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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건강시대, 메르스가 남긴 뼈아픈 교훈메르스 예방 백신·치료약 개발해 실추된 의료 위상 되찾자
본지 메르스 특집팀 | 승인 2015.07.02 11:54|(184호)
예상치 못한 메르스 공격은 우리 사회에 많은 상처를 남겼다. 대한민국은 메르스 최다 발생국이 되어 의료 선진국이라는 국제적 위상에 먹칠을 당했다. 우리는 이번 사태에서 국가와 사회가 무엇에 의해 허물어지는지 조금이나마 인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하나가 핵무기보다도 인간 사회를 혼란 속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국가를 한순간에 위험에 빠뜨리는 요인은 앞으로 메르스 말고도 많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일지 예측하고, 불시에 공격해 오는 이런 위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 그 매뉴얼을 만들어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하다. 필요하다면 의무적으로 학습하고 예행연습도 해야 한다. 다행히 세월호 사건 이후 국가안전처가 꾸려졌다. 그러나 국가안전처는 아날로그식 대형 사건·사고와 달리 메르스 초기에는 작동되지 않았다. 앞으로 차원 높은 복잡한 재난이 닥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국가는 모든 위험에 대처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것이 미래의 국민을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 인천국제공항입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열감지기를 통과하고 있는 모습.
정부가 뚫린 이유
이번 메르스 사태는 초동대응에 구멍이 뚫렸다. 정부도 인정했다. 그러나 초기과정을 분석해 보면, 그것은 역시 방심이었다. 모든 전염병은 공항과 항만을 통해 국내에 유입된다. 그러므로 바로 그 관문에서 철저하게 검역만 하면 안심이다. 그러나 이번 메르스는 잠복기 중에 공항을 통과해 버렸다. 잠복기엔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1차가 뚫렸으면 2차인 병원에서 독특한 증세를 걸러낼 수 있었어야 했다. 환자는 몸이 이상해지자 몇 곳의 동네 병원을 거친다. 차도가 없자 서울의 대형병원인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와서야 메르스 확진을 받는다. 확진 과정도 방역당국에 1차 확진의뢰를 거부당했다가 환자 가족의 항의로 어쩔 수 없이 검사해 메르스를 확진 판정했다. 만약 지방의 소형 병원에서 확진의뢰를 했다면 방역당국은 움직였을까? 이건 방역당국의 태만이고 안일이며 공무원 갑질이 낳은 결과다. 앞으로 발생할 모든 국가재난도 바로 이런 프로세스로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무지와 방심. 태만과 갑질, 그리고 불안전한 시스템이 재앙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전문가들 활용 못해 혼란 부추겨
또 하나는 정부의 늦장 대응이다. 정부는 메르스가 2m 이내에서 1시간 이상 대화해야 전염될 수 있다면서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고 발표했다. 발병 뒤 일주일이 넘어서야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가 있었다. 그동안 메르스가 창궐해 언론과 국제사회의 여론은 심각한 우려를 경고했는 데도 정부는 마치 쉬쉬하는 듯했다. 발병 10일 후 첫 사망자가 나오자 놀란 박 대통령이 메르스 대응을 주문했다. 이런 정부의 대처에 대해서는 국가안전관리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되짚어봐야 할 문제다. 두 번 다시 이런 식의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위기란 전문가들이 가장 잘 안다. 메르스도 국내에 전문가들이 많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문가들을 충분히 가동하지 못했다. 그 결과는 메르스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점이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메르스만로 한정될 문제가 아니다. 현대에서는 어느 분야에서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 그 분야는 다른 여러 분야와 유기적인 연관을 갖는다. 그 많은 분야를 정부가 다 컨트롤할 수 없다. 역시 전문 분야는 전문가들이 나서야 한다. 이번에 많은 전문가들이 나서서 국민에게 정보를 주었다면 이처럼 커다란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
또한 보건복지부에 보건전문가가 없다고 국민의 빈축을 샀다. 현 문형표 장관은 복지전문가다. 보건과 복지는 전문 분야가 확연히 다르다. 국민 행복시대를 위해서라면 전문분야별로 부처를 나누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보건은 곧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병원 쇼핑, 입원실 문화, 문병 문화가 확산 주범
세계보건기구가 이번 메르스 사태 확산의 가장 큰 요인으로 한국인의 의료쇼핑 문화를 지적했다. 병이 나면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니는 습관을 말한다. 또한 한국 병원의 응급실과 6인실 등 병실 구조 문제와 한국만의 독특한 간병문화도 확산 주범이라고 했다. 이것은 우리 눈에 띠지 않았던 점이다. 현재의 병원 응급실 구조는 각종 질환의 환자가 뒤섞여 마치 시장통 같다. 감기환자, 메르스 환자로부터 교통사고 환자, 중환자까지. 그리고 환자 1명에 2, 3명의 보호자까지 뒤섞여 북적대니 그게 바로 병균의 온상이지 어디 응급실인가. 입원실도 마찬가지다. 환자보다 간병인이 더 많다. 한국의 응급실, 입원실 구조 개조, 문병·간호 문화 개선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지적이자 이 개선을 위해 정부도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문병과 관련한 국민의 의식문제도 한번쯤 공론화가 되었으면 한다.
보건인력의 확보와 활용, 지역 보건소의 적극적 활용 문제도 이번 기회에 되짚어 봐야할 문제다. 이런 전염병 관련 의료는 1차 보건소와 보건인력이 초기대응에 나서는 것이 맞다. 그런데 전염병 예방이나 치료 등에 보건전문가들이 제외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매년 상당수의 보건대학 졸업생들이 배출된다. 그러나 정부는 그들 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 사회 주변의 보건 위생문제에 쉬고 있는 보건 인력을 적극 활용하기를 권한다.
지역마다 안전병원 시스템을 운용하자. 평소에는 일반 진료를 하지만 비상사태에는 당장 국가 지정 안전 안심병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해주길 바란다. 이번에도 메르스 발열환자가 찾아갈 병원도, 일반 환자들이 메르스를 피해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아 일반 환자들을 갈팡질팡하게 만들었다.

