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경제 경제일반
시름 깊어지는 수출 현장, 대중(對中) 수출 감소 직격탄무역의존도 낮추는 체질 개선과 내수활성화 방안 찾아야
한재희 기자 | 승인 2015.10.17 11:39|(187호)

최근 중국 경제의 금융 및 실물 불안이 확산되면서 한국 경제가 2008년 미국 금융위기, 2012년 유럽 재정위기에 이은 세 번의 충격으로 ‘트리플 딥(삼중 경기침체)’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월 30일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경제, 트리플 딥(triple-dip)에 빠지나?’라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이 5% 미만으로 떨어지면 우리나라의 성장률 또한 1.0%p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의 경우 대 중국 수출의존도가 총 수출의 30.1%에 이르는 수준이라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견인차인 수출이 8월 말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하는 등 수출 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2015년 8월 한국 수출은 393억 달러로 작년 8월보다 14.7%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20.9%)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수출 최대 위기
경제학에서 대외의존도는 수출입 규모를 국내총소득으로 나눈 후 백분율(100)을 곱한 값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해외 경제상황에 민감한 것으로 해석한다.우리 경제의 무역의존도는 이미 100%를 넘어섰다.

대외의존도가 높으니 외풍에 취약하다. 우리 정부나 기업이 의도하지 않아도 해외경제시장의 사정에 따라 때로는 수익을, 때로는 손해를 보게 되는 이유다. 최근 저조한 수출실적도 내부 요인보다는 외부 요인 탓이 크다. 우리나라 경제를 ‘천수답 경제’라고 자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9월 1일 발표한 ‘8월 수출입동향’을 보면 지난달 한국 수출은 393억 달러로 작년 8월보다 14.7%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20.9%)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수출감소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기는 지난 5월(-11.0%) 이후 두 번째다.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총 수출액은 3,54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2,962억 달러로 15.8%나 줄었다. 9월 수출액도 400억 달러를 넘기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9월 22일 산업통산부 자료를 보면 9월 수출액은 지난 20일까지 276억 7,000만 달러로 추석 연휴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지난달보다 적을 것으로 나타났다. 9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3분기 수출액은 1,300억 달러를 넘지 못해 2010년 4분기(1,287억 달러)이후 19분기 만에 최저 수준이다. 한국 수출이 지난해보다 4~6% 줄어들 것이라는 게 연구기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지난 4년 동안 유지해왔던 연간 교역액 1조 달러의 공든 탑이 무너질수도 있다.

수출 감소가 지속되는 주된 이유로 수출단가 하락문제가 있다. 저유가에 따른 수출단가 하락은 피할 수 없는 결과다. 전보다 많이 팔아도 단가가 낮다보니 돈을 덜 버는 셈이다. 실제로 8월 수출물량 자체는 전년 동월 대비 3.8% 증가했는데 수출단가가 18.0% 하락하는 탓에 수출액이 크게 감소했다. 무선통신기기나 철강제품 등과 중국 제품과의 경쟁 심화, 글로벌 수요 부진 등으로 단가가 계속해서 떨어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과거처럼 수출이 활발하게 증가하는 시대의 종식을 이야기한다. 국가 경제를 수출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신현수 산업연구원 산업통상분석실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세계교역의 증가세도 과거에 비해 둔화되고 있어 우리나라 수출이 과거처럼 높은 신장세를 달성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중 수출이 가장 큰 요인

2015 대 중국 수출 추이

수출 부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중국이다. 중국의 경기 성장 둔화가 한국 수출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한국 경제는 대 중국 무역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0.7%에서 2013년 26.1%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비중이 21.8%에서 11.1%로 떨어진 것과 비교된다. 대중 무역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중국으로의 수출이 줄어들면 한국경제가 휘청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의 경기 침체는 한국 수출 측면에서는 수요 감소를 의미한다”며 중국의 경제부진이 한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중국에 대한 수출이 6월부터 8월까지 두 달 연속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우리나라 수출은 큰 타격을 입었다. 산업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2001~2009년 연평균 20.8%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던 대중 수출 증가율은 2012~2014년에는 연평균 2.8%로 곤두박질쳤다. 올 상반기부터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수출 정책을 펼쳤지만 중국의 수입수요 감소 영향으로 대 중국 수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8.8%나 감소했다.

