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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선진화법은 실패한 식물국회법야당 될까봐 꼼수 발의했다가 오히려 자신들 발목 잡힌 새누리당
김의상 기자 | 승인 2015.07.06 10:31|(184호)
새누리당이 자신들이 발의한 국회선진화법에 발목 잡혀 소수 야당에 질질 끌려 다니고 있다. 2012년 총선에서 불리할 것이라고 판단한 새누리당이 소수당이 다수당의 발목을 잡는 국회선진화법을 발의하여 통과시켰다. 그런데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이 다수당이 되어 오히려 소수 야당에게 발목이 잡혀버린 것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야당의 동의 없이는 법령 한 가지도 처리할 수 없게 된 박근혜 정부. 정부조직법이 통과하는 데만 취임 후 55일이 걸렸다. 그 밖에도 사사건건 야당 프리미엄을 향유하고 있다. 쥐 앞에서 사족을 못 쓰는 고양이 신세가 바로 새누리당 신세다. 국회의원들은 이 법을 제왕적 야당법이라고도 한다. 자업자득이 된 이 국회선진화법을 고쳐야 할까, 아니면 그냥 두어야 할까?
 
   
▲ 8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 날인 지난 2012년 5월 2일 국회선진화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의 허와 실
지난 2014년 12월 2일, 375조 4천억 원 규모의 2015년도 예산안이 12년 만에 법정 시한 안에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 원안에서 6천억 원이 삭감된 예산이었다. 여야 모두는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라고 자축의 목소리를 냈다. 겉으로 보기엔 그랬다. 지금까지처럼 회기를 넘기지 않기 위해 섣달 그믐날 밤을 꼬박 밝히면서 고성과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일이던가.
하지만 예산 심의 과정을 깊이 지켜본 국민들은 자축할 수 없었다. 예산심사의 첫 번째 덕목인 꼼꼼하고 충실함이 국회선진화법의 처리시한에 쫓겨 무시되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 예산심사는 방대한 사업내역서와 관련자료 검토로 이루어져야 하는 국가 대사다. 거기다 국회선진화법 85항(예산안과 세입예산 부수법안에 대한 심사가 11월 30일까지 이루어지지 못하면, 12월 2일 본회의에 정부 예산안이 자동 부의된다) 때문에 일정이 매우 촉박한 실정이었다. 실질적인 예산심사는 11월 6일부터 시작되었는데, 예산안 원안이 376조 원이니 하루 평균 14조 5천억 원 내외를 심사해야 했다. 심사기간이 짧으니 졸속으로 심사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아이러니하게 국회선진화법의 크나큰 폐해였다고 볼 수 있다.
 
국회 선진화법의 발의
국회선진화법.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이나 안건 처리를 막기 위해 2012년 제정된 국회법 개정안이다. 그러나 이런 이름의 법안은 국회법엔 없다. 회의 때마다 난장판이 되는 폭력 날치기 국회를 배제하고 여야가 신사적으로 합의해 법안을 처리하여 국민의 신망을 받는 국회로 거듭나자는 성숙된 취지에서 국회법 제85조와 제106조, 제148조 등의 조항을 묶어 국회선진화법이라는 별호를 달아 발의되었다. 새누리당의 황우여·황영철·구상찬·김세연 의원, 민주당 박상천·원혜영·김성곤·김춘진 의원 등이 주도한 개정안이다.
이 법은 18대 국회인 2012년 4월 17일 국회운영위원회에 국회선진화법 내용이 상정되었고,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국회선진화법을 공약으로까지 내세웠다. 이 법은 총선이 끝난 후인 2012년 5월 2일 18대 국회 마지막 회기의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 192명 중 찬성 127명, 반대 48명, 기권 17명이었다. 이 국회선진화법은 2012년 5월 25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공포했다. 효력은 제19대 국회 개시일인 2012년 5월 30일부터 발생하기로 되어 있었다. 2013년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은 예산안 기일 내 처리라는 국회선진화법의 첫 수혜자가 된 셈이다.
 
