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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와 사투 100일,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가?선진 의료 명성 되찾고 경제 손실 회복하는 계기 삼아야…
김송죽 기자 | 승인 2015.08.12 11:28|(185호)
메르스 사태가 종결 선언을 앞두고 있다. 지난 5월 4일 단 한 명의 메르스 감염자가 중동 바레인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 그는 입국 후 8일 만인 12일에 기침과 고열 증세로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니다 15일에 평택성모병원 6인실에 입원한다. 그가 증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라는 사실은 20일 서울삼성병원 담당의사에 의해서 밝혀진다. 이미 29명에게 2차 감염을 시킨 뒤였다. 그 29명은 다시 전국을 돌면서 3차 감염을 시킨다. 정부 보건 당국은 그때까지도 손을 놓고 우왕좌왕했다.

메르스는 백신도 없고, 치료약도 없다?
“메르스는 예방 백신도 없고, 치료약도 없다.” 정부 발표였다. 국민의 불안은 삽시간에 팽창됐다. 국민 스스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SNS로 정보를 나누고 사우디아라비아 홈페이지를 뒤져 메르스 정보를 실어 나른다. 메르스는 지자체의 문화행사, 기념식, 동창모임 등 단체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학교가 휴업에 들어가고, 백화점, 시장들이 철시되며 길거리, 음식점에 발길이 끊기며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리는 위력을 과시했다. 급기야는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간의 한미정상회담도 연기시켰다. 메르스 충격이 수조 원의 경제적 손실을 끼치면서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도 누구 한 사람 국민을 확실하게 안심시키지 못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가가 단 1분 1초라도 국민 안전을 보호해주지 못했다는 것은 국가 기능 정지를 의미하고, 그것은 스스로 국가이기를 태만하거나 포기한 거나 다름없다. 국민이 국가에 세금을 내고 국가가 요구하는 의무를 모두 지키는 것은 국가로부터 안전을 보호받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는 국가로부터 아무런 정보도, 안내도, 보살핌도 받지 못했다. 만약 메르스보다 더한 국가 비상사태가 터진다면 그때도 정부는 국민 안전을 유기할 것인가?
 
   
▲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좌), 메르스 공포로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거닐던 시민들(중), 메르스 환자를 최전선에서 치료하는 간호사(우)의 모습들.
 단 1명에게서 퍼진 메르스 공포의 허망함
재난이란 예기치 않은 데서 발생한다. 특히 보이지 않는 감염병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그나마 메르스는 순진한 루트를 타고 들어온 셈이다. 6월 4일 중동 여행을 다녀와 건강했던 1번 환자가 기침과 발열 증상을 보인 게 8일 후인 12일이었다. 본인이나 가족들도 그것을 메르스라고 의심할 리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메르스란 병명조차도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처음 병원을 찾았을 그 1차 단계에서 바로 진단이 나왔다면 이렇게 대량 감염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이것은 1차 진료기관이 바로 모든 감염병 방역의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물론 외국에서 감염자가 입국할 경우 공항터미널이 제1차 검역의 포스트가 된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도 메르스에 대한 의심은 없었다. 1차 방역의실패였다.
 
1번 환자가 4번째 찾아간 삼성서울병원에서 담당의사가 메르스를 의심하고 질병관리본부에 검역을 의뢰하자 “바레인은 메르스 발병국이 아니다. 메르스 아니면 책임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의사는 끝까지 소신을 밀어붙여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아냈다. 그 의사가 국내 메르스 대규모 확산을 잡은 영웅이었다. 메르스가 한국 사회를 2개월간 휘저은 뒤인 7월 5일에서야 메르스 환자 확진은 186명을 피크로 고개 숙이기 시작했다. 186명의 확진 환자 유형을 보면 병원 환자 83명, 가족이나 병문안 환자 64명, 병원 관련 종사자 39명이었으며, 7월 18일 현재 치료중인 환자가 18명(9.7%)이고, 퇴원 135며(72.6%), 사망 36명(19.4%)이다. 신규 확진자는 13일째 ‘0’에 머물렀다. 정부는 메르스 종식을 선언할 준비를 하고 있으나 만일의 경우를 대비, 8월 15일을 기하여 메르스 종식을 공식 선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메르스 사태의 일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부도 스스로 인정한 바이다. 보건복지부의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국가안전처 등 국가 기관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변명할 여지가 없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세월호와 더불어 국민 안전에 대한 좋은 교훈을 남겼다. 메르스 사태의 종결과 더불어 각계각층에서 재발방지를 위한 많은 제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모두 옳고 필요한 의견들이므로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부실한 국가방역체계와 의료전달체계
   
