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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개혁 쟁점과 해법“공무원연금 20년 걸쳐 줄인다니, 그게 무슨 개혁이냐?”
황인환 본지 편집위원장 | 승인 2015.06.05 16:36|(183호)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1년의 진통 끝에 5월 2일 여야합의에 성공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숨이 나올 정도로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연금개혁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고 했겠는가.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한다는 당초에 없던 문제까지 끼어들어 있어 국민을 당황케 하고 있다. 소득대체율 50%는 바람직하지만 그에 따른 세부담이 만만치 않게 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을 대신하는 정치인들이 국민 염원을 거스르는 것은 개인 영달과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까지 막말성 발언을 쏟아내며 강하게 비판했다. 공무원연금개혁 어떻게 합의되었고 무엇이 문제일까?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5월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 국민연금개혁과 관련해 양당 회동에 참석해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공무원연금 구조개혁 아닌 모수개혁?
박근혜 정부 4대 개혁 중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처음으로 지난 5월 8일 여야의 합의를 통해 마련되었다. 큰 틀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분명 더 내고 덜 받자는 것이지만 자세히 들어가 어떻게 그것을 실현하느냐는 관점에서 보면 국민의 기대를 외면한 한심하기 그지없는 내용이다.
합의안은 공무원연금 소득대체율을 중장기적으로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춰 통합하자는 당초 정부와 새누리당 안의 ‘구조개혁’이 아니라, 기여율과 지급률 만을 조정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모수개혁(母數改革)’안으로 그쳤다. 모수개혁이란, 연금 구조의 틀을 그대로 둔 채 지급률과 기여율을 일부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프랑스나 오스트리아 등 유럽 선진국에서도 연금구조를 건드리지 않고 기여율만 올리다가 엄청난 수지불균형을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추가 구조개혁을 해야만 했던 이미 실패한 개혁방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에 당초 논의 대상이 아닌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는 안까지 합의를 해놓은 것이다. 명목소득대체율을 현 40%에서 50%로 올리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목표지만 당장 올리려면 국민 부담이 상상 이상으로 커진다는 염려 때문이다. 반드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 지난 5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전교조 등 관련 단체 참가자들이 5월 국회 공무원연금 개악 처리 중단 및 공적연금 강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 “한숨 나오는 공무원연금개혁”
박근혜 대통령은 “공무원연금만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파업과 거센 시위를 감내하면서 거의 1년이 넘게 인내하며 어렵게 개혁합의를 도출해 냈는데, 여야가 앞으로 20년이나 걸려야 하는 개혁이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의 미온적인 개혁안을 만들어 합의해 국민을 실망시킨 데 대한 아쉬움의 표출이다.
오죽했으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번 개혁으로 내년에 하루에 100억 원씩 투입될 연금재정보전금이 60억 원으로 다소 줄었지만 개혁의 폭과 20년이라는 긴 세월의 속도가 당초 국민들이 기대했던 수준에는 훨씬 미치지 못해 아쉽다”고 큰 실망감을 내비쳤다. “또한 약 2,000만 명 이상이 가입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50%로 조정하는 등의 제도 변경은 그 자체가 국민께 큰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먼저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문제”라고 하며 수용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연금은 공무원연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재정이 필요한 부문이고 구조나 기구도 달라 여기에 끼어 팔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것은 월권이라고도 했다. 그 결과 합의안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주춤거리고 있다.
 