국회선진화법을 새누리당이 만든 이유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 법안은 과반수보다도 엄격한 재석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이 동의해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요구가 있는 경우 본회의 안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 제도도 도입했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은 천재지변, 전시 또는 사변 등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또는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한 경우에만 할 수 있도록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소수 야당이 반대하는 한 직권상정 카드는 난국을 타개하는 데 아무런 도움도 안 되게 만들었다.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 때 패배할 것 같은 분위기가 팽배해지자 야당의 발목을 잡기 위해 당시 남경필 의원이 주도해 이 법안을 발의했으나, 선거 결과 새누리당이 압승을 하게 되자 오히려 자기들의 발목을 야당에게 내어주는 꼴이 되어버렸다. 말하자면 자승자박(自繩自縛) 신세가 된 것이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자신들의 동의 없이는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할 수 없는 현실을 만끽하면서 모처럼 굴러들어온 복에 느긋해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회 절대 다수당이면서도 사사건건 소수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눈치를 보고 끌려 다니는 꼴이 마치 목을 맨 강아지 신세다. 야당은 이 무기를 사용해 중요 안건 처리 때마다 전제조건으로 끼워 팔기 법안을 힘 하나 들이지 않고 통과시켜 실적을 여당보다 더 올리고 있다.
자신들이 주도한 국회법 제85조가 새정치민주연합에게 엄청난 무기가 되어버리자 새누리당 측에서는 1년 4개월도 안 된 시점부터 국회선진화법을 고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야당이 굴러들어온 복을 차버리고 선선히 응해줄리 만무하다. 새누리당은 테스크포스(TF)팀까지 꾸릴 정도로 이런 저런 궁리에 빠져있다.
 
   
 
국회선진화법 왜 비민주적인가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에서 안건 등이 표결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재적의 3분의 2(60%) 이상의 찬성을 획득해야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다는 중다수결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 여당이라 할지라도 야당의 동의 없이는 안건을 통과시킬 수 없게 만든 법안이다.
국회가 의결을 할 때 보통 3가지 원칙을 따르는데 ▲일반의결이라 하여 재적 과반수 출석에 출석인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는 법과 ▲중다수결이라 하여 재적 과반수 출석, 출석인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그리고 ▲초다수결이라 하여 사실상의 만장일치인 3분의 2 출석에 3분의 2의 찬성으로 의결하는 원칙을 따른다.
국회선진화법은 중다수결의 원칙을 따르고 있는데, 이것은 나중에 투표한 사람 표의 힘이 커진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재적의원의 5분의 3이상의 찬성은 상당한 중다수결로 새누리당의 의원수 만으로는 한 개의 안건도 의결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이것은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소수당에 의해 국회가 좌지우지된다는 이야기다. 이런 비민주적인 법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법이다. 국민이 지지하여 과반수가 넘는 다수당을 만들어 준 것은 다수당으로서 생산성 있게 입법 활동을 원활히 하여 국정을 잘 이끌어 나가라는 뜻이지 소수당에 끌려 다니라고 밀어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수당이면서도 그 권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법을 스스로 만들어 소임을 포기한다면 그것은 국민의 뜻을 져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국회선진화법은 헌정 사상 유래 없는 악법이 되어 버렸다. 현재 국정은 바로 그 함정에 빠져 생산성을 상실했고, 야당은 여당의 조급함을 이용해 엉뚱한 법을 끼어 넣어 합의해 주는 등 뜻하지 않는 방향으로 파행을 일삼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다수의 힘이 무시되는 초유의 사태가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자신들이 만든 자업자득이다.
 