▲ 지난 7월 9일 질병관리본부가 여행객들의 메르스 검역을 강화하기로 한 가운데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관광객들이 열감지기를 통과하고 있는 모습.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와 대한의학회(회장 이윤성)는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감염병 예방관리선진화 중장기계획 추진안’을 발표했다. 계획안은 의료계와 정부가 공동으로 국무총리 산하 ‘국가감염병예방관리선진화위원회’를 구성해 오는 2020년까지 5개년 단위로 총 10개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0개 사업 어젠다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의료이용체계와 의료문화의 개선 ▲감염병 예방을 위한 응급실 의료체계 개선 ▲국민 안전을 위한 의료계의 자율적 감염병 예방관리 활동 강화 ▲국민안전을 위한 의료기관의 감염병 예방관리 지원 사업강화 ▲국가적 중점관리 감염성질환 예방관리 철저▲의료계와 공조를 통한 위기관리소통 체계의 구축 ▲보건의료부 독립과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 ▲감염병 예방관리 분야 첨단기술 연구, 개발 체제 확립 ▲감염병 예방관리를 위한 인적자원 확충 ▲국가 감염병 예방 및 관리 분야의 국제화 추진 등이다.
 
메르스 사태는 부실한 국가방역체계와 의료전달체계 붕괴의 합작품에서 비롯됐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부실한 국가방역체계를 재구축하고 붕괴된 의료전달체계를 재확립하는 정책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메르스 사태는 감염병 위기대응체계, 병원감염관리체계, 대규모 감염병 발생 시 의료체계, 공중보건위험 위기관리소통체계 등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대한의사협회 메르스 대책본부 강청희 본부장: 사스, 신종플루, 에볼라 바이러스, 메르스 등 신종 감염병에 의한 위협이 반복되고 있다. 전 세계가 유래 없이 하나로 연결되어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 상황에서 신종 감염병은 앞으로도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 기회에 국가적인 감염병 관리체계를 철저하게 마련해 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국가 감염병 관리체계 혁신을 위한 마스터플랜이 시급한 시점이다. 의협과 학계 등 의료전문가를 중심으로 국회와 정부의 권한 있는 인사가 축이 되어 (가칭)국가 감염병 예방관리 중장기마스터플랜 수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신종 감염병의 위협에 대비하는국가적인 방역 시스템 정비와 공공보건의료체계의 혁신, 민간 의료기관과의 협업 시스템 구축을 검토하는 등 개혁의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
 
이원철 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가톨릭의대): 사스, 신종플루 때도 병원이 책임지고 해결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모든 역량은 예방과 초기에 집중돼야 함을 느꼈다. 평상시에는 각종 평가 등으로 감염관리를 강화할 수 있겠지만 메르스 같은 전시상황에서는 국가방역의 기능이 강조돼야 한다. 신종 감염병은 언제든지 국내에 유입될 수 있는 상황임을 가정하고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메르스 사태가 공중보건위기관리단의 역할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천병철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이번 메르스 사태는 접촉자 관리에서 자가 격리, 시설 격리, 코호트 격리 등에 대한 기준, 수행과정, 지침, 예상 가능한 문제점에 대한 대비 등 총체적 부실에서 비롯됐다. 그러므로 유행 자료 분석을 통한 접촉자 관리 근거와 자가 격리, 코호트 격리, 시설 격리자에 대한 지원 체계와 세부 지침 개발이 필요하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강현 이사장: 권역응급센터, 지역응급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 간 역할 구분을 포함해 감염병 환자 전원 체계, 감염병 이송 체계, 국가지정병원의 정보 공유 및 효율적 관리 등 응급 의료전달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보건부를 복지부에서 독립시켜야
박근태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총무이사: 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독립하고 의사 등 전문가 집단을 등용해 보건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안전한 보건체계를 만들어가는 지름길이며 이와 함께 보건소를 지자체에서 보건부 산하기관으로 개편해 진료 기능이 아닌 전염병 예방 및 관리를 하도록 해야 한다.
 
정해관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사회의학과 교수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현대 사회에 있어서 감염병의 대규모 유행은 보건의료의 영역을 넘어서 국가사회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는 중국이 2003년 사스 유행의 결과로 60조 원에 가까운 경제적 피해를 입었음을 상기할 때 우리의 경우는 그렇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 국제교류와 상호방문이 활발하고 상품과 사람의 이동이 자유로운 현대사회에 있어서 감염병 유행의 위험은 상존하며 따라서 감염병 유행의 예방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중요한 안보 및 경제적 과제로 보아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메르스 사태는 감염병 유행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과소평가하고 평소 투자와 대비에 소홀한 결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메르스 사태는 한국의 보건의료체계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노출했다. 감염병 관리를 위해서는 유사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질병관리본부의 위상과 조직을 대폭 개편, 보완해야 한다.
 