조윤선 정무수석의 사표가 말하는 것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공무원연금개혁의 국회 처리 지연에 대한 책임을 지고 5월 18일 사퇴했다. 그는 이번 합의과정에서 정부 측의 한 축을 담당했었다.
그는 사퇴의 변에서 “공무원연금개혁은 지금 당장의 재정 절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을 위해, 나아가 미래 세대에 막대한 빚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이뤄졌어야 하는 막중한 개혁 과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연금개혁을 수용하는 대가로 이와는 전혀 무관한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심지어 증세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애초 개혁의 취지를 심각하게 몰각한 것으로서 국민께 큰 실망과 걱정을 안겨드리고 있습니다.
연금개혁은 정치적인 유불리를 떠나 접근했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개혁의 기회를 놓쳐 파산 위기를 맞은 미국 시카고 시나 연금 포퓰리즘으로 도탄에 빠진 그리스가 반드시 남의 일이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공무원연금개혁이 애초 추구하셨던 대통령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논의마저 변질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개혁과정에 하나의 축으로 참여한 청와대 수석으로서 이를 미리 막지 못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곧이어 “자기는 사임하지만 모든 관련 당사자들이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 보고 개혁을 완수하여 후일 역사가 평가하는 모범적인 선례를 남겨줄 것”을 당부했다.
이 내용 속에 공무원연금개혁의 모든 쟁점이 다 들어 있다. 정부가 추진하려고 했던 공무원연금 개혁의 의도와 시급성, 그리고 정부의 요구하는 틀을 한참 벗어난 국회의 합의에 대한 서운함까지도 모두 포함되어 있다.
 
   
▲ 표-1
공무원연금 개혁해야 하는 이유
공무원연금이 추진된 배경에는 1995년부터 재정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하여 현재 충당부채가 484조 원에 달하고 있다. 충당부채란, 연금수령자 36만 명과 현직 공무원 107만 명에게 지급될 연금으로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이다.
공무원연금은 2014년에 세금을 투입한 금액이 2조 5,000억 원이며, 누적적자는 46조 원에 달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조사한 공무원연금의 정부 보전금 추이를 보면 (표1)과 같다. 매년 수 조 원씩 투입되고 있으며 증가율도 매년 추가로 6천억 원을 넘어서고 있다. 매일 100억 원씩 투입될 날이 멀지 않았다.
또 하나는 올해는 공무원 2.8명이 퇴직자 1명을 책임지지만, 2080년이 되면 공무원 1명이 퇴직자 1명을 책임지는 사태가 오고, 총인구 감소율을 적용하면 공무원 연금 부양률은 1대1, 즉 10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재직 공무원 1인이 퇴직 공무원 1명 이상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행정자치부와 국민연금공단의 공무원연금 재정 평가와 개인 편익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5년에는 재직 중인 공무원이 108만 명, 공무원연금을 수급하고 있는 퇴직공무원은 39만 명으로 부양률이 36%이다. 공무원 2.8명이 1명의 퇴직자를 부양하는 셈이다.
   
▲ 표-2
하지만 2020년에는 공무원은 112만 명으로 4만 명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수급자는 52만 명으로 33% 늘어 부양률도 46.4%로 10% 이상 급증한다. 부양률이 연금수급자의 고령화 등으로 2040년까지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에는 재직자 117만 명, 수급자 78만 명으로 부양률 81.4%, 2080년에는 재직자 110만 명, 수급자 107만 명으로 부양률이 90.7%나 될 것으로 예상된다.(표2)
 
20년 가입자 국민연금 87만 원, 공무원연금 217만 원 수급
연금의 형평성에서도 국민연금과 심한 격차를 보인다. 20년 이상 가입자 기준으로 보면, 국민연금은 87만 원을 수급하는 데 반해, 공무원연금은 217만 원을 수급하게 되어 연금 간에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무원 1인의 퇴직연금 총액은 현재가치로 평균 5억 3,000만 원이고, 공무원 1인에 대한 정부 부담 부채 총액도 평균 5억 2,700만 원에 달한다.
안전행정부는 올해도 공무원 연금을 보조해주기 위해 3조 원을 준비해 놓고 있다. 국회예산처에 따르면, 연금보전금이 금년에 3조 원을 넘어서고 5년 후인 2020년에는 6조 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금액은 해가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이렇게 공무원연금이 적자가 나는 이유는 가입자들이 덜 내고 많이 받기 때문이다. 연금이 걷힌 금액 안에서 지급 수준을 정해야 하는데, 국가가 나서서 보조해 준다. 2001년 개정된 공무원연금법(제69조)은 공무원연금에 적자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전액 국고로 보전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연금 때문에 국가재정이 고갈될 것을 예방하기 위해 이런 적자 구조를 개혁해 보자는 것이 공무원연금개혁의 시발이다. 이해 당사자인 공무원들은 반대했지만 이젠 국민도 개혁에 힘을 실어주는 상태다.
 