   
▲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해 9월 국가개조와 국회개혁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국회 선진화법을 하루 빨리 고쳐야 한다”고 발언했다.
국회선진화법은 이미 실패한 법?
국회선진화법 본회의 표결 때 17명의 양식 있는 의원들은 기권했었다. 국회선진화법은 소수당이 국정의 발목을 잡고 국정을 지연시키는 데 이용되는 이미 실패한 법이다. 이 법이 생길 때부터 양식 있는 의원들이 이미 지적한 대로다. 이런 이유로 새누리당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야당에서도 양식이 있는 몇몇 의원들은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우리가 여당이 될 수 있는데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안 하면 우리도 국회선진화법에 자승자박(自繩自縛)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 원내대표 박기춘 의원의 말이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절대 협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야당이라고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무조건 득을 보는 것은 아니다. 손해볼 때도 있다. 박상옥 대법관 임명동의안 처리 같은 인사문제에 야당이 버텼지만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함으로써 여당이 단독처리 해버렸다. 황교안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의 인준도 의장이 직권상정하면 다수당이 일방통행할 가능성이 높다. ‘예산안 자동부의’도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와 여당이 시간을 끌고 버티면 야당은 무력화 될 수밖에 없다.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국회선진화법이 반민주적이고 반책임정치법이라면서 빨리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회민주주의를 떠받치는 두 기둥은 의회주의와 법치주의이며 의회주의는 헌법에 다수결 원리에 의해 작동하게 되어 있는데, 다수결 원리를 완전히 꽁꽁 묶어버린 것이 국회선진화법이다. 지금 의회주의가 마비되고, 민주주의는 파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8대 국회 말에 도깨비처럼 만들어진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은 다수의석이면서 어떠한 개혁도 이뤄내지 못했다. 19대 국회의 가장 큰 어젠다로 국회선진화법 페지안을 가지고 모든 당력을 기울려 개정해서 20대 국회에서는 정상적으로 다수결 원칙이 작동되고 의회민주주의가 숨을 쉬도록 해야 한다고 이 의원은 강조했다. 그리고 이것은 헌재로 갈 문제가 아니라 국회 내에서 시급히 개정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언론들도 국회가 잡음 없이 정치 일정이 진행된다고 해서 그것이 선진화는 아니다. 국회란 어차피 대립적인 의견들이 맞부딪치는 곳이다. 정도를 벗어난 폭력은 엄중 처벌돼야 하지만 의견대립을 막을 필요까지는 없다. 그것도 없으면 식물국회나 다름없지 않겠는가. 국회의 본분인 정부를 견제하는 데 토론도 하고 고성도 오갈 수 있어야 국민을 위해 살아 움직이는 의회라고 볼 수 있다. 그런 토론도 없다면 국회의 존립 의미가 없다. 국민은 국회선진화라고 해서 ‘조용한 국회’라는 외형만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폭력사태 같은 파행은 멀리하지만 의회민주주의를 되살리고 생산적인 논의가 심도 있게 지속될 수 있는 방향으로 국회선진화법이 개정되기를 촉구하고 있다.
 
개정 찬성 새누리당 의견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중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정에 찬성한다 42%, 반대한다는 응답이 41%로 집계됐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국회선진화법 개정 찬성의견을 밝혔다.
‘의회주의의 기본은 다수결 원칙이다. 헌법 제49조에 명시되어 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최대한 타협을 찾되 여의치 않으면 표결로 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회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국회의원 정수는 300명이다. 150명 이상이면 헌법을 제외한 어떤 법도 제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160명으로도 어떤 법도 통과시킬 수가 없다. 반 의회주의이며 반헌법적이다.
국회선진화법은 해머와 소화기, 체류탄 등으로 상징되는 폭력국회, 동물국회를 잠재우는 데 일조했다. 대신 무기력 국회, 식물국회가 그 자리에 들어섰다. 동시에 다수당이 책임정치를 펼 수 있는 안전장치도 해체되었다. 소수당이 응해주지 않으면 국회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게 되었다. 이제 소수를 존중하는 선을 넘어 소수에 의해 지배당하는 국회가 되어 버렸다.
반쪽은 선진화되고, 반쪽은 후진화된 것이다.
국회선진화법 이듬해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다. 정부조직법을 처리하는 데 무려 55일 걸렸다. 16일에 불과했던 김대중 정부 때보다 세 배가 넘었다.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개정안은 35만 개의 청년 일자리와 국내 총생산(GDP)을 1%p 상승효과를 기대하지만 현재 1050여 일이나 계류중이다.
2조 원 규모의 투자, 4만 7,0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예상되는 관광진흥법안은 970여 일째 계류 중이고, 2017년 50만 명의 외국인 환자 유치가 기대되는 의료법안은 740여 일째 낮잠을 자고 있다.
야당은 사사건건 연계한다. 2013년에는 법안 하나 때문에 새해 예산안 연내 처리를 무산시켜 각서까지 써주고 해결해야 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놓고는 국민연금, 기초연금, 법인세, 장관 해임,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국회법 등 줄줄이 조건을 내걸었다.
국회선진화법은 선의는 사라지고 악의만 남았다. 야당독재, 소수독재를 가능케 하는 국회후진화법으로 전락했다. 제왕적 야당법으로 변질되었다.
법률적으로도 위헌 요소가 다분하다. 제85조 제1항과 제2항은 심사기간 지정과 신속처리대상 안건 지정에서 재적 5분의 3 이상을 의결 요건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는 헌법 제49조 다수결 원칙에 위배된다. 재적 5분의 3은 만장일치나 다름없다.
지금 국회법에는 입법권 무력화에 대비한 안전장치 내지 통제장치가 사실상 없다. 이는 입법권을 국회에 귀속시킨 헌법 제40조의 취지가 무너지는 결과를 낳게 되는 과잉입법에 해당된다.
새누리당은 지난 1월 개정 국회법에 대해 권한쟁의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지난해 9월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도 ‘국회마비법의 위헌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했었다. 동물국회의 대안이 식물국회는 아니다.’
 