중국 제조업이 최악의 부진에 빠지는 등 중국경제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고 중국이 주요 수입제품의 자체 생산을 추진하는 추세여서 앞으로 대중 수출 회복이 쉽지 않을 우리 정부와 기업의 시름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로 중국의 수출이 늘면 국내 수출도 늘어나는 시대는 지났다”며 “조선, 철강, 부품, 유화 등 각 분양에서 사업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김희진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중국 경기둔화 및 한국경제에의 영향’ 보고서를 통해 “대중수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한국 기업들은 수출대상국을 다변화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역의존도 낮추고 내수활성화해야
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퍼져 있고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무역의존도,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더 위험할 수밖에 없다.

구조적인 문제점부터 파악해야 한다. 먼저 수입의존적인 수출품 생산구조가 가장 큰 문제다. 수출품을 생산할 때 들어가는 중간재와 관련 주요 부품의 상당부분을 수입해서 생산하고 있다. 중간부품의 국산화율이 낮기 때문에 수출이 증가한다고 해도 원자재 및 중간재 단가가 상승하면 무역적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가 R&D산업에 투자하고 기술자립을 이루는데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12월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환경계측장비 핵심부품의 국산화율을 높이고 수출형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그린패트롤 측정기술개발사업단’을 출범시킨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현재 20% 수준에 머물고 있는 환경계측장비 분야의 국산화율을 90%까지 끌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수출 사업화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구조적인 체질개선이 이루어져야 안정적인 수출주도형경제를 이어갈 수 있다.

장기적으로 내수활성화를 위한 방법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2010년대에 들어서 경제성장률은 평균 3%에 머물러 있다. 최근 정부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친 사건을 고려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경기부양에 나섰다. 단기적인 내수활성화를 위해 세금인하 카드도 꺼내들었다. 승용차와 대용량 가전제품 개별소비세를 5%에서 3.5%로 인하키로 한 것이다. 개별소비세를 내리면 승용차는 소형 30만 원, 중형 50만 원, 대형 60만 원 정도 인하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연간 성장률이 0.025%p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1.5%)를 지난 6월부터 동결하면서 정부의 확장재정정책에 힘을 실었다.

경제 체질개선도 필요하다. 우선 정부는 4대부분 개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어야 한다. 특히 노동개혁이 중요하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임금격차를 줄임으로써 국민들이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 쓸 돈이 없는데 돈을 쓰라고 장려하는 정책은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상태에서 노동시장의 유연화도 필요하지만 안정화와의 균형을 놓쳐서는 안 된다.

더불어 박근혜 정부가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창조경제를 위한 정책들이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R&D사업, 스타트업·벤처기업 지원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고, 이를 통해 내수시장의 확대와 활성화를 동시에 잡을 방안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높은 대외의존도는 수출을 중심으로 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결과다. 좁은 영토와 부족한 천연자원 등 태생적인 한계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했을 때 짧은 기간에 대외의존도를 낮추는 일은 불가능하다. 수입의존적인 수출품 생산구조를 개선해 수출경쟁력을 제고하고, 내수시장 활성화를 통해 무역의존도를 낮춰가는 미래전략을 세워야 한다.

월별수출액증감률


방심은 금물
9월 15일 국제신용평가회사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상향 조정했다. 이로써 한국은 무디스,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모두 AA- 등급을 받는 나라가 됐다. S&P는 한국의 재정건전성이 나쁘지 않고, 견고한 성장률을 보여 등급을 상향조정했다고 밝혔다. 외국 투자자들에게 한국이 안전한 투자처라는 신호를 보내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그러나 국가신용등급 그늘 아래 방심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긍정적 평가를 받는 경제상황이지만 언제 돌변하게 될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9월 미국연방준비제도에서 금리가 동결되면서 미국의 금리인상이라는 불안정성이 여전히 남아있고,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여파, 경제개발신흥국들의 경제 위기 등 외부 위협이 산재해 있다.

국내적으로도 1,100조를 넘어선 가계부채가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국가채무의 증가, 저성장기조, 청년 실업 문제 등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발생할 문제들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또 한번 경제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신용등급 상향은 ‘더 잘하라’는 격려나 응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오늘날 세계 경제는 안갯속에 있는 것과 같다.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이 없으며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국가신용등급 하나로 경제를 낙관하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처사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수출에 일시적인 금융 지원 같은 대책과 함께 경제구조의 체질개선과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장기적인 대책도 마련해나가야 할 것이다.

한재희 기자  wisehan@mjknews.com

<저작권자 © 정경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재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발행인 인사말회사소개정경시론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50-010)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1-11 한서리버파크 1502~3호  |  대표전화 : 02)782-2121  |  팩스 : 02)782-9898
사업자등록번호: 107-06-75667  |  제호 : 데일리정경뉴스  |  등록일자 2005년 5월  |  등록번호 : 서울아00449
발행일 : 2000년 4월  |  대표이사: 최재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최재영
Copyright © 2020 정경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