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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메르스 이후를 고민하자
최재영 본지 발행인 회장 | 승인 2015.07.01 19:00|(184호)
   
▲ 최재영 본지 발행인 회장.
아직도 섣부른 결론은 자제돼야 하지만 그래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ERS) 사태는 전반적으로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사망자가 나오고 있긴 하지만 이전처럼 집단 발병 같은 긴장 국면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에 대해서는 보건당국이 면밀하게 관리하고 또 모니터링하면서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여서는 안 될 일이다. 이미 중동 지역에서의 발병 양상과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는 하지만 지역사회 감염이나 바이러스 변이 같은 것이 어느 날 갑자기 발현될 수도 있음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리고 다수의 전문가들조차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사실상 초보인 셈이다. 이제 ‘메르스 이후’를 준비하되 긴장감만은 늦출 수 없는 이유라 하겠다.
 
반복되는 정부의 실패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실패는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일찌감치 메르스와 같은 신종 전염병의 확산을 우려해서 각 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했고, 우리 정부도 이에 발맞춰 관련 팀까지 꾸려서 나름 대책을 세워왔던 터였다. 지난해 말에는 대책회의까지 가졌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러나 막상 메르스 감염이 확정되자 방역당국의 초동대응은 무지했고 또 무능했다. 뭘 그렇게도 숨기려 했는지 최소한의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서울병원도 정부의 비밀주의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정부가 기본적인 병원자료만 공개했어도 삼성서울병원에서 그토록 많은 감염환자가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무능은 두고두고 뼈아픈 대목이라 하겠다.
물론 삼성서울병원의 오판과 후속대책 실패도 간단히 넘길 일이 아니다. 3차 감염자가 쏟아지고 환자 및 격리자에 대한 관리마저 수준 이하였다. 명색이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으로 분류되는 대학종합병원 수준이 그 정도였는지 참으로 아연실색케 하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국회에 나와서 삼성이 아니라 국가의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이라는 등의 큰소리치는 것을 보면 분노마저 치민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처음으로 대국민사과를 통해 국민 앞에 허리 굽혀 사과하고 비교적 알맹이 있는 후속대책을 제시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메르스 사태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을 해보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정부와 방역당국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면밀하게 따져 볼 때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우리 사회는 얼마나 심한 홍역을 앓았던가. 그러나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나 또 다른 재난이 닥쳐도 정부의 역량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비슷한 ‘정부의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면 이는 간단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안전처가 신설됐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국민안전과 관련해서 범 정부차원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기대했지만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조직 내에 질병 관련 전문가가 없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이제부터라도 물리적인 재해만이 아니라 질병 등에 대한 국민안전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말 그대로 국민안전과 관련해서는 명실상부한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성숙한 시민정신도 공유해야…
우리 국민도 메르스라는 신종 전염병 바이러스와 처음으로 부닥쳐보니 뭔가 불안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전문가도 잘 모르는 신종 전염명을 국민인들 어떻게 알겠는가. 게다가 방역당국마저 불신의 대상이 되다보니 국민은 불안감을 넘어 공포에 가까운 정서를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국민은 죄가 없다. 정부를 믿으려는 그런 국민들에게 정부가 신뢰를 보여주지 못하면 국민도 더는 기댈 데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로 나설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길거리가 한산해지고 내수경기가 더 침체되었으며, 또 해외 관광객마저 발길을 끊는 것도 이런 배경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서 우리 국민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대부분의 국민은 정부의 조치를 잘 따랐다. 확진 검사를 받고 보건소에 신고도 하고 또 격리자가 되면 어디든 스스로를 격리시켰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가족들과 만나지 못하는 고통도 모두 감내하며 정부에 협조했다. 물론 현장 의료팀의 헌신적인 노력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무더운 날씨에 온몸을 감싸는 방호복을 입고 단 한 명의 환자라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위험마저 제대로 챙기지 못한 그런 안타까운 사연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우리 주변의 ‘작은 영웅들’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국민들의 언행은 여전히 우리를 슬프게 한다. 격리자 통보를 받고서도 버젓이 외출에 나서는가 하면, 일부 환자는 자신의 병원 정보를 숨기기도 했다. 특히 141번째 환자는 메르스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중 “메르스를 다 퍼트리겠다”며 의료진에게 막말을 퍼붓고 병원을 뛰쳐나와 택시로 곳곳을 이동해 지역사회를 불안케 했던 점은 참으로 인간 이하의 행동이다. 그리고 의료진이나 방역 관계자들의 가족을 향해 ‘바이러스’운운하며 접촉 자체를 기피하고 손가락질을 하는 몰지각한 행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국민 모두의 협조와 건강한 시민정신 없이는 이런 난국을 극복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여전히 선진국 시민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기회에 다시 절박하게 파고드는 아쉬운 대목이 또 있다. 바로 공공의료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건전한 의료문화’를 만들고 국가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방역체계를 작동하기 위해서는 각 거점지역마다 공공의료체계가 구축돼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절실하게 배웠다. 이를 통해 전문 인력과 조직에 대한 투자를 늘려 전염병 발생 시 정보 공유와 역학조사 등의 초동대응 역량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더 커졌다는 점이다. 의료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방역체계 만큼은 후진국 모습이라면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는가. 메르스 사태를 교훈 삼아 어떠한 대가를 치루더라도 철저하게 내실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최재영 본지 발행인 회장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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