   
▲ 지난해 12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진과 시선, 국회선진화법이 바꾸어 놓은 것들’ 사진전에서 새누리당 김세연(왼쪽부터) 의원, 이석현 국회 부의장,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의원이 국회선진화법 이전 국회 대립상을 기록한 보도사진을 관람하고 있다.
개정 반대 새정치민주연합 의견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개정을 반대했다.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얼마 전 서청원 최고의원이 국회선진화법은 반헌법적 법률이라고 혹평하더니 김무성 대표도 ‘국회선진화법이 현행대로 유지된다면 우리나라 미래에 큰 불행과 장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한마디로 누워 침 뱉기다.
국회선진화법이 정말로 우리의 정치문화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 있는지는 관련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 또한 우리 새정치민주연합도 현행 국회선진화법이 완벽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회선진화법의 탄생과정을 생각한다면 새누리당이 저토록 쉽게 180도 입장을 바꿔 말하지 못할 것이다. 날치기방지법, 몸싸움 방지법이라 불리는 국회선진화법은 다수당의 횡포로 인한 여야의 극한 대립과 무리적 충돌을 막고 새로운 국회상을 정립하자는 취지로 2012년 5월에 다수결로 통과된 법이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가 끝나기 전에 국회선진화법안을 꼭 처리해야 한다. 총선 전 여야가 합의한 것이고 국민에게 약속드렸다”고 말했으며 직접 찬성표를 던졌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수결 원칙에 위배되고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속내는 ‘다수당인 새누리당 마음대로 하기 어려우니 법을 바꾸자’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19대 총선을 앞두고 소수당인 야당으로 전락할 것이 분명해지자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켜 자신의 입지를 보전하고 다수당의 견제를 견제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다수당이 되자 180도 달라져버렸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19대 국회의 민생법안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을 하지만 이에 동의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국회의 법안 처리 현황을 보면 2010년 384개, 2011년 945개, 그리고 2012년 258개 법안이 처리되던 것이 국회선진화법 제정 이후인 2013년 들어서면서 처리 법안이 급증해 무려 764개에 달했고, 지난해에도 697개의 법안이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국회의 법안이 처리되지 않고 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거짓임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새누리당의 국회선진화법 개정 요구는 국회에서 다수결로 통과된 법안을 국회 스스로 부정하는 반의회주의자이자 다수결 원칙의 부정이다. 또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법안들만 날치기 처리하겠다는 대국민 대야당 선전포고다.
다시 말하자면 국회선진화법은 다수당이 독점적이고 일방적인 운영권을 포기하고 야당과의 협상과 타협을 통해 민주적인 국회운영이 이뤄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는 우리 정치문화의 선진화를 위한 발판이다. 만일 다수당의 필요에 의해 국회선진화법을 누더기로 만든다면 그것은 바로 국회 선진화의 포기이자 한국정치의 퇴보이다.”
 
국가 발전 위해 다시 검토를
대한민국 국회는 선진화돼야 한다. 그러나 그 선진화라는 것이 헌법을 무시하고 국정을 발목 잡고 법안처리에 조건을 거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성숙한 국회라면 애초 법안을 만들 때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모두 예상하고 신중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 국회선진화법은 졸속으로 발의되었고, 통과되었다고 밖에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 법이 불합리한 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은 야당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 바로 그러한 공동 인식을 바탕으로 법안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도 국가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입법 취지를 충분히 살리고 합리적인 조절이 가능하리라 본다. 다만 상대방을 골탕 먹이기 위한 꼼수 입법을 발의한 당사자들은 이번에 국민의 질타를 크게 받아야 마땅할 것 같다. 그들의 명단은 다시 밝히지 않아도 관심 있는 국민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입법 실명제도 필요할 것 같다.

 

김의상 기자  estkin@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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