감염병 상시 감시체제로 역학조사관 확보해야 
감염병에 대한 상비군 역할을 수행하는 역학조사관을 비롯하여 감염병 감시체계의 강화가 시급하다. 지역 단위로 역학조사관을 상주시키고 이들을 훈련시키며 평상시 업무를 감염관리를 넘어 다양한 공중보건 활동을 포괄하도록 그 역할을 강화한다. 
 
해외 감염병 유입을 현지에서 감시할 수 있도록 조직의 확장도 필요하다. 대규모 재난 시 정규요원 이외에 예비 전문 인력을 사전 확보하고 평상시 민관협력시스템을 구축하여 교육, 훈련하고 비상시 즉각 투입하는 체계를 유지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이번 메르스 유행이 병원을 중심으로 전파되어 나갔으므로 기존 보건의료체계의 감염취약점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병원 감염관리를 위한 인프라 확충 및 이를 위한 재원 마련이 필요하며 병원 감염관리를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질병의 중증도나 지리적 인접성과 무관하게 환자의 이동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보건의료체계의 정비, 감염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병원 공간에 대한 출입 제한 등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 이번 메르스 유행은 감염병 관리에 있어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재확인되는 계기가 되었다. 공공의료기관의 확충과 더불어 지방보건의료체계와 중앙 간의 유기적 연계 및 역할 분담도 필요하다.
 
이번 유행을 통해 한국은 중동호흡기증후군환자수로 세계에서 두 번째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지게 되었지만 한편으로 후반기에 오면서 환자 관리와 합병증 예방을 통한 치명률 저하, 효과적인 격리를 통한 확산방지 등에 있어 중동국가들과 크게 대비되는 결과를 보였다. 또한 신장질환 환자의 효과적인 전파 예방 사례는 향후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전범을 남겼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사례를 통한 국내의 경험이 세계적으로 중요한 지적 자산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연구와 보고로 남기는 것이 메르스로 인한 많은 희생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 되리라 본다.
 
   
▲ 제목 없음지난 7월 12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 위치한 메르스 종합관리대책본부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의사들 기본 지켰다면 메르스 단 1명으로 끝내
장재연 아주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메르스 사태 재발방지, 방역의 기본부터”라는 글을 통해 의사들과 질병관리본부의 방심을 지적하면서 단 한 명으로 끝낼 수 있는 메르스를 놓친 점을 아쉬워했다.
 
요즘 해외에 나가면 휴대폰에 위급상황 시 연락 전화번호, 해외로밍 광고까지 자동으로 뜬다. 중동지역 여행자에게 “이 지역은 메르스 위험지역입니다. 귀국 후 2주일 내에 발열증상이나 호흡기증상이 발생하면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고 병원을 방문해 중동지역 방문 사실을 말씀해주십시오”라는 문자를 보내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기내방송이나 비행기에서 안내문을 배포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런 시스템이 있고 1번 환자가 병원을 찾았다면 단 1 명으로 메르스 환자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질병관리본부 해외여행질병센터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전문가도 파악하기 어려운 정보로 가득하고, 이번에 문제가 된 사우디아라비아를 눌러보면 주의해야 할 질병에 메르스는 없고, 한티바이러스만 제시되어있다. 가장 필요하고 아주 간단한 정보조차 맞춤형으로 제공하지 못하는 해외 유입 감염병 방역시스템을 최우선적으로 개선하고 난 후에 다른 방안을 말하는 것이 옳다.
 
환자들은 질병명을 진단받고 치료받기 위해 병의원을 찾는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번 사태 초기에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1번 환자는 5월 12일에 발병한 이후 네 군데 병의원에서 진료와 입원을 거듭하고 나서 비로소 메르스 확진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수십 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의사는 1번 환자가 바레인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듣고 즉시 메르스를 의심하여 질병관리본부에 검사를 요청했다. 그런데 왜 다른 의사들은 진료를 보면서 여행력을 물어보고 관련 질병을 의심하지 않았을까? 1번 환자가 대형병원에 가서야 소위 “훌륭한” 의사를 만나 올바른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면 우리나라가 병원 쇼핑, 의사 쇼핑 관행이 많아서 사태를 키웠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질병관리본부 메르스 대처에 책임 있어 
5월 20일 메르스 첫 환자가 확진되고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에 대한 대응을 ‘주의’ 단계로 올리고 기자회견을 통해 이 사실을 알렸다. 언론보도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5월 22일에는 대청병원, 5월 25일 평택굿모닝병원, 5월 26일에는 서울아산의원, 5월 27일에는 동탄성심병원과 삼성서울병원, 5월 28일에는 건양대병원에서 3차 감염이 발생한다.
 
