기업은 이미지 실추와 함께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가족경영이지만 엄격한 후계자 선정 문화를 가진 글로벌 기업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앞서 말한 스웨덴의 발렌베리 그룹의 경우 후계자 검증에 있어 엄격한 검증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후계자는 친족 간 경쟁을 통해 선발하며 다양한 경험은 물론, 경영에서도 실력을 입증하는 등 자격요건을 만족해야만 후계자가 될 수 있다. 일본 기업 스즈키도 비슷하다. 친족 간의 경쟁에서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입증해야만 후계자로 선발된다. 스즈키 오사무회장에서 그의 아들 스즈키 토시히로가 경영권을 승계 받을 때까지 무려 30년 동안 경영수업을 받았다.
 
3·4세대 후계승계 어디까지 왔나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김동관 한화큐셀 상무.


삼성은 3세대 후계승계를 차근히 진행해 왔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통해 출범한 ‘통합 삼성물산’을 통해 자연스럽게 경영권을 이어받는다는 평가다.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19.3%를 보유, 삼성전자의 7.2%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의 대주주가 됨으로써 삼성 지배구조의 맨위에 위치하게 됐다. 통합 삼성물산의 대주주가 바로 이재용 부회장이란 점에서 사실상 후계승계가 이루어진 것이다.
 
현대자동차 정의선 부회장은 후계구도는 확정적이지만 지분확보가 필요하다. 정의선 부회장이 승계를 확정짓기 위해서는 필요한 지분을 확보하고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현대중공업 정몽준 대주주의 장남인 정기선 상무 역시 승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회사로부터 상여금 명목의 자사주 53주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후 경영권 승계를 위해 차차 개인 지분을 늘려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의 경우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상무가 김 회장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가졌으며, 신세계 역시 정용진 부회장이 이명희 회장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경영권을 이어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가족경영 반대편에서는 능력중심의 전문인 경영 체제를 도입한 글로벌 기업들도 많다. 그들과 경쟁하는 데 있어 핏줄을 앞세운 승계는 독이 될 뿐이다. 가족경영의 장점을 최대화하려면 세습 성격의 경영권 승계는 지양하고, 엄격한 시스템에 의한 승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경NEWS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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