공무원연금개혁의 발자취
뒤돌아보면 공무원연금개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민관 공동의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위원회는 공무원이 내는 돈은 늘리고 받는 돈은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추는 개정안을 냈다. 대신 퇴직수당을 민간 퇴직금 수준으로 올려 이를 보충했다. 또 연금 지급개시 연령을 2023년부터 2년마다 한 살씩 올리는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집단 반발해 백지화됐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기존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해체되고 2차 발전위가 다시 구성됐다. 이때 1차 발전위에 없었던 공무원단체 대표들이 대거 포함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대표 5인과 노조가 추천한 전문가 2명이 임명됐다. 이해 당사자들이 위원회 총 인원의 절반이 넘었으니 결과는 알만했다.
2009년 시행된 공적연금 연계제도 역시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가져왔다. 공적연금 연계제도는 공무원·군인·사학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해 가입 기간이 20년 이상이 되면 연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가입기간은 10년이고 공무원·군인·사학연금은 20년이다. 가령 국민연금에 8년 가입하고 공무원연금에 12년 가입했을 경우 어느 연금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연계 후에 총 가입기간이 20년이 되므로 공무원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공무원연금은 1960년에 만들어져 1993년 처음으로 적자를 낸 뒤 지금까지 3차례 개혁을 거쳤다. 1995년 시행된 첫 번째 개혁은 보험료를 소폭 올리고 연금 산정 기준을 ‘직전 보수’에서 ‘최종 3년 평균 소득’으로 변경하는 것이었다. 2001년 시행된 두 번째 개혁은 보험료를 올리고 연금액 조정 방식을 보수 상승률에서 물가 상승률로 바꾸는 방식이었다. 이때 적자를 정부가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했었다.
 
공무원연금 어떻게 개혁되었나
여야가 5월 2일 합의한 공무원연금개혁 합의안은 다음과 같다.
 
   
▲ 표-3
(1) 연금 기여율(공무원이 내는 연금보험료율)
연금 기여율은 현행 본인 부담 기준 기준소득월액 7%에서 매년 0.25%씩 증가해 5년 후인 2020년 9%로 오른다.(표3)
 
   
▲ 표-4
(2) 연금지급률(받을 돈을 결정하는 비율)
연금지급률은 현행 1.9%에서 20년에 걸쳐 1.7%로 내린다.(표4)
 
(3) 연금수급액 : [(재직기간 평균 월급여액)×(지급률)×(재직연수)]로 계산
 
(4) 퇴직수당 : 민간 대비 39% 정도인 현 수준 유지
 
(5) 연금 개시 연령 : 현행 60세에서 2033년까지 65세로 동일해진다.
현행 제도는 2009년 이전 임용자는 연금을 60세부터 받도록 되어 있다.
61세(2022년) →62세(2024년)→63세(2027년)→64세(2030년)→65세(2033년)
 
(6) 소득재분배 : 국민연금 상당분(지급률 1%)에만 도입하기로 신설
 
(7) 소득 상한 : 수급자 평균의 1.8배에서 1.6배로 낮춰 형평성을 높임
 
(8) 연금수급요건(연금수령 최소 가입기간) : 현행 20년에서 10년으로 낮춤
 
(9) 연금기여금 납부기간 : 현행 33년에서 단계적으로 연장하여 36년까지 늘림
 
(10) 유족연금 : 현행 70%에서 60%로 낮춤
 
(11) 기존 수급자가 받는 금액 : 앞으로 5년간 동결
 
(12) 연금액 인상률 : 현 물가인상률에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동결
 
(13) 기대효과
 
이렇게 개혁될 경우 2016년부터 2085년까지의 총 재정부담액은 307조 원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 연금수익비(수습액을 보험료로 나눈 비율)는 7급 공무원 기준 2.08배에서 1.48배로 줄어든다.
 
