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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하는 북한의 장마당과 ‘탈정치화’되는 장마당 세대
윤지원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 겸 남북한문제연구 | 승인 2015.08.06 12:22|(185호)
   
▲ 윤지원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 겸 남북한문제연구소장
지난 1990년대 중반 북한은 ‘고난의 행군’ 이후 2002년 ‘7·1 경제조치’를 단행했다. 김정일은 북한 주민에게 원자재와 생필품을 각 지방 실정에 맞게 자체 조달하도록 지시했는데, 이 때 배급제가 붕괴되면서 북한 주민들의 생계수단으로 자리 잡은 시장이 ‘장마당’이다. 북한 내에서 일반 주민들이 생존에 필요한 생필품을 사고파는 장마당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지난 2010년보다 2배나 증가해 전역에 4백여 곳이나 된다. 장마당이 김정은 정권과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의미이고, 어떤 영향을 주고 있으며, 체제 변화나 붕괴에 영향을 줄 것인지, 우리는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밀거래의 온상 장마당과 ‘장마당 세대’
현재 북한 주민의 다수가 의존하고 있는 북한식 시장경제는 세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장마당 장사와 시골과 도시를 왕래하는 ‘보따리 장사’, 그리고 금이나 골동품, 화폐를 저렴할 때 대량 구매해 비쌀 때 파는 일종의 ‘투기 형태’의 장사가 있다. 이 중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시장경제 활동이 장마당인데, 여기서 비합법적인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장마당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40~50대가 가장 많고, 주민의 절반 이상이 장마당 장사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 중 약 90% 이상이 여성들이고, 남성들의 비율은 약 5% 정도를 차지한다. 북한 주민의 약 80~90%가 장마당에 의존하고 있다. 여전히 대다수 북한 주민들이 배고프고 생필품이 부족하지만, 과거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처럼 대량아사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배급제 대신 북한 사회에서 주민들의 유일한 생명줄로 부상한 장마당이 어느 정도 정착되어 자율적으로 자신들의 식량과 생필품 공급을 자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북한의 모든 사회와 경제활동과 주민들의 일상과 깊이 연계되어 복합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장마당은 “기본적인 상행위부터 무역거래, 화폐교환, 구인구직, 인력시장, 정보교환, 사설금융, 부동산거래, 의약품거래” 등 북한 주민들의 생존 그 자체이자 모든 경제 활동을 포괄한다. 또 북한의 장마당은 생계유지와 수준 높은 생활을 유지해주는 장소로 부상하였다. 장마당에서 인기 품목이 되고 있는 다양한 중고 제품들이 중국과 한국으로부터 유입되고 있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장마당에서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의 암거래가 성행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물품으로 금, 은, 동과 같은 금속을 들 수 있다. 동은 중국에 비싼 가격으로 팔 수 있기 때문이며, 그밖에 골동품 및 디젤유, 휘발유와 같은 유류제품도 밀거래되고 있다. 특히 한국 영화나 드라마, 음악이 든 알판(CD), 영화나 드라마가 담긴 USB가 밀거래된다. 장마당에서 타이타닉과 같은 미국 영화에서부터 마약의 일종인, ‘얼음(필로폰)’도 상습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북한의 장마당이 드러내고 있는 현실적인 모습은 ‘장마당 세대’의 등장이다. 김정일과 김정은 정권의 배급제를 대신하고 있는 북한식 지하경제인 장마당을 경험하며 자란 장마당 세대가 새로운 잠재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사회적 위치와 한계를 잘 알고 있고, 독재주의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전략적 세대’로도 불린다. 한 설문조사에서 장마당 세대들은 부당한 폐쇄적인 북한의 사회구조에 저항하지 않고, 심지어 ‘김정은의 유일지도체제, 공포정치’ 등에서 자유로운 장마당 세대들은 북한 당국의 검열을 거부하고, ‘지도자와 국가, 사상교육’ 등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장마당 세대는 밀거래에 익숙한 물건을 사고파는 일상을 통해 자본주의적이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북한 내에서 잠재력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는 장마당은 김정은 정권을 유지해주는 ‘통제와 억제정책’의 이중적인 대상인 것이다. 배급제를 대신하고 있는 장마당으로 인해 북한 내부에 긴장감이 완화되고, 장마당이 늘어갈수록 그리고 장마당 세대의 활동이 활발해질수록 ‘탈정치화’ 경향이 강해지고, 동시에 김정은 정권에 대한 경계심은 더 완화될 것이다.
 
‘붉은 자본가’와 개인주의화 경향 확산
이에 더해 중국에서 값싼 물건을 사다가 높은 가격에 팔아 상당한 부를 축적한 일명 ‘돈주’ 또는 붉은 자본가들 역시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우리는 붉은 자본가들의 성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북한은 이제 더 이상 공적 경제가 아니라 장마당이라는 사적 경제에 의해 사회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사적 경제영역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경제체제처럼 민간 분야의 활성화와 개인 기업이나 사회 인프라 확충 등 붉은 자본가들에 의한 경제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직 장마당을 통해 형성된 민간 자본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나 세수로 연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장마당은 북한 체제의 유지와 북한 주민들의 생존을 위해 먹거리와 부를 축척해주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이지만, 김정은 정권에 ‘충성’하기보다는 밀거래를 통해 ‘물질의 가치’를 더 소중히 여기게 만드는 딜레마에 놓여있다. 궁극적으로 장마당을 통해 사회주의 독재체제에 대한 가치관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체제 이탈로 이어지는 장마당 세대들이 확산되고 있다.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거부하고 김정은 정권에 냉정한 장마당 세대와 붉은 자본가들을 중심으로 북한의 변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북한 사회의 축이 김정은의 절대 권력에서 장마당을 통한 암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장마당 세대와 붉은 자본가들에게 적절한 기회만 주어진다면 북한 사회를 개방 및 개혁시키는 가장 중요한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고질적인 경제난 해결을 위해 시작된 장마당에 대한 통제가 점점 더 불가능해지고, 자본주의 물결이 빠르게 전파된다면, 공포정치와 숙청을 일삼고 있는 김정은 정권조차도 북한 내부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 장마당을 제어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 사회의 ‘필요악’으로 변모한 장마당에 대한 통제 자체는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우리는 장마당을 중심으로 한 북한식 자본주의적 시장화가 가속화되고, 젊은 장마당 세대와 붉은 자본가들이 북한 내 급변사태의 새로운 주체 세력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윤지원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 겸 남북한문제연구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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