   
▲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전문치료병원인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맞은편 인도에서 초등학생들이 메르스 환자와 가족, 의료진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를 적은 초록색 리본을 매달고 있다.
늦장 대응 정치권도 문제 키워
메르스 문제에 정치권도 피해갈 수 없다. 의사와 간호사, 환자들이 메르스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 정치권은 국회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그들은 황교안 국무총리 인준과 개정국회법 문제로 촉각을 세우며 정쟁에 빠져 있었다. 물론 모두가 중요한 사안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이번 경우 왜 정치권이 메르스 사투 현장 목소리에서 멀어져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은 국민의 고통에서 멀어져 있었다는 이야기다. 메르스가 SNS를 탄 것은 이미 5월 20일 전후로 온통 뜨겁게 달구어져 있었고, 5월 말에는 초등학교들이 휴업사태에 돌입했었다. 그러나 국회 메르스특위는 6월 11일에서야 첫 가동을 시작했다. 정부와 국회와 의료계가 모두 무언가의 체면에 걸린 것 같이 허둥댔다고 봐야 마땅하다.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
위급상황에서의 시민의식은 희생을 줄일 수 있는 척도가 된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우리의 성숙된 시민의식에 아쉬운 점이 많았다. 메르스 환자와의 접촉 때문에 격리 대상이 된 사람에게는 특히 더욱 남을 배려하는 시민의식이 있어야 했다. 병원의 지침을 어기고 이곳 저곳을 돌아다녀 한 사람이 수십 명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있었고, 격리 병실을 탈출해 지하철, 버스를 타고 활보하는 환자도 있었다. 전혀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행동이다. 전문의들은 전염을 방지하기 위해 마스크 착용을 권했지만 거부하는 이들도 많았다. 비단 메르스 예방이 아니라 확산 방지를 위해서도 스스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예절이란 걸 모를 리 없는데도 이런 몰지각한 행동이 보였다.
일부 사람들은 SNS를 통해 거짓 정보, 거짓 유언비어를 퍼트려 사회 불안을 조성했다. 필요 이상으로 과장되게 정부를 공격하고,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는 현장 의료진을 비웃었다. 이런 짓도 성숙한 시민들이 할 짓이 아니다.
국가가 위급한 사태에 처하면 국민이 단합해 국난 극복에 협조하는 것이 도리다. 그런데도 오히려 갖은 유언비어로 민심을 이반시켜 정부의 사기를 꺾고, 국가 지도자들을 비방하는 태도는 우리 사회에서 시급히 사라져야할 악습이다. 국민을 위해 메르스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다 메르스에 감염된 의사, 간호사도 34명이나 된다. 이들은 한 명이라도 더 치료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다가 오히려 자신이 감염된 메르스 전사들이다. 이 전사들을 격려하는 마음도 우리는 가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메르스 확진 환자를 공개해 그 가족이나 어린 자녀들이 따돌림을 받는 사례도 있었다. 오히려 감싸주어야 할 대상인데, 이런 배타적 행위가 자행된다니 한심스럽다.
메르스 때문에 서민 경제 역시 말이 아니다. 식당에는 사람이 없고 마트에도 발길이 끊겼다.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지난 세월호 때 실종되었던 시민의식 때문에 하락했던 국가 신임도 사태가 다시 찾아올까 염려스런 시점이다. 우리의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한 이 시기에 오히려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려볼 수는 없을까. 모두 남을 배려하는 의식에서부터 나오는 것이다.

