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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빅뱅’, 데이터 중심 요금제국내의 출혈경쟁이 아니라 세계와 겨뤄야 할 때…
정경뉴스 경제팀 | 승인 2015.06.08 11:41|(183호)
지난 1월부터 미래창조과학부가 이동통신업계와 의논하던 새로운 요금제가 윤곽을 드러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미 지난 4월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을 20%로 올렸다. 또한 KT를 시작으로 이동통신 3사는 월정액 수준에는 상관없이 음성과 문자를 무제한 제공하고,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고객들에게 주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누구나 모바일 기기만 있으면 무선 초고속 인터넷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빅뱅’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정경뉴스>는 두 가지의 요금제가 가져올 대한민국 모바일 혁명에 대해 알리고자 한다.
 
   
▲ 이동통신 3사는 5월 19일 일제히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발표했다. 사진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휴대전화 매장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KT는 5월 8일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가장 먼저 출시했다. 그동안 휴대폰 요금은 음성 통화와 문자 메시지에 기준해서 결정되었다. 하지만 ‘카카오톡’, ‘LINE’을 비롯한 메신저로 연락 수단이 변화해 가고, 스마트폰은 음성 통화보다는 인터넷 접속 기기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음성 중심의 현행 요금제가 한계에 다다랐음이 명백한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그것을 가장 민감하게 느꼈고, KT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출시 4일 만에 1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계속해서 가입자가 폭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LG 유플러스와 SK 브로드밴드도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과거에도 있었다?
음성 통화와 문자 메시지에 대한 요금 청구를 사실상 없애기로 결정한 ‘데이터 중심 요금제’와는 다소 다르지만, 대한민국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이미 10년 전부터 있었다. KT에서 2005년 출시했던 무제한 요금제가 그 효시다.
다만 이 무제한 요금제는 당시로써는 비싼 가격인 월 2만 원이라는 요금과 실질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디바이스가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다는 점, 또 접속하더라도 모바일 인터넷을 위한 컨텐츠가 거의 없었다는 점으로 인해 별 실익을 거두지 못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라는 테마로 만들어진 애플의 I-phone이 2007년 출시되었고, 국내에는 2009년 도입된 것을 생각하면 지나치게 시대를 앞선 정책이었던 셈이다.
당시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했던 고객층은 주로 컴퓨터에 능숙한 소수였으며, 이들도 휴대폰을 이용해 인터넷을 이용하기보다는 휴대폰을 모뎀으로 개조하여 매달 ‘억 단위 청구액과 억 단위 할인 내역이 동시에 적힌’ 고지서를 받으며 PC 인터넷을 즐겼다. 결국 KT는 해당 요금제를 폐지했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다시 등장한 것은 3G통신망이 전국에 구축된 2011년이다. I-phone시리즈가 국내에 널리 퍼지면서 뒤를 이어 갤럭시 S, 옵티머스 등의 국내 스마트폰들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이런 추세에 따라 국내 데이터 통신 요금 체제는 완전히 바뀌었다. 5만 원 이하의 요금을 가지고 음성통화 200분, 데이터 통신 500메가바이트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데이터 사용량이 500MB를 넘으면, 청구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이를 개선한 것이 SK 텔레콤(현 SK 브로드밴드)가 내세운 ‘월 5만 5천 원 이상 사용하면 데이터 패킷을 무제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콸콸콸 요금제’라 불린 이 정책을 통해, SK는 고가의 요금제로 많은 사용자들을 끌어들였고, 이동통신 업계 1위의 자리를 KT로부터 가져올 수 있었다. KT와 LG 유플러스도 뒤늦게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도입했으나, SK가 쌓은 입지를 무너트리지는 못했다.
3사의 ‘제 살 깎기’ 속 달라진 글로벌 트렌드 통신망이 LTE로 세대교체를 하면서, 기존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쇠퇴했다. 이동통신 3사는 일제히 ‘LTE에는 무제한 요금제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무제한 요금제를 도입했던 결과, 가입자는 폭증했지만 가입자 1인당 평균 매출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3사는 휴대폰 기기 보조금 지급 및 음성 통화, 문자 메시지를 같은 가격 당 제공하는 양을 경쟁적으로 증가시키면서 고객 쟁탈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글로벌 트렌드는 이미 ‘데이터 중심요금제’로 변화하고 있었다. 미국 최대의 통신업체로 자리 잡은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즈(Verizon Communications)’는 2012년 6월 데이터 제공량을 기준으로 요금을 책정하고, 음성통화와 문자 메시지는 전면적으로 무료화하는 ‘쉐어 에브리싱(Share Everything)’ 요금제를 출시했다. 다만 이 요금제에도 단점은 있었다.
데이터 사용량에 있어 누진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일정 이상 데이터를 사용하면 기하급수적으로 요금이 상승했다. 실제 업무에 사용하기 위해 ‘쉐어 에브리싱’ 요금제에 가입한 미국 직장인들은 최소 50달러에서 100달러 이상의 요금을 지불해야 했다.
SK 텔레콤은 이미 버라이즌의 ‘쉐어에브리싱’에 대해 출시 2개월 후에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2012년 8월 실적발표 컨퍼런스 당시, 안승윤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현 SK 브로드밴드 사장)은 “국내에서도 미국 버라이즌 사례와 같이 요금제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데이터 사용량의 폭증에 따른 데이터 망 추가 구축에 필요한 투자비용을 고려한 합리적 수준의 데이터 요금을 책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3사가 모두 공통적으로 가지는 고민이었다. 가장 먼저 칼을 빼든 것은 LG 유플러스였다.
2013년 1월 LTE 데이터에 대한 제한적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9만 5천 원이라는 고가로 인해 일반 요금제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SK와 KT가 내놓은 제한적 무제한 요금제도 동일했다.
 
