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박상병 정가산책
이재용과 문형표
박상병 시사평론가 겸 정치학 박사 | 승인 2015.07.01 19:03|(184호)
   
▲ 박상병 시사평론가 정치학 박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3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특별기자회견 방식으로 마이크 앞에서 대국민사과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소에는 그의 목소리조차 듣기 어려웠는데, 기자회견장에서 생생하게 들려오는 그의 육성은 그 자체로도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래서였을까. 두 번씩이나 허리를 굽혀 사과를 하며 한껏 몸을 낮추는 그의 모습, 아버지 이건희 회장을 거론하며 환자와 그 가족들의 고충을 담아내는 배려, 그리고 의료진의 노고를 치하면서도 병원 운영의 혁신을 약속하는 그의 기자회견 내용은 생각보다 진솔하고 또 깔끔했다.
 
이재용, 혁신을 말하다
사실 메르스 확산의 최대 진원지가 된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으로서 당연히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일이다. 어쩌면 이재용 부회장이 좀 더 일찍 국민 앞에 사과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 달 18일 민관합동메르스대책본부를 찾아 직접 사과의 뜻을 밝히긴 했다. 그러나 형식이나 내용 모든 면에서 그 정도로는 국민의 눈높이에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이 부회장의 사과에 특별히 관심이 모아진 것은 단순히 사과하는 데만 그치질 않고 앞으로 더 큰 혁신을 하겠다는 그의 약속에 더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5월 중순,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직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직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넘겨받았다. 사실상 삼성그룹의 후계구도를 구체화하는 인사 조치로 해석됐다. 특히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직은 조부인 고 이병철 회장부터 이건희 회장 으로, 이번에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오너 지배구조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 차원의 신뢰를 위해 직접 대국민사과를 하고 더 큰 혁신을 약속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드렸다”고 자책하면서 ‘참담한 심정’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응급실을 비롯한 진료환경 개선, 음압병실 확충, 감염병 백신과 치료제 개발 등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 가운데 특히 감염병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서겠다는 대목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메르스 바이러스는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 발견된 지 불과 몇 년밖에 되지 않은 신종 감염병이기도 하지만 백신개발에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재용 부회장은 국민 앞에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잘만 되면 삼성의 공익적 가치를 최대한 끌어 올리면서 동시에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도 유익한 투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벌써부터 삼성 측에서는 미국의 ‘빌 & 멀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과 같은 ‘메르스 연구재단(가칭)’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메르스 사태로 사회적 동력을 잃어버린 대한민국이, 그리고 메르스 사태의 핵심 진원지가 돼버린 삼성서울병원이, 이번 기회에 메르스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수년 후에 그 성과가 나타난다면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며 보람된 일이겠는가. 말 그대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낸 대한민국의 저력으로 평가될 것이다. 이런 엄청난 일을 이재용 부회장이 약속을 한 셈이다. 싸구려 정치인들처럼 비올 때 잠시 비를 피해보겠다는 얄팍한 술수가 아님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삼성을 대표해서 이재용 부회장이 처음으로 국민 앞에서 약속한 것이다. 게다가 그날이 이 부회장의 생일이라는 뒷이야기도 들렸다. 특별한 날, 두고두고 잊지 않겠다는 특별한 다짐으로 이해하고 싶다.
 
문형표, 아직도 헤매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국민 앞에서 허리를 굽히며 참담한 심정으로 사과를 할 때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 현장에 있었다. 그동안 정부의 메르스 대책 주무 장관으로서 수없이 많은 비판과 지적을받아왔던 문 장관은 이날도 여전히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다. 이날 여야 의원들이 정부의 초동대응 실패를 따지자 문 장관의 답변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문 장관은 세계보건기구(WHO) 지침대로 매뉴얼을 만들었는데, 우리 현실에 맞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간병과 병문안 문화가 감안되지 않았다고 했다. 문 장관의 해명은 한마디로 우리나라 특유의 병원 문화 때문이라는 주장으로 들린다. 이를 정부가 매뉴얼에 반영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뜻이다.
과연 그럴까. 이미 알려진 대로 메르스 사태 확산의 근본 원인은 메르스가 발생한 병원을 정부가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4번 확진자의 병원 정보를 삼성서울병원도 처음엔 몰랐다. 정부가 비밀에 부치는 바람에 이 환자가 병원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폭발적으로 메르스 바이러스를 전파할 때도 삼성서울병원은 몰랐다. 그 책임은 일차적으로 정부의 몫이 아닌가. 그럼에도 문형표 장관은 병원 문화 탓을 하며 마치 그 책임을 병원에 떠넘기는 듯한 태도는 너무도 실망이다. 심지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응급실 문제까지 거론했다. 우리나라의 이런 병원 문화를 정부는 지금껏 몰랐다는 말인가. 이런 내용도 모르고 전염병 관련 매뉴얼을 만들었다면 어찌 그런 것을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문형표 장관은 이날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보건복지정책의 수장다운 신뢰를 보여주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감싸는 듯한 발언도 문제려니와 메르스 사태 극복에 나서려는 국민의 심기를 더 불편하게 만들고 말았다. 그동안 문 장관의 언행에서 수없이 말이 바뀌고 좌충우돌 했던 실책은 더 이상 거론하고 싶지 않다. 이 또한 우리 정부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물론 장관도 전문적인 부분은 모를 수 있다. 그렇다면 말을 아끼고 현실에 대해서는 솔직해야 한다. 문 장관은 최소한 그런 모습도 보여주질 못했다. 굳이 이재용 부회장과 문형표 장관을 비교한 것은 같은 사태에 대해 그것도 같은 날, 어쩌면 이렇게도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부를 대표하는 책임자와 삼성서울병원을 대표하는 책임자의 두 모습에서 우리는 중요한 진실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위기 때 결국 그 해법은 ‘선장의 몫’이라는 점이다. 어떤 리더를 만나느냐에 따라 살 수도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국민은 너무도 불행하다.
<외부 필진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박상병 시사평론가 겸 정치학 박사  mjknews@mjknews.com

<저작권자 © 정경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발행인 인사말회사소개정경시론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50-010)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1-11 한서리버파크 1405호  |  대표전화 : 02)782-2121  |  팩스 : 02)782-9898
사업자등록번호: 107-06-75667  |  제호 : 데일리정경뉴스  |  등록일자 2005년 5월  |  등록번호 : 서울아00449
발행일 : 2000년 4월  |  대표이사: 최재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최재영
Copyright © 2021 정경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