정부가 ‘주의’를 발령하고 언론 보도가 봇물을 이루는데도 병의원이 무방비로 당한다면 ‘주의’ 발령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더구나 1번 환자 확진과정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던 평택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 추후에 발병한 환자를 감별해내지 못해 전국 확산의 근원지가 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6월 5일에도 강동경희대병원과 건국대병원을 비롯한 몇몇 병원에서 추가 감염이 발생한다.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에 6번 환자가 방문했을 때 최수미 교수는 메르스를 의심하여 질병관리본부에 연락을 취하고, 환자를 1인실 집중치료시설로 옮겨 또 하나의 대형병원 메르스 확산을 막은 성과를 올렸다. 의사로서의 기본에 충실한 결과이다. 이것은 해외 감염병이 수시로 공격해오는 현실에서 의료현장의 의사들이 제 역할을 해준 좋은 선례이다.
 
또 하나는 중요한 신종 감염병에 대하여는 질병관리본부 간부들이 직접 초동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택성모병원에 메르스 감염 환자가 다수 있었는데도 제대로 조치하지 못하고 수많은 3차 감염자를 발생시킨 것은 질병관리본부의 실수이다. 뒤늦게 파견한 3명의 역학조사관도 자신의 능력을 염려하는 수준이었다니 한심하지 않은가. 이들은 겨우 10명을 격리조치하고 수많은 환자들을 놓쳤다고 한다. 그러므로 앞으로 신종감염병이 최초로 발생하면 현장에 말단 직원을 보낼 것이 아니라 최고 간부가 직접 출동해야 할 것이라는 교훈을 남겼다.
 
메르스 병원 미공개가 사태 더 키워
5월 28일 방역에 엄청난 구멍이 뚫린 사실이 확인되었는데도 병원 공개를 반대한 전문가는 향후 방역업무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정보의 미공개로 인해 온갖 소문이 양산되고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었으며, 모든 병원이 혼란에 빠지게 만든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방역체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병원 정보 공개를 막는 것이 이번 사태에서 환자의 확산만이 아니라 시민을 공포에 떨게 만든 분기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크게 네 가지의 이유로 확산되었다. 해외 유입 감염병에 대한 정부의 부실한 방역시스템, 의료계의 감염환자 조기발견 및 조치능력 미흡, 질병관리본부 간부들의 탁상행정 방식의 역학조사, 비전문가의 잘못된 자문 등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그 원인의 뿌리를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대책이다.
 
메르스 사태 전쟁피해만큼 경제에 데미지 남겨
메르스는 알고 보니 별것도 아닌 코로나바이러스가 그 원인이었다. 그런데도 당국은 온 국민이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메르스는 우리에게 좋은 교훈을 남겼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하나가 국가경제의 발목을 잡고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번에 뼈저리게 체험했다. 국가란 수십만 가지의 유기체가 결합되어 이루어진 복합유기체이다. 어느 부문 하나 고장이 나면 모든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현대 국가의 특징이다. 5천만 명의 국민들 중 단 한 사람이 중동에서 메르스에 감염되어 들어왔는데 수 만 명이 격리되고, 186명이 감염되었으며 사망자가 36명이나 나왔다. 모든 병원에 환자들의 발길이 끊기고, 길거리에 인적이 끊겨 철시가 되고, 공적·사적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었으며, 바이어를 비롯하여 해외 관광객 수십만 명이 입국을 취소하여 수십조 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혔으며, 박근혜 대통령과 미국 오바마 대통령 간의 한미정상회담이 연기되었다. 메르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메르스가 종식되고 경제가 제 궤도를 찾을 때 정확한 계산이 나올 것이지만 경제성장률을 2% 이상 끌어내렸을 거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검역을 놓친 바이러스 하나가 국가의 정치적, 경제적, 외교적, 사회적 각 부문에 미치는 영향이 전쟁의 피해를 방불케 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번에 확실히 체험했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것을 단순히 의료계의 잘못이라고 치부하면 결코 안 된다. 이것은 국민이나 정부나 가릴 것 없이 제 분야에서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탓으로 돌려야 한다. 각자가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만 국가라는 복합적 유기체가 살아 움직인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이 교훈이 미래의 한국에 커다란 반면교사가 되도록 우리는 두고두고 기억해야 한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 가장 피해를 본 분야는 의료계다. 바이러스 하나로 한국이 세계에 자랑해오던 선진 의료의 명성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이번에 의료계 스스로 지적한 대로 의료시스템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제대로 보완만 한다면 다시 그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도 이런 의료계의 자구 노력을 적극 지원하여 선진 의료 한국의 명성을 되찾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송죽 기자  songjuk@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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