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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저성장 국면에 들어간 것은 아닌가?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 승인 2015.10.01 16:06|(187호)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우리 경제는 지난 1992년 1월부터 2009년 2월까지 17년 동안 다섯 번의 경기 후퇴를 경험하였다. 최근까지 다섯 번의 경기 후퇴기의 평균지속 기간은 19개월 정도였다. 하지만 2011년 1월 이후의 경기 후퇴는 유난히 길어서 국채를 발행해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사용하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2011년 1월 이후의 경기 후퇴가 유독 장기화되는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이번 불황이 단순한 경기 사이클 상의 불황이 아니라 우리 경제가 이미 일본식 저성장 국면에 들어가지 않았는가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갈려 있지만 필자는 한국이 이미 저성장기의 초입에 진입하였다는 가설에 무게를 두는 편이다.
우리나라의 국채 발행 잔액은 이미 2014년 7월 22일을 기점으로 501조 2,175억 원으로 500조를 돌파하였다. 이 잔액은 2003년 3월 100조 원, 2005년 6월 200조 원, 2009년 3월 300조 원, 2012년 2월 400조 원을 거쳐 마침내 지난해 7월에 500조 원을 돌파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자부담액도 급증해 왔다. 2006년에 국채에 대한 이자지금액은 11조 4천억 원이었지만 2010년에는 17.1조 원 그리고 2014년에는 21조 원에 도달하였다.
특히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적자재정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동안 활발하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서 이명박 정부는 적자국채에 의존해서 경기 부양책을 사용해 왔다. 2009년 94조 원, 2010년 86조 원, 2011년 103조 원 그리고 2012년 112조 원을 발행하였다. 이들 이외에 이명박 정부동안은 공기업을 중심으로 정부투자기관이 발행하는 ‘특수채’를 이용하여 42조 원에 가까운 빚을 늘린 바 있다.
이렇게 돈을 쏟아부어도 경제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문제에 대해 우리는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는 다수가 원하는 정책을 선택하고 집행하게 된다. 다수는 경기의 침체가 가져오는 고통을 감내하기보다는 현재의 어려움이나 고통을 뒤로 미루기를 원한다. 따라서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다수의 정치인들은 현재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따라서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경기 침체기에 들어서면 확장적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통해서 탈출구를 모색하게 된다. 이 것이 바로 교과서적인 대응책이다.
재정지출을 늘렸을 때 생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나타내는 재정승수에 대해서도 학자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2000년 이후에 재정정책의 경기 부양 효과가 크게 떨어졌다는 것에는 거의 일치한다. 재정 지출의 투자승수 효과에 관한 연구를 실시한 바 있는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의원은 우리나라에서 확장적 재정 정책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이렇게 이야기한 바가 있다.
“케인스식 재정정책은 경기부양 효과는 미미하면서 오히려 장기적으로 민간의 투자와 소비, 고용 등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공공부문의 비대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침체와 장기간 저성장에 시달리고 있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케인스식 재정정책(확장적 재정정책)을 시행하고픈 유혹에 빠지기 쉬운 상황이다. 그러나 본 연구의 결과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정부지출의 증대를 통한 경기부양은 궁극적으로 민간 부문을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한 이것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공공부문 비대화에 따른 경제 전체의 효율성 감소, 재정건전성의 악화로 귀결될 수 있다. 본 연구의 정책적 함위를 민간부문 위축이라는 결과에서 찾을 수 있다.”

적자재정정책의 효과는 유효한가?
학계에서는 여전히 재정 지출 한 단위의 투입이 한 단위 이상의 생산 자극 효과가 있는가 없는가를 두고 진영이 나뉘어 있는 실정이다. 엄밀한 학술적 연구에서 두 진영의 입장 차이를 잘 이해하는 한도 내에서 경험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미래의 자원을 끌어다가 적자 재정을 편승하고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투입하게 되는 일이 효과를 거두기 위한 전제조건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돈이 생산적인 용처에 투입되어 재생산을 위해 사용된다면 재정의 경기 진작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처럼 생산적인 용처에 흘러가도록 결정하는 면에 있어서 행정부, 즉 돈의 집행을 맡은 공직자들의 능력을 벗어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실에서 관찰할 수 있는 일은 로비력이나 강한 협상력 그리고 득표수를 갖고 있는 이해집단들에게 미래 세대의 부담이 나누어지는 효과를 낳게 된다. 다행히 수혜를 받는 그룹이 생산적인 집단이라면 다른 상황을 예상할 수 있지만 모두가 생산적일 수는 없다. 오히려 비생산적인 용도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훨씬 높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자원을 낭비하는 것에 익숙한 ‘좀비’형 조직들에 흘러들어가게 된다면 그 결과는 무엇일까? 일본이 경험했던 것처럼 돈을 풀면 풀수록 쓸모없거나 효율이 떨어지는 분야에 고스란히 흘러들어감으로써 잠시 동안 반짝하는 효과를 낳고 궁극적으로 자원의 낭비로 끝나고 만다.
적자재정도 마냥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침체에 빠진 나라들은 어김없이 새로운 세원을 개발하기 위해 혈안이 되는데 이 과정에서 세율 인상과 새로운 세목 설정이 이루어지게 된다. 두 가지 활동 모두 민간의 가처분 소득을 정부가 거두어들여 정부가 주도해서 사용하게 된다. 세율 인상과 새로운 세목 설정에 경제 주체들은 정확하게 경제 활동을 줄이는 쪽으로 반응하게 된다. 이런 선택 역시 상황을 더더욱 악화시키면서 돈을 풀면 풀수록 저성장은 더욱 고착화되는 상황이 일어나게 된다. 일본이 그렇게 20여 년을 헤쳐왔듯이 우리는 2009년 이후 그런 길을 걸어가고 있지 않는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경제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쉬운 길이 아니라 어려운 길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우리에게 가능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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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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