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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메르스 사태 초동대응에 실패한 한국, 그리고 삼성병원근거 없는 정부의 비밀주의가 메르스 사태 키운 주범
본지 메르스 특집팀 | 승인 2015.07.02 10:34|(184호)
처음부터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했다면 이런 지경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은 불 꺼진 암흑 속에서 길을 더듬는 맹인의 신세로 거의 한 달을 헤맸다. 의료선진국, IT선진국으로 불리워진 대한민국이 정부의 무능 대처가 빚은 결과에 부끄러울 따름이다. 더불어 우리가 피땀 흘려 이룩한 대한민국의 국가 능력이 겨우 이 정도밖에 안 됐나 하는 자괴감이 국민의 가슴을 때렸다. 메르스 바이러스 하나에 대한민국이 허망하게 뚫려 허둥대다니 한심하고 또 한심했다. 이것은 매뉴얼이 없어 일어난 사태가 아니라 운용을 못해서 일어난 사태였다.

   
▲ 지난 6월 편성된 ‘방역관리 점검-조사단’이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을 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는 이렇게 확산됐다
바레인에서 농작물 재배를 하던 평택에 사는 1번 환자는 5월 4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그는 4월 18일부터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를 여행했다. 귀국한 뒤 일주일이 지난 5월 11일부터 고열과 기침 증세를 보인 그는 5월 12일, 14일, 15일 충남 아산서울의원에서 외래진료를 받고 5월 15일부터 3일간 경기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다. 5월 17일에는 퇴원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스스로 되돌아갔다가 다음날 18일에 다시 찾아와 진료를 받았다. 담당의사는 이 환자가 바레인을 다녀왔다는 말을 듣고 메르스를 의심했다. 그는 환자를 격리한 뒤 즉각 질병관리본부에 확진 검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바레인은 메르스 발생국이 아니니까 대신 12가지 다른 호흡기 질환이 아닌지 검사하라며 담당의사의 확진 검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4일 이내에 아랍지역을 여행한 환자가 발열, 폐렴 증세를 보인다면 메르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라는 미국 질병관리본부의 지침과는 너무 다른 조치였다.
5월 20일이 돼서야 이 환자가 메르스 1번이라고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그의 부인도 확진판정을 받고 2번 환자가 됐다.
5월 21일. 1번 환자에게 전염된 3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의료진과 가족 등 64명이 격리되었다.
5월 22일. 3번 환자의 딸이 당국에 시설 격리를 요구했으나 고열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5월 26일. 3번 환자의 딸은 4번 환자로 확진 판정을 받았고, 진료를 담당하던 의사가 확진 판결을 받고 5번 환자가 되었으며, 3번 환자의 아들은 이날 중국으로 출국했으나 중국 공항에서 격리되었다,
5월 27일. 문제의 슈퍼감염자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한다.
5월 29일. 중국으로 출국했던 3번 환자의 아들도 메르스 확진 판결을 받고 10번 환자가 된다. 이날 평택성모병원은 자진 휴원에 들어간다. 그러나 정부는 병원명 공개 불가라는 방침을 밝힌다. 뒤숭숭한 루머가 SNS를 타고 일파만파로 확산되기 시작한다.
5월 30일. 14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는다.
14번 환자는 80명 넘게 감염시킨 슈퍼 전파자였다. 당국은 14번 환자(35)가 경기도에서 서울로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한 사실조차 알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6월 4일. 대형병원과 복지부 등에 따르면, 경기도 소재 B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그는 지난달 18일 B병원에서 퇴원한 뒤 발열 등의 증상으로 같은 지역 한 병원에 다시 입원했다. 증세가 호전되지 않자 그는 지난달 27일 해당 병원에서 퇴원해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로 이동했다. 이후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호흡곤란을 호소해 구급차로 서울의 한 대형병원으로 옮겨졌다. 버스와 터미널 등에서 이 환자와 밀접접촉한 사람의 수는 헤아리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그는 삼성서울병원 의사(38)에게도 메르스를 옮겼다.
이렇게 하여 삼성서울병원에서만 81명의 확진자가 발생한다. 세계 초일류를 자랑하던 삼성서울병원의 여지껏 쌓아 올렸던 명성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 양병국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이 지난 6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국내 환자 발생 관련 조치 및 대책에 관해 발표하고있다.
질타 받아야 할 정부의 허술한 대응
첫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다음날인 5월 21일.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메르스의 전염력은 매우 낮다”, “환자와 2m 이내서 1시간 이상 접촉해야 전염된다”고 발표해 이미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네티즌들에게 불신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첫 환자를 진찰한 의사의 확진 요청을 거절하고 환자 가족의 거센 항의를 받고서야 검사를 했던 점과 예방법으로 “낙타와 접촉을 금지”하고 “낙타 고기를 먹지 말라”는 등 중동식 말을 하여 정부의 위상을 땅에 내동댕이쳤다. 환자 1명당 2차 감염자 수가 0.7명이라는 판단도, 감염 여성이 요청한 격리치료 거부, 2차 치료자 해외 출국 방치, 메르스 격리자 제주도 여행 등 최악의 대응 자세도 국민의 질타를 받았다. 특히 초기 정보 비공개 원칙은 오히려 국민의 불안을 크게 증폭시킨 결과를 초래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다.
특히 메르스 사태를 진두지휘해야 할 국무총리는 공백이었고, 메르스를 담당해야할 주무부처의 장인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첫 확진환자가 발생한 5월 20일 스위스 제네바에 있었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6월 2일부터 6일까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각료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프랑스에 머물렀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 국민안전처 이성호 차관 등이 진두지휘로 나섰지만 그들의 지시가 설리 만무했다.
6월 3일. 공무원 연금법 개정과 국회법 개정 등 정치일정으로 바빴던 청와대가 처음으로 메르스 관련 회의를 열었다. 이미 2명의 환자가 사망한 후였다. 국민 불안이 커지자 209개교가 휴업 또는 휴교조치를 했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의 권준욱 기회총괄반장은 “일부러 학교를 휴업하는 일은 의학적으로 맞지 않다”고 하며 교육부와 엇박자를 냈다.
6월 5일에서야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 이름을 공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으로 메르스 현장인 국립의료원을 찾았다.
국회도 메르스 사태에 대해 한동안 침묵했다. 여야 각 당 지도부에서 메르스란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5월 27일 새정치민주연합이 처음이었고, 새누리당은 6월 1일에서야 거론되었다. 국회는 6월 11일에서야 의사 출신인 신상진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메르스 대책 특위를 구성했지만 활동은 미미했다. 그들은 특위활동 첫날 메르스와 싸우고 있는 현장의 책임자들을 국회로 불러 7시간이나 묶어두고 호통만 치는 행위를 저질러 빈축을 샀다.
정부도 정치권도 병원도 국민도 모두 메르스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SNS에서는 아무도 믿지 말고 자기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밖에 없다는 자조적 메시지들이 확산되고, 별의별 근거 없는 루머들이 홍수를 이루게 된다. 시중에서는 마스크가 동이 나고, 계획했던 행사나 모임 등은 거의 취소가 된다. 한국을 방문하려던 여행객들도 대부분 예약을 취소했고, 백화점, 대형마트 등도 손님이 끊겼다.
6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의 예정된 정상회담을 연기하고 메르스 지휘체제를 바로잡기 위해 손수 사령탑을 자처하고 나선다.
6월 18일.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를 통과해 제44대 국무총리로 임명됨으로써 메르스 총괄책임은 황 신임 국무총리에게로 넘어갔다.
메르스는 거의 한 달 동안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 체계적인 대응이 펼쳐지고 있다. 발병률도 잡혀가고, 격리 대상자도 갈수록 줄어든다. 그러나 아직은 안심할 수 없다. 메르스와의 승부는 얼마나 빨리, 그리고 완벽하게 퇴치하느냐라는 기일 싸움이다. 정부의 치밀한 대처에 기대를 건다. (⇒후속기사 ‘메르스 사태가 남긴 것’에 연결)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한 지난 6월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병원관계자가 병동을 출입하는 사람의 체온을 체크하고 있다.
메르스 전파사태 삼성이 모두 책임진다?
이런 가운데 삼성 이재용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삼성전자 부회장)이 6월 23일 삼성 서초동 사옥 다목적 홀에서 메르스 확산 문제와 관련해 머리 숙여 사죄했다. 이 부회장은 “환자분들은 저희가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번 사태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병원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겠다”며 “응급실을 포함해 진료 환경과 음압실도 충분히 갖춰 안심하고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감염 질환에 대치하기 위하여 백신과 치료제 개발도 적극 지원하겠다”면서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병원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말씀 드리기 송구스럽지만 의료진은 벌써 한 달 이상 밤낮 없이 치료와 간호에 헌신하고 있습니다. 이 분들에게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고 고개를 숙였다. 비록 초동대응에는 실패했지만 뼈저린 반성 끝에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태도는 삼성이 한국 대표기업에서 위대한 국민기업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에 앞서 이부진 제주호텔신라 회장은 메르스 격리대상자가 제주신라호텔에서 투숙한 후 서울로 돌아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자마자 호텔을 폐쇄하는 강력한 예방조치를 취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MERS는 도대체 어떤 병인가?”
메르스(MERS)란 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이 영어 약자로,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2012년에 발견된 바이러스에 의한 병이다.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는 코로나 바이러스(Corona Virus)의 일종이며 바이러스가 왕관같이 생겼다고 해서 영어로 왕관이란 뜻의 Corona가 이름에 들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바레인 및 사우디에서 체류하다 돌아온 사람에 의하여 메르스가 전파되어서 2015년 6월 16일 현재 154명이 확진되었고, 19명이 사망하였으며, 수천 명이 자기 집에나 병원에서 격리상태다. 원인 바이러스의 이름을 붙여서 정식 영어식 질환명은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약어로 MERS-CoV이다.