실추된 한국의 선진의료
이번 메르스 사태로 가장 뼈아픈 것은 세계 의료선진국이라고 자부하던 우리 의료의 국제적 위상이 하루아침에 실추된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게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 때는 우리가 세계 제일의 모범국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 메르스 확산 사태를 국민이 단합해 조속히 종결시키고 무너진 의료시스템을 다시 구축하면 된다. 무엇보다 응급실을 새로운 시스템으로 설계해 질병별로 분류하여 응급진료할 수 있도록 구축하고 6인실 등 다인실도 개조해야 한다. 병이란 개인적으로는 매우 프라이버시한 사건인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공개적이었다. 한 입원실에서 생과 사가 공존하고, 낯선 사람들이 뒤섞여 동거하는 여인숙 환경이었다. 입원실은 요양과 치료가 동반되는 곳이어야 하지만 그런 곳은 입원비가 높아 엄두도 못 낸다. 이번 사태 후에 다시 한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메르스에 어쩌다 당했지만 한국의 의료수준은 아직 부동의 선진국이다. 낙후된 시스템을 조금만 더 개선하면 더욱 선진화될 수 있는 저력이 있다.
지난 6월 23일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사과를 했다.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의 집단 확산 진원지가 된 점을 사과했고, 메르스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확언했으며 감염질환의 백신 개발, 치료제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스 사태로 삼성이 스마트폰 이후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생명공학 분야의 투자가 더욱 당겨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메르스 사태가 삼성의 미래주력산업의 진출에 불을 당긴 셈이다.

독일에서 배운다
마지막으로 독일의 메르스 대처법에서 배우자.(독일 독자의 투고에서 인용)
독일에서도 지난 번 메르스 사망자가 나왔다. 그러나 추가 감염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들어다 보니 우리와 다른 점이 있었다. ‘독일 환자도 아랍에미리트를 다녀온 65세의 남성이었다. 그도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접촉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환자 가족, 집중치료를 받은 병원, 감염자가 숨진 병원이 모두 방역 대상이었다. 발병 뒤 처음 찾아간 병원에서는 메르스 의심증세라고 판단하고 두 차례 환자의 체액을 채취해, 본 대학의 로버트-코흐연구소에 분석을 맡겼다.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은 것은 3월 7일이었다. 독일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질병통계청(ECDC)에 보고했고 유럽 전염병 조기경보·대응시스템이 가동됐다. 이후 3개월 동안 주 보건부와 사회복지부, 지역보건소, 병원, 대학연구소는 유기적으로 대응했다. 이미 2월 23일부터 지역 보건 당국은 환자가 머물렀던 병원과 접촉자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200명 넘는 사람들을 추적해 전원 감염 여부를 검사했다. 다행히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그는 5월에는 메르스가 완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폐질환을 비롯한 합병증으로 6월 6일 사망했다.
물론 독일은 의료보장이 매우 잘 돼 있다. 1880년대에 이미 유럽에서도 가장 먼저 국민 헬스케어시스템을 구축한 나라다. ‘하우스에르츠트’라 불리는 주치의를 지정해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한국처럼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니며 ‘의료 쇼핑’을 다니는 문화는 없다. 그렇다 해도 메르스가 진단과 치료에 고도의 의학적 수준을 요구하는 난치병은 아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내과의사 수는 한국이 2.1명, 독일은 3.9명으로 2배 정도다. 그러나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한국이 10.3개로 독일의 8.2개보다 많다. 메르스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MERS-CoV)가 신종이라고 하지만 세상에 알려진 지 3년이 됐다. 결국 독일과 한국의 상황을 가른 것은 두 나라의 대응 과정의 차이였다.
전문가들은 메르스가 다른 바이러스에 비하여 그다지 위험한 병은 아니라고 한다. 아직 심도 있는 연구가 부족한 병균이고 백신과 치료약도 없는 상태다. 우리 의료진이 서둘러 그 백신과 치료약을 개발해낸다면 다시금 한국 의료 위상을 세계에 드높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백신·치료약이 조속히 나와 100세 시대 우리 국민건강을 지켜주길 기대해본다.

 

본지 메르스 특집팀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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