   
▲ 통신 3사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 비교.
데이터 중심 요금제와 20% 약정할인제도
기존의 이동통신 요금제는 결국 ‘출혈경쟁’이었다. 이 요금제에 막을 내린 것이 2014년 3월의 ‘이동통신 3사 영업정지 처벌’이다. 이 영업정지로 인해 그동안 단말기 보조금으로 사용되던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이동통신 3사에 남게 되었고, 이후 보조금 자체에 제한을 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즉 ‘단말기 유통법’이 시행되면서 이동통신사들은 보조금 지급을 통한 고객 유치를 포기해야 했다.
더불어 ‘카카오톡(KaKaoTalk)’, ‘라인(LINE)’ 등의 모바일 메신저가 확고히 자리를 잡으면서 음성통화 및 문자 메시지로 이익을 내던 이동통신 3사의 수익구조에 큰 변경이 필요하게 되었다.
결국 정부와 이동통신업계는 긴 논의 끝에 두 가지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냈다. 첫 번째는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게 도입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단말기를 개별적으로 구입하여 통신 서비스만을 받고자 하는 고객들에 대한 ‘20% 약정 할인제도’다.
출혈경쟁을 멈추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대신 휴대폰 단말기의 고객 부담 비율을 높인 ‘단말기유통법’에 대한 후속 대책으로 정부는 ‘20% 약정 할인제도’를 내놓았다. ‘단말기 유통법’은 소비자가 대리점에서 단말기 구매-서비스 약정까지 통합해서 진행할 때 단말기 비용에 일정 부분의 ‘공시 지원금’을 받는 것이었으며, ‘20% 약정 할인’은 단말기를 따로 구매하고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하는 사람들에 대해 향후 요금의 20%를 자동적으로 할인해 준다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트렌드에 맞추기 위해 이동통신 3사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한계에 부딪힌 음성통화 및 문자 메시지 시장을 과감히 포기하고, 데이터 요금 시장에 전력을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우선 KT가 월 2만 원대 후반에 문자와 음성통화를 무제한 제공하고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추가 요금을 내는 ‘데이터 선택 요금제’를 4월 7일 출시했다. 월 5만 원대를 내면 데이터를 무제한 쓸 수 있어 기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보다 20~30% 통신비를 아낄 수 있는 구조다. 향후 LG 유플러스나 SK 브로드밴드가 어떤 제도를 출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이지만, KT의 사례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구글은 프로젝트 파이를 통해 ‘요금’이 아닌 ‘광고수익’으로 휴대폰 수익구조를 개편하고자 하고 있다.(사진제공 = Project Fi 웹 사이트)
   
▲ ‘카카오톡’, ‘라인(LINE)’ 등 모바일 메신저들이 규모를 키우면서 이동통신사의 통화-문자 메시지 시장은 좁아졌다. 사진은 지난 2014년 4월 1일 전 세계 가입자수 4억 명을 돌파한 네이버의 글로벌 메신저 LINE.
세계와 겨뤄야 할 때가 왔다
우리나라는 이제야 글로벌 트렌드인 ‘데이터중심 요금제’를 시행하게 되었다. 그러나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한 발 앞서가고 있으며 향후 이들과 국내 이동통신 업계가 경쟁해야 한다. 구글 등 세계 모바일 업계를 주도하는 기업들은 향후 ‘공짜 통신’까지도 염두에 둔 프로젝트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구글은 4월 22일 미국에서 월 20달러에 음성통화와 문자 메시지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통신서비스 ‘프로젝트 파이(Project Fi)’를 발표했다. 우리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와 같아 보이지만, 약정이 없기 때문에 위약금도 지불할 필요가 없으며 데이터는 1GB당 10달러의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누진형 요금도 아니기 때문에, 사용하는 만큼만 지불하면 되며 반대로 덜 사용했다면 그만큼 돌려받을 수 있다. 120개국에 구축된 국제 통신망을 이용한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삼는 구글이 국내에 진출하게 되면, 국내 통신사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게 된다.
이동통신의 글로벌 트렌드는 이제 ‘데이터 중심 요금제’마저도 벗어나, 수익 모델 자체를 가입자 개인이 아닌 광고주들로 전환하고 있다. 자사의 고객은 통신을 이용하는 고객이 아니라, 광고에 노출되는 ‘고객’으로 파악한 것이다. 해외 기업들은 광고 수익을 늘리기 위해, 단말기 가격과 통신 서비스 가격을 적극적으로 낮춰가고 있다. 아직도 단말기 판매와 통신 서비스 제공을 수익 구조로 삼고 있는 기업들에게 위기가 닥치고 있다. 이번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의 전환은 30년간 이동통신업계가 유지해온 수익구조를 혁파하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 수 있는 ‘모바일 대혁명’, ‘모바일 빅뱅’의 기회다. 향후 세계와 겨루게 될 우리 이동통신업계들의 변화를 기대한다.

 

정경뉴스 경제팀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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