증상
메르스는 영어 약자가 뜻하는 중동호흡기질환, 즉 이름 그대로 호흡기질환이므로 기침, 가래 등의 호흡기 증상과 함께 열이 난다. 심해지는 경우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한마디로 초기 증상은 감기나 독감 증상과 비슷하다. 감기나 독감이 발생한다면 메르스의 증상과 유사해서 더욱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지금이 감기나 독감의 유행기간이 아닌 것은 매우 다행이다.

진단
중독지역을 다녀오거나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경력이 있으면서 기침, 가래,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게 되면 바이러스 중합반응 검사(PCR)로 진단할 수 있다.

치료
현재 메르스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는 약은 없다. 일부 감염 전문가들은 항 바이러스 조합 요법이 효과가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증명된 바는 없다. 하지만 특효약이 없는 감기도 치료가 되는 것처럼, 메르스도 증상을 경감시키고 생명 현상을 보조하는 치료를 하면 완치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전염
전문가들은 기침할 때 비말이 튀거나, 환자가 접촉한 물건을 만지는 등의 밀접 접촉으로만 전염이 가능하다는 쪽이 우세하다. 하지만 감염된 낙타가 살던 공간에서 채취한 공기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검출된 적(Azhar 2014, Detection of the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Genome in an Air Sample Originating)이 있으므로 공기를 통한 전염을 배제할 수는 없다.

본지 메르스 특집팀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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