   
▲ 표-5
공무원연금 시뮬레이션
인사혁신처가 이번 합의안을 토대로 5급, 7급, 9급 공무원들의 수급액 및 차감율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를 내놓았다.(표5)
인사혁신처는 2016년부터 2045년까지 향후 30년 동안 185조 6천억 원의 공무원연금 보전금이 줄고, 2085년까지 70년 동안 491조 1천억 원의 연금보전금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 보전금이 주는 만큼 보전금과 연금부담금과 퇴직수당의 합으로 이루어진 총재정부담도 줄어든다.
2016년부터 2045년까지 향후 30년 동안 총재정부담은 기존에는 637조 3천억 원이었지만 502조 2천억 원으로 줄어든다. 약 135조 1천억 여원 상당의 재정절감 효과가 있다.
또 2085년까지 70년 동안 총재정부담은 기존의 제도 하에서 1,987조 1천억 여원이지만, 개혁안을 적용할 경우 1,654조 1천억 여원으로 333조 원의 재정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표6) 이것은 당초 새누리당 안보다 24조 2천억 원 정도 많은 것이다.
 
갑자기 끼어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의 문제점
어렵게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느닷없이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들고 나온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와 연계하는 통에 무산될 위기에 놓여 있다. 소득대체율이란, 평균소득 대비 수급 연금액의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현재 40%다. 그런데 평균소득이 300만 원일 경우 현행 120만 원을 150만 원으로 인상하여 지급하라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재정이 튼튼하면 그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그러나 지급률 10%를 인상하면 50년 후인 2065년까지 무려 664조 원이 더 보전돼야 하고, 2100년까지 적자가 안 나게 운영하려면 국민이 내는 보험료율도 현행 9%에서 16.7%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 문제다.
당초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이 도입된 1988년 소득의 70%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 때인 2007년 소득의 50%로 줄이고 2028년까지 매년 0.5%씩 줄여 40%로 떨어뜨린 현행 국민연금 구조를 만들어 내었다. 저부담 고급여로는 국민연금을 지탱할 수 없다는 명분에서다. 그런데 당시 여당이었던 현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은 공무원 노조와 합세하여 국민 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국민연금 지급액 10% 인상을 관철시켰다.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합의의 장에서 엉뚱한 국민연금을 끼어 넣은 것과 또 인상에 따른 재원마련 대책과 국가재정을 고려하지 않고 유권자 표만을 의식한 복지 포퓰리즘에 다름없다는 것이 박 대통령이 여야를 싸잡아 비난한 이유다. 복지부 관계자도 더 필요한 664조 원을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걷기 힘들다고 난색을 표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여야가 국민합의 절차를 아예 생략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이 월권이라고 지적한 대목이다. 야당과 공무원노조 측은 공무원연금 재정 절감분의 약 20%를 국민연금에 쓰기로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재정 절감분으로 국민연금의 구조를 고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같은 주장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여야 정치권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려도 국민연금 재정적자는 현행구조에서 2044년에 발생하는데, 그것을 2년 앞당길 뿐이고, 기금고갈조차 2060년에서 4년 앞당긴 2056년으로 당겨진 데 그쳐 재정 부담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피고 있다. 하지만 윤석영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제도를 유지하는 데도 현재 보험료율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소득대체율 10%를 올리는 데 필요한 보험료율은 4%라며 현재 소득대체율 40% 유지에 필요한 보험료율이 소득의 15%이므로 적어도 소득의 19%로 올려야 연금제도가 유지된다고 말한다. 김성숙 국민연금연구원장은 소득대체율 50%로 올릴 경우 보험료율이 소득의 28%로 껑충 뛰어 현재보다 3배를 더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정치권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인상하는 방안을 앞으로 사회적 기구에서 논의해 법 개정을 올 9월 정기국회에 부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무원연금개혁 방안을 마련하는 데도 1년 넘게 걸렸는데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국민연금 개혁을 어떻게 3~4개월 만에 처리할 수 있겠느냐고 부정적이다. 자칫하면 국정 전체가 마비될 정도로 핵폭탄 같은 이슈가 될 것이 자명하다.
 
