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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회고하며
윤지원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남북한문제연구소장 | 승인 2015.07.01 19:03|(184호)
   
▲ 윤지원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 겸 남북한문제연구소장.
지난 6월 22일은 한국과 일본이 국교를 정상화한 지 50주년이 되는 뜻 깊은 날이었다. 한국은 1945년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된 후 20년 동안 일본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수교를 맺음으로써 정상적인 관계로 전환했다. 수교 50주년을 맞아 양국에서는 새로운 관계 모색과 더불어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었지만 아베 신조 일본 수상의 반성 없는 태도가 여전히 의문점으로 제기된다.

한일 국교 정상화의 시대적 의미
과거 50년 전 한일 양국은 오랜 침묵을 깨고 정상적인 관계 개선에 주력했다. 1961년 11월 박정희 대통령은 일본 방문을 통해 양국 수교의 물꼬를 텄다. 이후 1962년 중앙정보부장 김종필은 오히라 외상을 만나 수교 협상의 내용을 합의했다. 그러나 1964년 3월 정부가 한일외교정상화 방침을 밝히자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던 이른바 ‘6·3 사태’가 발생했다. 이러한 국내의 강렬한 반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한일회담을 추진한 결과 1965년 6월 22일 양국은 6·25 전쟁 중인 1951년 10월 미국의 중재로 국교정상화 교섭을 시작한 지 14년 만에 국교정상화라는 결실을 맺게 됐다.
한일 기본조약은 7개조로 구성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기본조약)과 이에 부속된 4개의 협정 및 25개의 문서로 구성됐다. 조약의 부속협정으로는 ‘청구권·경제협력에 관한 협정’, ‘재일교포의 법적지위와 대우에 관한 협정’, ‘어업에 관한 협정’, ‘문화재·문화협력에 관한 협정’ 등이 있다. 이 기본조약에 의하여 한일 양국은 외교와 영사관계를 개설하고 경술국치 및 그 이전에 양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무효임을 확인했고, 일본은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에 있어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인정했다.
당시 한일 수교는 양국의 필요에 의한 시대적 산물이었다. 박정희 정부는 경제 성장을 위해 일본의 경제적 지원이 필요했고, 일본 역시 한반도 분단과 냉전시기 안보와 정치적 안정, 경제적 협력을 위해 한국과의 협력과 화해가 절실했다. 결국 약 6억 달러 경제 지원을 받는 등 경협은 확대되었지만 일본의 침략과 가해 사실에 대한 진정한 사죄가 선행되지 않았고, 청구권문제, 어업문제, 문화재반환문제 등에서 한국의 양보가 국내에서 크게 논란이 됐다. 특히 부속협정인 ‘청구권·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은 오늘날까지 일제강점기 피해자 보상과 위안부 보상 문제 등에 원인이 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양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한 지 거의 2년 반이 지났다. 그러나 양국 정상은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아베 신조 정부의 왜곡된 과거사 인식과 독도 영유권 주장 등으로 대화가 단절됐다. 국내에서는 반일감정과 일본에서는 혐한감정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양국 간 사회·경제·문화 등 민간교류를 포함해 비정상적인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다행히 수교 50주년을 맞아 양국 간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지난 5월 한일 국방장관과 재무장관 회동과 6월 21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4년여 만에 일본을 방문한 윤 장관은 최근 논란이 된 ‘조선인 강제징용지’였던 일본 근대화 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과 관련해,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타결하자는 공통인식을 갖고 이 문제를 긴밀히 협의키로 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각각 주한 일본대사관과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수교 50주년 기념식 참석과 기념 리셉션에서 축하 메시지를 각각 보냈다.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한일 양국은 과거사 관련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에 주력하고 있는 양상이다.

새로운 협력관계 모색과 과제
무엇보다도 양국관계의 개선에 가장 큰 걸림돌은 한일관계의 화해와 협력의 토대를 흔드는 것은 과거사 문제다. 이와 관련해 합리적인 해결 방안이 모색되어 실질적인 성과로 도출될 수 있을 지 여부는 아베 수상의 정치적 결단에 달려있다. 아베 수상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반복되어온 야스쿠니신사 참배 발언이라든가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 부정 등은 오랫동안 한일 정상의 만남과 대화를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여론 조사에 의하면, 한국 국민의 73%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한일관계 개선의 급선무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일본 정부가 민간 차원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책임을 정정당당하게 인정하고, 사죄하고,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보상을 획기적으로 해준다면 타협의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중국의 부상과 중러 신밀월관계, 북핵·미사일 위협, 신미일동맹 강화를 포함해 자위대 해외파병 허용 등 일본의 우경화 등 동북아 안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한일 양국관계에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변화가 요구된다. 일각에서는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양국에게 필요한 분야에서 ‘선택적 협력’을 제기했다. ‘일종의 정경분리의 투트랙(two-track) 외교’인 셈이다. 좀 더 살펴보면, 양국관계 개선의 가장 큰 걸림돌인 위안부 문제와 역사왜곡, 독도 영토영유권 주장과 군사적 우경화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고 한일 대북 공조 및 정보 공유,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미국과 일본이 주축이 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과 같이 동북아 안보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경제 협력 강화가 요구된다.
아울러 현재 우리와 국제사회의 최대 관심사는 아베 수상의 종전 70주년 담화에 대한 ‘내용과 수위’에 쏠려있다. 과거 1993년 8월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사과한 ‘고노 담화’와 1995년 8월 무라야마 수상이 일본이 태평양 전쟁 당시의 식민지배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죄하는 뜻을 표명한 ‘무라야마 담화’처럼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죄로 이어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그렇게 된다면 양국 간 새로운 관계를 모색할 수 있는 정상회담 재개와 한일 관계 증진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윤지원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남북한문제연구소장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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