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서부터 애국의 향기가 짙다. ‘나라사랑댄스’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춤으로 풀어낸 것 그 자체다. 애국가와 아리랑, 독도는 우리땅 등의 음악에 맞는 춤을 입혔다. 음악은 사물놀이의 흥겨운 리듬을 이용해 편곡했다. 듣는 사람들의 어깨가 저절로 들썩이도록 무대를 꾸민다.

 

나라사랑댄스의 정식 명칭은 ‘코리아 퍼포먼스’다. 태극기를 이용한 댄스로 건, 곤, 감, 리, 태극무늬와 훈민정음이 새겨진 소품을 활용해 태극기 사랑과 나라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만들어졌다. 소품과 함께 현대춤과 전통춤의 조화가 매력적이다.

 

홍정금 협회장은 대학에서 스포츠학과를 졸업 한 뒤 지난 33년간 안무가로 활동했다. 에어로빅에서부터 시작해 유행했던 모든 춤을 섭렵했다. 서양음악과 춤에 익숙했던 그녀가 나라사랑댄스를 계획하게 된 것은 남의 것을 따라하기보다는 내 것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시작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월드컵 경기를 보며 태극기를 들고 마음을 다해 응원을 했어요. 처음에는 승리를 기원하는 마음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지더라고요. 열정은 이미 차올랐는데 월드컵이 끝나고 시들해진 분위기를 보면서 울적하고 허무했어요. 그래서 나라사랑댄스를 시작하게 됐죠.”

 

무대에 서면 춤으로 관객들과 소통하게 된다. 홍 회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춤’하면 단순히 취미활동이나 놀이문화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점을 아쉬워했다. 그래서 춤으로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나라사랑댄스라는 새로운 문화를 통해 온 국민이 화합하고 태극기 사랑과 나라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애국하는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울림!아리랑 조직위원회에서 기획한 광복70주년 국민대합창 행사에 함께하게 된 것이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홍 회장은 ‘돈’이 중요한 무대가 아니었다고 잘라 말했다.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서야 하는 무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광복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뜻깊은 일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의미가 깊은 공연이라 돈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어요. 저는 ‘재능기부’를 한 것이죠. 울림!아리랑 국민대합창 행사를 준비하면서 열악한 환경에 힘들기도 했지만 하지만 행사가 가진 의미만 생각했어요.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서 기꺼이 역할을 맡은 거예요.” 

 

‘울림!아리랑 국민대합창’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민간단체들이 모여 준비한 대규모 합창행사다. 민족의 한(恨)과 얼이 담긴 아리랑을 함께 부르며 국민화합을 기원하고자 기획됐다. 경복궁에서 행사를 진행한 것 역시 의미가 깊다. 일제식민의 상징이었던 조선총독부가 자리하던 곳이 바로경복궁이다. 민족의 기(氣)를 끊겠다는 일본의 만행이었다. 울림!아리랑 조직위원회는 국민대합창을 통해 국민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목소리가 퍼져나가 세계 속의 한국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광복 70주년, 8월 15일, 오후 8시 15분 아리랑이 울려 퍼졌어요. 아리랑의 울림이 경복궁을 가득 메웠고, 태극기의 물결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그 어떤 무대보다 뜻깊었기에 행복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이 변할 때라고 생각해요. 과거에는 저도 그랬지만 외국에서 들어온 문화에 대해서는 매우 개방적이고 우호적이죠. 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문화에 대해서는 저평가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고 만들어내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해요. 나라사랑댄스 역시 마찬가지였죠. 시대가변했어요. 시대변화에 따라 애국심의 형태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가를 상징하는 태극기를 가지고 무슨 춤이냐며 수군거리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이런 시선을 극복하는 데 힘들었던 것 같아요.”

 

홍 회장은 ‘코리아 퍼포먼스’를 기획하면서 무턱대고 무시하는 사람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무시하는 사람들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지난 2월에는 ‘나라사랑댄스의 구성원리와 문화브랜드로의 활용’을 주제로 논문을 써 명지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도 취득했다. 논문에는 나라사랑댄스가 가진 의미와 의의, 문화브랜드로서 우리 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문화가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예요. 제가 태극기를 들고 하는 퍼포먼스 모두가 문화콘텐츠라고 생각해요. 경제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문화사업이 많이 위축되었어요. 앞으로 문화사업을 지원할 때 K-pop과 같은 한류문화뿐 아니라 콘텐츠 중심, 지역사회 중심으로 지원이 이루어지면 좋겠어요.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문화융성이 국가경쟁력이 핵심이라고 하셨잖아요. 나라사랑댄스 역시 문화콘텐츠로서 춤을 통해 우리의 것을 알리고 우리나라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나라사랑댄스협회는 전국을 다니며 ‘코리아 퍼포먼스’를 선보여 왔다. 특히, 천안 독립기념관 무대에는 4년째 오르고 있다. 3·1절, 어린이날, 광복절 등 독립기념관에서 열리는 행사가 있을 때면 초청받았다. 독립기념관 행사에 아무나 초청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한국나라사랑댄스협회가 가진 진정성을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홍 회장은 “역사의식이 확고한 독립기념관 윤주경 관장님을 비롯해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도 전했다.

 

“태극기를 문화콘텐츠로 만들어 좀 더 가깝게 느껴지게 하고 싶었어요. 국민들에게 나라사랑하게끔 만드는 것이 저희 공연의 목표죠. 공연을 마치고 나면 관객들로부터 느낌이 전해져요. 그 눈빛에 저 또한 감동을 받죠. 모두가 감동받는 무대인 것이죠.”

 

한국나라사랑댄스협회는 오는 9월 중요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9월 12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제1회 독도사랑나라사랑댄스대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독도를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가능하다. 2016년부터는해외 공연도 늘려갈 계획이다.

 

“국내에는 ‘코리아 퍼포먼스’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어요. 이제 해외에 나가있는 동포들을 위해 무대에 서고 싶어요. 태극기로 만든 옷을 입고, 아리랑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면 고생하는 동포들에게 힘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홍정금 회장의 별명은 ‘홍우리’다. 말을 할 때마다 “우리 대한민국, 우리 대한민국”을 달고 살아서 사람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주위 사람들은 그녀를 두고 과거에 태어났다면 유관순과 같은 독립군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늘 태극기와 함께 하면서도 단 한 번도 태극기를 바닥에 흘리거나 내팽개친 적 없는 태도를 칭찬했다. 진심은 작은 행동에서도 나타난다. 춤에 대한 열정과 나라에 대한 사랑은 누구보다 진지했고, 진심이었다.

 

마지막으로 그가 가진 바람을 들어봤다. “외국 사람들이 한국으로 여행을 오면 난타전용공연관으로 가서 공연을 관람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라사랑댄스관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나라사랑댄스 공연장이 생긴다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의 멋과 얼을 느낄 수 있도록 공연을 펼칠 거예요.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될 것입니다.”

 

인터뷰를 내내 보여준 나라사랑댄스에 대한 애정으로 그녀의 애국심을 가늠할 수 있었다. 온화한 미소와 부드러운 말투를 가진 그녀는 천생 여자였다. 하지만 전국 곳곳을 누비며 나라사랑을 실천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애국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