아쉬운 합의, 그러나 합의 정신 살려야
대한민국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처음부터 관여해온 연금 관련 분야의 최고 권위자 중의 한 사람인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1년 넘게 공을 들여온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갑자기 국민연금이 끼어들어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여권이 주장한대로 기여율 9%, 지급률 1.7%안이 그대로 합의되었다고 말하고, 국민연금 문제는 일단 공무원연금안을 합의처리한 후 별도로 논의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도 협상의 묘가 아니겠는가”라고 하면서 아쉬워했다.
또한 “국민연금 가입자보다는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대한 대책이 우선이다. 그래서 도입된 게 기초연금이다. 사각지대 대책은 일반 재정, 즉 세금으로 해야 하지만 국민연금을 높이는 부분은 연금보험료를 올려야 하는 부분이라는 점을 정치권이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일깨웠다.
그는 “공무원연금 지급률을 1.9%에서 1.7%로 낮추는 기간이 20년이 소요되는 점에 대하여 이건 야당과 공무원단체 쪽에서 가져온 안인데, 계산해 보니 지급률을 바로 떨어뜨리고, 보험료를 바로 올리는 경우와 20년 걸쳐 지급률을 내리고 보험료를 5년간 단계적으로 올리는 경우와 비교해 보면 재정절감 효과가 70년에 걸쳐서 12조 원 차이가 났다고 하면서 합의안 재정절감 효과가 333조 원이므로 단계적으로 발생하는 12조 원은 양보하고 333조 원을 합의할 수 있다면 그건 해야 하는 거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오랜 기간을 잡은 것은 만약 연금을 당장 다음 달부터 깎아내리면 연금수급자들의 저항이 무척 심할 것이라고 염려했다. 대부분의 연금수급자들은 연금을 자기의 재산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개혁이라고 연금을 빼앗아 가면 그것은 국민의 재산권 침해가 된다고 했다. 20년의 완충기간은 바로 그런 충격을 해소시키기 위해 필요한 기간이라는 뜻이다.
 
先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後 국민연금 논의
공무원연금법 개혁안은 이제 국회의 처리만 남겨놓은 상태다. 여야는 1년 여의 진통 끝에 모처럼 합의한 개혁안이기에 그 정신을 받들어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있다. 그리고 정부나 일반 국민이 우려하는 국민연금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다시 타협하면 되는 일이라고 뒷문을 열어두었다. 국민 생각도 결코 이번 타협을 파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다행인 것은 여당도 야당도 합의안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우려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다.
야당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명기하지 않겠다는 선까지 물러나는 듯하다. 여야가 한 발짝씩 물러나 일의 경중을 가리면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라 생각된다. 여야가 모두 선
(先) 공무원연금법, 후(後) 국민연금법이라는 자세로 모처럼 이룩한 합의정신의 불씨를 아름답게 살려나가길 바란다. 정부 역시 우연찮게 밥상에 오른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무작정 내치지 말고 대국적 차원에서 서서히 들여다봐주길 바란다. 공무원연금 자리에 국민연금, 기초연금이 끼어든 것이 국민을 위해 무언가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황인환 본지 편집위원장  weis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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